카테고리 글 보관함: 사심 가득 시네 토크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에 격주로 싣는 변희원 기자와의 영화 토크.

[사심 가득 시네토크 (11) 버드맨] 퇴물은 그만 꺼지라고? 아직 안 죽었거든!

버드맨
수퍼영웅 ‘버드맨’의 톱스타였으나 퇴물 배우가 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뉴욕 연극무대에 도전해 재기를 노린다. 하지만 조연배우(에드워드 노튼)의 통제불가 행동, 냉소적인 매니저 딸(엠마 스톤) 등이 리건의 인생과 연극을 혼란에 빠뜨리고, 설상가상 옛 영화 속 버드맨이 그의 머릿속에서 말을 걸어온다.

 

버드보이후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미국 밖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려고 엄청 노력했잖아. 이냐리투는 20세기폭스가 멕시코에서 캐낸 보석이지.

와일드앨리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 요 멕시코 삼인방을 미국에선 ‘스리 아미고스(Three Amigos·세 친구들)’라고 부르더라. 셋 다 모국 멕시코에서 잘 나갔고, 할리우드에선 서로 밀고 끌며 함께 컸으니까. 상상력은 넓어지고 이야기는 마술같고 비주얼은 신비로워. 그 모든 걸 대중적인 작품에 잘 녹이는 감독들이네.

버드보이후드
   ‘마술적 사실주의’란 말, 중남미 소설이나 영화 보면 설명이 필요없어. 막 몸으로 이해가 가. 사실 중남미에서 마술적 사실주의는 심한 빈부격차와 끝나지 않는 독재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일종의 탈출구 성격도 강했는데.

와일드앨리스
 그런 강한 개성을 세계 관객이 보는 대중문화 콘텐츠로 녹여내다니. 장인(匠人) 반열에 올랐어들.

버드보이후드
   참 영리해. 배우의 전작 캐릭터를 뒤섞어서 판타지를 다큐처럼 만들어버려. 키튼 뿐 아니라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 엠마 스톤도 조금씩 현실의 자신과 겹치지.ㅋㅋㅋ 게다가 키튼은 빌 머레이의 페이소스와 토미 리 존스의 사악한 위엄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배우!

와일드앨리스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연극적 연출까지 더하니 배우들 연기가 최대치! 연출, 촬영, 음악까지 빠지는 구석이 없네.

버드보이후드
   이 영화는 새로운 클래식으로 남을 거야. 당의정처럼 자학 개그와 블랙 코미디를 잔뜩 입혀 놓고, 그걸 완벽에 가까운 기술적 성취인 천의무봉의 롱테이크로 표현하지. 배우들이 정말 필생의 연기로 몸을 던진데다, 그 안에 수준높은 철학적 주제의식까지 녹여넣는!

와일드앨리스
   21그램이나 아모레스 페로스 같은 이냐리투의 전작도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형식적 치열함이 돋보여. 그렇게 허투루 낭비하는 게 없으니 영화가 긴장과 재미로 팽팽해. 그리고 음악은 왜 이리 좋은건지. 이냐리투 영화는 보기도 전에 OST부터 산 적도 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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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 시네토크 (10) 폭스캐처] ‘아버지’로 인정받고 싶었던 재벌 2세의 비뚤어진 내면

☞폭스캐처
 
 
 미국의 재벌가 상속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은 88서울올림픽 출전 예정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를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로 불러온다. 마크에겐 레슬링 국민영웅인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의 그늘을 벗어나 자립할 기회. 하지만 듀폰의 예측불가능하고 기이한 행동이 이어지고, 형 데이브가 코치로 합류하면서 관계의 균열이 시작된다. 1996년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을 다뤘다. 듀폰 역 스티브 카렐의 연기가 특히 놀랍다. 이 영화는 감독 베넷 밀러에게 작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겼고, 올해 미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여우는 잡으셨는가
관객이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다른 이유라면 역시 스티브 카렐이겠지?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스티븐 호킹(에디 레디메인)이 아니라면 카렐일 듯.

냉탕과 열탕 사이
그럼 그럼. ^^ 미드 ‘오피스’ 사장님이나 영화 ‘앵커맨’ 때부터 연기 잘 하는 건 익히 알았지만. 찌질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달까? ㅎㅎ

여우는 잡으셨는가
혹시 동아시아 어느 나라 그 재벌 회장님도 스타워즈 ‘요다’를 닮아 귀엽다고 생각? ㅋㅋㅋ

냉탕과 열탕 사이
마자 마자, 귀여우시지 ㅋㅋㅋ 이 영화 속 카렐이 연기한 존 듀폰도 ‘난 관계를 맺고, 인정도 받고 싶어요, 돈을 이정도 쓰면 그것도 되겠죠?’ 이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묘한 퀴어 코드까지 풍기면서….

