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느리고 고요하되 선명한 ★★★☆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61)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최고상) 수상작. 꿈을 현실에 덧대고,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짠다. 소통을 위한 기술이 진짜 소통을 가로막는 테크놀로지 과잉의 시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서로 이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신비로운 동화, 이미지로 쓴 환상시편 같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셰익스피어 닮은 포와로 ★★★☆
셰익스피어 연극과 영화로 명성을 쌓아온 저력의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주연을 맡아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 사건’을 영화화했다. 나온지 80년쯤 된 소설이지만, 조니 뎁, 주디 덴치, 미셸 파이퍼, 라일리 데이지…. 한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으로 전혀 새로운 영화같다. 우아하고 고전적이며 기품있는 클래식 탐정 영화 시리즈의 탄생.
기억의 밤 전반부 지나면 혼돈의 밤 ★★☆
신경쇠약 3수생 청년(강하늘). 늘 존경했던 형(김무열), 인자하고 자애로운 부모와 함께 새 집으로 이사왔는데, 이 집, 왠지 낯익다. 전 집주인 부탁이라며 문을 걸어잠근 방에선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나고, 설상가상 비오는 밤 함께 산책나갔던 형이 납치당한다. 이 집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아니, 내가 믿는 진실은 정말 진실인 걸까.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20년, 아직도 그 고통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사회를 되돌아본다.
반드시 잡는다 성동일 밀고, 백윤식 끌고 ★★☆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작가 제피가루)를 영화화했다. 가난하지만 평온한 아리동에 30년 전 미제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연쇄 살인이 다시 벌어진다. 사고나 자살로 위장해 힘없는 노인을, 그 다음엔 혼자 사는 긴 생머리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수법이 옛날 그대로. 돈 밖에 모른다고 욕 먹는 밉상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30년 전 눈앞에서 살인마를 놓쳤던 은퇴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함께 범인의 뒤를 쫓는다. 고질병인 반전 강박, 가끔 요령없이 뒤숭숭해지는 전개는 아쉽지만, 두 배우의 호연 덕에 ‘액션 노인’ 캐릭터가 생생하고 매력적이다. 몇몇 인기 배우로 ‘영화 돌려막기’가 만연한 풍토에서, 두 노장 배우의 활약은 반가운 일. 게다가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영화 ‘끝까지 간다’ 제작사 ‘AD406’의 스타일이 선명한 것도 장점. 실버판 ‘끝까지 간다’라 해도 좋을 만큼 꽤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가 됐다. 열심히 살아도 피지 않는 서민 살림, 고독사와 노인 혐오 같은 문제도 건드리지만 부담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