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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2년 만에 되돌아온 뭉크의 ‘절규'(The Scream)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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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도난 끝에 제 발로(?) 돌아온 뭉크의 ‘마돈나’.

2년전 세계를 뒤흔든 명화 도난사건이 있었습니다.노르웨이 오슬로의 뭉크 박물관에서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봤음직한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1892)와 ‘마돈나'(1894)가 도난당했다는 소식이었죠. 복면을 쓴 두 명의 범인이, 박물관 직원 1명을 위협하고, 관람객들이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서 그림을 뜯어내, 훔친 차를 타고 도망갔다는 겁니다. 두 점 합쳐 1130여억원짜리 그림이 도난당하는 걸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

1일, 외신들이 일제히 "표현주의 마스터피스 ‘절규’가 뭉크 박물관에 안전하게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것 참,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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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그 유명한 ‘절규(The Scream)’ 입니다. ^^

  • 돌아오긴 돌아왔는데

오슬로 경찰당국은 "어떻게 이 그림을 되찾았는지에 대해 어떤 정보도 줄 수 없다. We’re keeping our cards pretty closeat the moment."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 말로 옮기기가 진짜 애매하죠? ^^;;;

경찰은 그림의 ‘몸값’을 지불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도난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확인해 주는 것은 오직 "노르웨이에서 되찾았다"는 것 뿐입니다. 이러니 의문은 꼬리를 물 수 밖에요.

이 그림을 누가 갖고 있었을까요? 어디에 보관했을까요? 어떻게 돌려받았을까요? 경찰에게 뭔가 비밀 정보가 있었을까요? 누가 돌려받는 댓가로 돈을 지불했을까요?

  • 은행강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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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사건 당시 뭉크 박물관 앞. 폴리스라인이 선명합니다.

사실 이 그림들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대놓고 시장에 내놔 팔기는 어렵다는군요. 팔아서 돈 벌려고 훔친 게 아니라는 거죠. 노르웨이 지역 신문들은 이와 관련 오랫동안 2004년 8월의 뭉크 그림 도난사건에 대해 "스타뱅거 마을에서 경찰 1명이 살해된 노카스 은행 강도 사건으로부터 경찰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지하세계 범죄자들이 꾸민 일"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해 왔습니다. 어떤 신문은 이 은행강도 교사범으로 수감 중인 데이비드 토스카가, 4일 공판에서 수감조건을 호전시키기 위해 뭉크의 그림들이 어디 감춰져 있었는지 털어놓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이 은행강도 교사범은먼저 죽은동료 범죄자가 뭉크 도난사건을 사주했다고 말하고 있다는군요. 경찰 수사 진용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였다는거죠.

  • 뭉크 도난사건 용의자 집에서 은행에서 도둑맞은 돈 발견!

작년엔 이 은행에서 도둑맞은 돈이, 뭉크 도난사건 용의자의 집에서 발견되기도 했답니다. 경찰도 일찌기 두 사건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었구요. DailyVG라는 신문은 "두 사건 모두 손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는 일이생기지 않도록 고안된, 똑같은 특수장갑이 사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뭉크 그림 도난사건 불과 나흘 뒤, 수사팀 책임자도 "확실치는 않지만, 노카스 은행강도 사건과 그림 도난사건에서 사용된 장갑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었다는군요. 노르웨이 경찰은 이미 뭉크 도난사건과 관련 3명을 감방에 집어넣었습니다. 도난 때 차량운전을 맡은 피터 타랄드센은 8년형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범죄 주모자 중 1명으로 꼽히는뵈른 호엔은 7년형,공모자인 페테르 로센빙게는 4년형을 받았다는군요. 뭔가 ‘거래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 그림을 무사히 돌려받는 조건으로 형을 감경시켜줬다던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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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뭉크와, 75세의 뭉크. 자신의 작품이 돌아온 걸 기뻐하고 있을까요? ^^