여우는 잡으셨는가
분장한 매부리코를 슬쩍 쳐들고 쏵 쏘아볼 때의 그 서늘함이란…. 정말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연기야.

냉탕과 열탕 사이
화낸다, 기뻐한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가 없어. 감정의 결이 정말 촘촘해서.

여우는 잡으셨는가
그 말이 다 맞는데 어떤 말로 묘사해도 그 이상이지.

냉탕과 열탕 사이
맞아ㅋㅋ 이런 게 좋은 연기인 것 같아. 100m 전력질주를 하는데 마치 표정은 산책을 하는듯 자연스럽고 편안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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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 시네토크 (8) 패딩턴] 영국 ‘국민 아기곰’이 보여주는 진짜 런던

 

패딩턴
     페루의 깊은 정글 속에 찾아온 영국인 탐험가를 만났던 인연으로 영국 런던에 온 말하는 아기곰 패딩턴. 런던 패딩턴 역에서 친절한 브라운씨 가족을 만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브라운 씨는 사고뭉치 아기곰을 내보내고 싶어하고, 설상가상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박제사가 패딩턴을 납치해 박제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런던의 명물과 명소로 가득한 깜찍하고 귀여운 가족영화.

패딩턴 마말레이드
영국의 ‘국민 아기곰’ 패딩턴 힘이 대단하더라. 골동품 가게 영감님 짐 브로드밴트에, 친절한 브라운 부인 셀리 호킨스에, 니콜 키드먼이 악역인 것도 의외. 니콜은 ‘모나코’ 때부터 망한 듯. 대중 동원력을 많이 잃은 느낌. ㅠ.ㅠ

스윗 피시앤칩스
호킨스 아줌마 넘 귀여워.ㅋ 게다가 아기곰 패딩턴 목소리가 무려 벤 위쇼라능! 대영제국 국민배우 총출동이셔. ㅋㅋ

패딩턴 마말레이드
게다가 곰 모자 속에 마말레이드 샌드위치ㅠㅠ 샌드위치 애호가로서 상당히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추릅~


스윗 피시앤칩스
ㅋㅋㅋ 사소한 디테일에 흥분하는구나.^^ 정글 곰들에게 가르친게 피시앤칩스가 아니라 마말레이드라 그나마 다행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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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 시네토크 (7) 국제시장] 대한민국 아버지들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노란샤쓰 아가씨
이런 소재의 영화는 진작 나왔어야 하는 건 맞는데. 이 영화가 먹히느냐는 애가 있는가 없는가에 달렸다는 얘기가 있어.ㅎ

새까만 김 상사
부모라면 평소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감정이입한다는? 일리 있네.^^ 사실 난 사람들이 영화 한 편에 너무 많은 걸 바란다는 생각도 들더라.


노란샤쓰 아가씨
아무래도 애가 있으면 아버지이자 자식인 영화 속 덕수의 마지막 고백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진짜 힘들었거든예”가 공감될테니까.


새까만 김 상사
어떤 시대를 살던, 부모와 관계가 어땠건 보편적일 수 있는 고백이지. 비판적인 부분과는 별도로, 난 우리가 이런 영화 한편쯤 가질 자격 충분한 나라이고 국민 아닌가 싶더라. 사실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포레스트 검프’도, 그 역사의식 없음과 당파성 문제로 비판도 많았지.


노란샤쓰 아가씨
정치적 맥락 같은 거 말고, 신파…. –;; 그 탄광 막장 앞에서 김윤진이 무릎끓고 울고 소리지르고. 나는 왜 그런 장면 보는게 지루하고 불편할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서 울컥하거나 울었다고 하니, 이것 참. ㅠ.ㅠ


새까만 김 상사
ㅋㅋㅋ 그랴 좀 오바였어. 그런 장면이 불편한 건 귀하가 고급관객이라 그랴. ^^ 근데 그 장면은 김윤진보다, 동료 광부들이 “가스가 가득 차서 못 들어간다”고 막아선 독일 사람들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이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비유 같아 보였음. ^^


노란샤쓰 아가씨
그게 좀 그렇더라고. 독일은 안전의식이란게 있는 나라구나 싶기도 하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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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 시네토크 (6) 헝거게임: 모킹제이] 드루와~ 제니퍼 로렌스 원더랜드~

완전체 제니퍼
지난 주말 미국 극장 매출을 보면 헝거게임이 인터스텔라의 네 배야. 한국은 오히려 인터스텔라가 헝거게임의 일곱 배인데. 완전 뒤집어졌어.

헝그리 제니퍼
이 영화 원작 소설이 미국에서 워낙 인기였잖아. 영어덜트 장르의 스토리라는 게, 통제사회에 저항하고 부조리한 규범을 부수는 게 대부분인데, 질풍노도 시기의 10대들이 이걸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겠어?

완전체 제니퍼
미국도 아메리칸 드림은 희소해졌고, 사회 역시 역동적이기보단 고정적이야. 그런 부분을 쉽게 건드려주는 코드가 있는 거지. 한국에서는 일단 웹툰으로 보여주고 개봉했으면 훨씬 잘 됐을 수도? 결론은 제니퍼 짱~! *^^*

헝그리 제니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제니퍼가 춤출 때 기억 나? 무한 반복 재생하고 싶은 그 장면! 이번엔 노래도 부르는데 그것마저도 예뻐. 히아, 나의 성 정체성을 뒤흔드는 제니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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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가득 시네토크 (4) 인터스텔라] 이 영화 만든 사람들, 지구인이 아닐 것이여~

놀런에 놀라
‘우주로 간 인셉션’이나 ‘블랙홀에 빠진 다크 나이트’를 기대한 거 아냐?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의 얘기가 한 줄기라면, 인류를 구하기 위한 우주여행이 또 다른 한 줄기야. 주제 의식은 아버지와 딸의 줄기에서 드러나야 하는데, 우주여행의 줄기가 너무 압도적이지. 적절한 때 그런 대사가 필요했을거야.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주제의식을 대사로 넣었다는 건 서사를 상황으로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거 아냐? 결국 두 줄기가 촘촘하게 엮이진 못한 걸 수도.

놀런에 놀라
난 무조건 촘촘하다고 생각해. 놀런 만세!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누가 SF덕후 아니랄까봐. ㅋㅋㅋ 놀런도 놀런이지만, 이 영화, 음악이 대단해. 나는 한스 짐머 만세! 짐머는 이제 좀 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이렇게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다니!

놀런에 놀라
아카데미 음악상 당연 예약! 짐머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피아노 선생이 2주 만에 그만뒀대. 2주 만에 선생 실력을 뛰어넘어 버려서. 이 분이 영화음악계의 모차르느셔. ㅋ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상대성이론 대학강의를 4년간 듣질 않나, 2주 동안 피아노 배우고 음악 거장이 되질 않나… 이 영화 만든 사람들, 지구인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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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 시네토크 (3) 나를 찾아줘] 가까이 있지만 먼 그대

내가 찾으마
핀처는 ‘세븐’ ‘조디악’ ‘소셜네트워크’ 전부 시공간배경의 분위기를 잘 녹여내잖아.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안개처럼 뭔가 불안하고 모호하지만 사악한. 핫한 걸 쿨하게 그린 줄 안달까.

네가 안 보여
나는 핀처도 나이를 먹는구나 생각했어. ‘세븐’을 보면 뭔가 저항불가능한 절대악(惡), 하나하나 자신이 무너지고 망가져가는 간절함 같은 게 있거든.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간절함이 없어. ‘인생사 원래 다 이런거야’ 이런 느낌이랄까.

내가 찾으마
그래도 미국에선 엄청났어. 개봉 첫 주 1위는 당연하고. 핀처 영화 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잘 됐을걸?

네가 안 보여
너무 원작이 뛰어나서 생기는 간극일 수도 있겠네. 치고받는 대사들은 의미있고 좋더라. 그게 원작의 힘인 건 알겠는데, 사실 몰입을 방해해. 원작 안 읽은 사람은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버거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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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가득 무비토크 (1) 비긴 어게인]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희원     근데 남자들은 키라 좋아해? 까놓고 스칼릿 조헨슨 싫어하는 남자는 없잖아. 키라도 그래?

태훈     솔직히 나는…    

희원     너무 말라서?

태훈     ㅋㅋㅋ 너무 형이하학적으로 몰지 말고. ^^;

희원     호불호는 형이하학이 중요하다니까. 그럼 스칼릿은 형이상학적이라 좋아해? ㅋ 키라가 예전에 ‘배니티 페어’ 커버로 스칼릿과 누드를 찍었는데, 둘이 엄청 대조적이더라. 스칼릿은 동글동글 풍만풍만, 키라는 납작납작 삐쩍삐쩍.

태훈     ㅋ 나는 키라가 좋던제. 키라를 보면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먼이 생각나. 보이시하고, 활달 혹은 꿋꿋한데 뭔가 속 깊이 맺힌 게 있는 여자. 영화 설정은 달라도 배우로서 키라의 캐릭터는 반복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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