  • 곧 복원돼 재전시한답니다

어쨌든 1조달러가 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 그림들은 현재 오슬로의 뭉크 박물관에 무사히 보관 중입니다. 경찰은 "놀라울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마돈나’에 작은 구멍과 긁힌 자국 등 훼손이 있긴 하지만, 박물관 측은 곧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죠. ‘절규’는 거의 훼손이 없답니다. 일간 아프텐포스텐은 박물관 관계자들이 "절규는 어딘가 부딪힌 듯 한 구석이 구겨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쨌든 박물관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ASAP) 다시 전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힐 뿐, 정확히 언제부터 이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 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고야, 벨라스케스도 물론 훌륭했지만 제겐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정말 ‘존재론적 충격’이었습니다. 그림 속에 빨려드는 듯한, 아찔한 현기증같은 느낌이었습니다.프라도에선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고야의 ‘마야’나 엘 그레코의 ‘성 삼위일체’,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도록 내버려두더군요. 오오… 엘 그레코… ^^

뭉크의 ‘절규’도 엄청난 쇼크일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오슬로에 가 본 적이 없는 저는,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가 다시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언젠가, 직접 그 그림을 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생기고 있습니다.

=2일 새벽에 드림.

바이오 연료는 정말 ‘물 도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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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서 열린 ‘세계 물 주간’(World Water Week) 행사에서 “바이오 연료는 물 도둑”이란 경고가 나왔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 http://www.chosun.com/international/news/200608/200608220024.html )

세계 물 소비량의 74%가 곡물 생산에 쓰이고 있으며, 바이오연료용 곡물재배는 물 부족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몇 분이 댓글을 써 주셨고, 농업과학기술원 기술자문위원 홍종운 박사님은 메일로도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홍 박사님은 "화석연료를 자꾸 쓰는 것이 물 부족 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이며,물 문제를 논할 때 물 문제만을 따로 떼어 논할 수 없고,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의 탄산가스를 늘리기 때문에 바이오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몇 가지 함께 생각해 볼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바이오연료는가격 경쟁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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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무부

바이오연료가 각광받는것은고유가와 지구 온난화 때문일 것입니다.

석유 전문가들은 5~10년내 세계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을 지나 급속한 내리막길로 들어서리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 위기를 맞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는 없습니다.

기름값이 비싸지니 사람들은 뭐 다른 것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싸게 차를 굴리고 공장을 돌릴 수 있다면…" 하는 공통의 희망입니다.

아직은 경유 95%에 바이오 디젤 5%를 섞어 쓰면 일반 경유(경유 100%)보다 20원 정도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디젤의 생산 단가가 일반 경유에 비해 30~50% 정도 비쌉니다. 주원료인 대두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유 가격의 42%가 세금임을 감안할 때 세후 경유가격에 비해서 10~20% 싸게 공급할 수 있기는 합니다. (기사 참조 : http://www.chosun.com/economy/news/200607/200607270473.html )

바이오연료를 석유보다 싸게,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한정된 농경지에서 재배한 한정된 농작물에서 더 많은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을 더 낮은 가격에 뽑아낼 수 있는혁신적인 기술의 진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겨울 논에 유채를 심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엄밀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바이오연료 붐에 춤추는 농산물 가격

여기에 실제로 농작물을 바이오연료 원료로 전환 사용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널을 뛴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됩니다.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보도를 보면 미국 봄 밀의 최근 월물 가격이 부셸(미국기준 약 27.216kg)당 5.35달러를 기록,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나서 밀 선물 계약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고, 영국의 밀 선물가격도 2년 만에가장 높은 t당 83.25파운드(약 154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폭염 등 기상 악화의 영향도 있지만, 바이오연료 붐도 여기에 곡물값 상승에 한 몫 합니다. 유럽에서 밀을 에탄올 연료로 쓰는 공장들이 크게늘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한 상품투자 헤지펀드 파트너는 "에탄올 연료 공장이 많이 생겨나면 석유 업계든 식품 업계든 더 높은 값을 부르는 쪽으로 밀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향후 연료 가격과 빵 가격은 서로 연동될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FT는 "극단적으로 미국의 모든 자동차들이 100% 바이오에탄올로 움직일 경우 미국 국토의 97%가 에탄올 생산을 위한 경작지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라고도 했습니다.

  • 바이오연료,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는…

Emission of B20 and B100 compared with Petrodiesel (ⓒbiofuel.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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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fossil fuel) 사용이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바이오 디젤 1t을 사용하면 같은 양의 석유를 태울 때 보다 2.2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바이오연료가 현재 사용 중인 석유에 비해 친환경적인 ‘그린에너지’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석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등 다른 유해 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은 앞다퉈 감세나 보조금 지원책을 내놨고 월가에선 바이오연료 관련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에탄올 비율을 85%까지 높인 E85 소비 장려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선 바이오연료 사용 차량에 대해 스톡홀름 혼잡통행세가 면제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사탕수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로 최근 "에너지 독립국"임을 선언한 브라질의 경우를 특집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그린 에너지’라는 떠들썩한 선전선동이 실제로 실속이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감소 효과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의미심장합니다. <UC버클리대의 알렉산더 패럴 교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기고에서 "현재의 에탄올 생산 기술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가 13%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바이오에탄올 생산 비용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경우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여건으로는 환경적으로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모두 과장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Grams CO2 Equivalent/Km (lower number equals less overall pollution) Considering the fossil fuel (ⓒbiofuel.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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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것은 물의 효율적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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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dian girl drinks water from a roadside tap in the northeastern Indian city of Siliguri, in this March 29, 2006 file photo. Surging demand for irrigation to produce food and biofuels is likely to aggravate scarcities of water but the world’s supply is not running out, an international report said. ⓒREUTERS

독자 김기학(numun0817)님께서는 댓글을 통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하천수는 지구 물의 0.002%에 불과하여 광범위한 농작물 생산 지역이 새로 생길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대체 에너지는 생산 과정의 CO2는 적겠지만 연소시에는 CO2가 거의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기사의함의를 정확하게보아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문제는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인구 30억명이 늘고, 이들을 먹여 살릴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80%의 물 소비량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옥수수, 사탕수수 재배 면적을 늘려가는 것이 효율적인가" 입니다.
중요한 것은 물의 효율적 사용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물 부족 현상 심화를 경고하며, 효율적 활용을 위해 각국 정부의 정책적 전환,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물 때문에 농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물이 덜 드는 방법, 물이 덜 드는 작물로의 전환을 이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부족은 전 지구적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지하 1km 천연 암반수 끌어다 맥주 만든다고 당장 미국에서 가뭄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태계가 결국 이어져 있는 것이라면, 낭비와 착취는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재난재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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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WWW 홈페이지 (www.worldwaterweek.org)에서 최신 소식에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국제 물관리 연구소(IWMI) 홈페이지 ( www.iwmi.cgiar.org )는 그간의 연구 성과들과 정기 소식지를 PDF 포맷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BBC 등 해외 신문.방송들이 WWW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주간조선이 최근 ‘콩·유채로 만드는 바이오디젤 시대 개막'( http://weekly.chosun.com/wdata/html/news/200607/20060720000007.html )이라는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국내외 개발현황,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 데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23일 저녁 드림.

사랑받는 ‘퍼스트 레이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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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공화당원 홈피에 ‘위대한 미국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사진입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우리는 퍼스트 레이디 로라를 사랑해요"라고 쓴 패널을 들고 있네요. ^^

미국 대통령의 부인은 어떤 자리일까요.

구중심처에서 세계에 단 하나 뿐인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필부가 상상하는 평범한 여인의 행복과는 큰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

가끔 외신을 통해 접하는 미국인들의 그녀에 대한 사랑은 참 부러울 정도입니다.

아래는 지면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최근 썼던 로라 부시 관련 기사입니다.

부시 정권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WP도 로라 여사 칭찬엔 인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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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레이디는 모금왕

“퍼스트 레이디 아니었으면 어쨌을까 싶어요.”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가 공화당 정치기부금 모금 활동의 선봉에 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녀는 벌써 24차례의 정치 행사에서 연설해 1070만달러를 끌어 모았다. 16일 하루만 3개 주의 공화당 행사에 참석했고, 이번 주 3건의 모금 행사를 더 주재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그야말로 ‘짭짤한’ 내조다.

로라 부시의 ‘모금 파워’는 식을 줄 모르는 대중적 인기에서 나온다. 그녀는 이미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영부인 중 1명이다. 6월 갤럽 조사에서 남편의 지지율은 40%에 그쳤지만, 그녀의 지지율은 69%였다. 공화당 중앙위원회 트레이시 슈미트 대변인은 “남녀노소 모두 그녀를 좋아해 가는 곳마다 사람이 몰린다”며 “그녀는 미 전역의 공화당 후보들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후보들이 지지율 낮은 부시 대통령과 한 무대에 서는 걸 꺼리기 때문에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계속 높아지는 데 대해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로라 부시는 22만달러를 모은 시카고의 모금행사 오찬장에서 “아시다시피 정치란 ‘가족 사업’(family business)”이라며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미국민은 이번 중간 선거에서 하원의원 435명 전원, 상원의원 100명 중 33명,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다. 주정뱅이 예일대생 부시를 개과천선시켜 미국 대통령 자리까지 끌어올린 그녀가, 공화당이 고전 중인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태훈기자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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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퍼스트 레이디 소개 기사도 있습니다.

그 때는 정치명가 부시 가문의 문제아 맏아들 정도로 알려졌던 조지 W 가,

어떻게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아메리칸 스탠더드’ 앨 고어를 제쳤는지가 화제였습니다.

빈틈없는 고어보다, 인간적인 조지 W가 미국 중산층의 표심에 어필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고어는 너무 잘 생겨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탓에, 남성 유권자들의 반발표가 작용했다는,

농반 진반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남자들의 술자리 결론은 역시 "좋은 아내가남자 하나 사람 만들었다"였지요. ^^;;;

아마 로라 여사는 "술을 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남편 조지 W의 청혼을 받아들였다지요.

백악관 기자 만찬에서 "밤 9시면남편은 지쳐 곯아 떨어지고, 난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던 얘기도 생각나네요. 제 집 마님도 일요일 밤이면 ‘위기의 주부들’을 봅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야 하는데도 막무가내죠. ^^;;;

부시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현재 진행형의 권력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도 많이 따를테구요.

오늘도 "미국 경제는 튼튼한 데 왜 지지율이 안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부시 정부 경제 참모들의 하소연이 외신을 탔더군요.

그 이유를 모르니그의 미국내 지지도도 계속 하락하는 것이겠지요. ^^

많이 떨어진 게 40% 정도이긴 합니다만.

로라 부시 여사의 경우는,

나서지 않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부드럽지만 강인한미국적 여인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듯 합니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퍼스트 레이디’를 갖는 것도

그 나라 국민들의 복이지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다시 그런 복을 누리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20일 저녁에 드림.

썰매개의 여왕에서 백혈병 환자들의 수호천사로

Susan Butcher, 썰매개의 여왕에서 백혈병 환자들의 수호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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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알래스카의 설원에선 특별한 경주가 열립니다.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썰매개 경주’(Iditarod Trail Sleddog Race).

서울~부산의 4배 거리인 1700여㎞, 16마리의 개와 함께 9~10일간 이상 쉬지 않고 달려,

잦은 인명, 견(犬)명 피해 때문에’죽음의 경주’라고 까지 불린다는군요.

지난 주말, 1980년대 이 대회에서 4차례 우승했던 여성이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자신의 투병을 계기로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기증 운동의 상징이 된 수잔 부처(Susan Butcher,51) 입니다.

  • "남녀가 공평하게 겨루는 스포츠에서 최고가 된 최초의 여성"

“아내는 남녀가 동등하게 겨루는 스포츠에서 최고가 된 최초의 여성입니다.”
로이터, AP 등 외신들은 부처가 8달 투병하는 동안 1100여명의 기증 서명을 이끌어 내고, 지난 2일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7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개썰매 경주 동료이자 변호사인 남편 데이비드 몬슨(David Monson)은 “아내는 한번도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이 장애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부처는 1979년 북미 최고봉 맥킨리산을 개썰매를 끌고 정복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1978년 처음 경주에 참가해 1994년 아이를 낳기 위해 경주를 그만두기 직전까지, 부처는 17번 아이디타로드에 참가해 12번 5위 안에 들었고, 1986~88년과 1990년 등 4차례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가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녀의 여성 첫 우승을 막은 것은 경쟁자도, 눈보라도, 얼음도 아닌 엘크(moose)였습니다. 눈보라 속에 손도끼로 1톤 거구의 엘크 사슴에 맞서 썰매개들을 지켜낸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녀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아이디타로드 경주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함께 치솟았습니다. CF와 TV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다는군요. 이 때 유명해진 말이, "알래스카, 남자는 남자일 뿐이지만, 여자는 아이디타로드에서 우승하는 곳(Alaska, where men are men and women win Iditarod)"라는 유행어랍니다.

  •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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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부처가 아이디타로드 경주를 그만둔 것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다른 많은 엄마들처럼, 부처 역시 아이를 갖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신들은 이 부분을 "battle for fertility"라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그 결실이 사진에 나온 귀여운 두 딸, 테클라(11)와 치사나(5)입니다.

부처가 작년 1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부처가 미 국립 골수 기증자 프로그램(NMDP)과 함께 기증 운동을 시작하자, 알래스카주를 중심으로 1100여명이 기증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컸던 만큼, 그녀를 구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도 간절했던 것이죠.

NMDP는“알래스카 혈액은행이 생긴 뒤 한 해 기증자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고 했습니다. "부처는 삶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돕는데 함께 나서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고도 했습니다. 부처를 상징으로 내세워 ‘엄마 고마워요(Thanks Mom!)’ 골수 기증 운동을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51년을 살았지만 다른 이의 100년 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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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타로드’는 원래 원주민 말로 ‘먼 곳’이라는 뜻. 1925년 알래스카의 항구도시 놈(Nome)에서 발생한 디프테리아 환자를 구하려 20명의 용감한 썰매개 운송자들이 닷새를 쉬지 않고 달려 캐나다 남부로부터 혈청을 운송해온 얼음길이 ‘아이디타로드 트레일(trail)’입니다. 1973년부터 시작된 썰매개 경주대회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 부처는 80년이 지난 뒤 같은 길을 통해 백혈병 환자들에게 이식할 골수를 날라온 셈이됐네요.

테드 스티븐스 연방 상원의원은 “알래스카는 그녀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남편 몬슨은 “그녀는 51년을 살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100년 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닷컴 블로거들 ‘손풍금’ 팬클럽 대전 회동 ^^

“장터서 되찾은 희망 담아가세요”

5일장서 화장품 파는 안효숙씨 세번째 책 펴내
곳곳 ‘조선닷컴 블로거’들 대전서 함께 축하모임


▲ 블로그‘꿈꾸는 장꾼’을 운영하고 있는 안효숙씨의 새 책‘울지마라 너만 슬프냐’.

“’덕희’님 블로그엔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글이 많아요. ‘솔보굿이’님은 대학 때 강변가요제 입상한 ‘가수’에다 마케팅에 대해 해박하시고…. 에, 또…, 저 분은 인천, 저 분은 서울, 저 분은 부산서 오셨고….”

말하는 품새도, 생김새도, 나이도 제각각.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15명이 한 자리에 앉았는데, 분위기는 꼭 초등학교 동창회나 고향친구 모임 같다. 30일 대전 용전동의 한 식당. 조선닷컴 블로그 터줏대감들이 ‘꿈꾸는 장꾼’ 블로그를 운영하는 ‘손풍금’ 안효숙(여·44)씨의 수필집 ‘울지마라 너만 슬프냐’(책이 있는 풍경)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만났다.

안씨는 5일장을 찾아 다니며 좌판을 펴고 시골 여인네들에게 화장품을 팔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전북 무주, 충남 금산, 대전 신탄진, 충북 영동과 옥천의 5일장이 그의 직장. IMF를 겪으며 생존을 위해 장터로 내몰렸던 자신의 삶과 분주한 장터에서 되찾은 희망을 엮은 수필집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를 3년 전 펴냈고, 그 1년 뒤 ‘구리무 댁은 복두 많지’를 냈으니, 이번이 세번째 책. 하지만 여전히 그의 직업은 ‘장돌뱅이’다.

“돈이 없어 몇백원짜리 바닐라빵 뜯어 수제비를 끓인 얘기같은 걸 블로그에 쓰시는데, 그 글이 다 얼마나 고운지….”

이날 자리를 주선한 ‘초록정원’님은 ‘손풍금’ 안효숙씨 얘기를 묻자 자기 식구 일처럼 열성이다. ‘리플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이종균(53·인천 부계동)씨는 “오늘은 ‘손풍금’님 손 한번 더 잡아드리자고 만든 자리”라고 했다. 이씨 역시 49세에 얻은 늦둥이 딸 연우의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 중. 모두들 블로그가 맺어준 인연인 셈이다.

“한 시간 앞서 예약한 방에 있으려니 더위에 먼 길 오시게 한 죄인같은 맘이었는데, 웃으며 악수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고마운 마음 뿐이네요.”

안씨는 “무릎이 꺾여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장터에서의 경험을 이번 책에 담았다”고 했다. 오전 11시쯤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저녁 늦게까지 8시간 넘게 이어졌다.

▲ 30일 대전에 모인 조선닷컴 블로거들. 왼쪽 아이가 이종균씨의 늦둥이 딸 연우, 오른쪽에서 3번째가 책을 펴낸 안효숙씨. /전재홍기자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7.31 23:12 07′

예술영화랑 한 판 하실래요? ^^

시네마테크(cinematheque)라는 것이 처음 싹을 틔운 1990년 전후의 기간, 수많은 영화잡지들이 명멸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삶을 걸고 영화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비디오대여점과 PC통신 영화방이 영화광들의 전부이던 시절, 그 때 씨네필(cinephile)들의 허기진 두뇌와 가슴을 채워주었던 것이 바로 문화학교 서울과 같은 시네마테크와, 젊은 대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의 연장처럼 학교 인근에 문 열었던 창작집단 사무실들이었습니다.

참 어떻게들 자리를 잡았는지, 공중전화나 시티폰(기억나세요? ^^;;;)으로물어물어 골목을 찾아 들어가면 습기차고 퀴퀴한 냄새나는 손바닥만한 상영장소에서, 어렵게 구한 LD나 비디오로 틀어주던 영화들… 얼마나 가슴이 뛰고 설레었던지. 그야말로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시네필의 가슴으로 써내려가던 시절이었습니다.

트뤼포, 알랭 레네 같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샘 페킨파와 존 슐레진저, 오즈 야스지로의 다다미샷과 미조구치 겐지의 롱 테이크, 지금은 수억달러 주무르는 큰 손이 된 피터 잭슨같은 재기넘치는 신인들, 스탠리 큐브릭의 냉정한 세계, 프리츠 랑과 레니 리펜슈탈… 영화광의 만신전에 모셔진 감독들의 이름이 늘어날 수록, 학점은 선동렬 방어율을 목표로 땅바닥을향해 곤두박질쳤더랬습니다. ^^;;;

그러니 참, 10년은 정말 강산을 변하게 하는 세월인가 봅니다.

요즘은 "이 영화 꼭 한 번 보고 싶다" 생각하면, 심지어 ‘암흑의 경로’를 통하더라도 볼수 있는 길들이 열립니다.

게다가 곳곳에 국가 지원의 예술영화 전용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전 아트시네마도 그 중 하나이지요. 돈 주고도 못 보던 영화들, 대형 화면에서 필름 화질로 볼 수 있다는데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1960년대 일본의 ‘예술극장협회’가 스튜디오들이 무너진 시대 일본 인디필름의 산파역을 담당했듯,

한국의 예술영화전용관들도 그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아래는, 대전아트시네마 개관 이래 제가 써온 기사들입니다.

20일~26일에는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서울을 거쳐 전국 주요 도시 순회 중입니다.)

기사에 쓴 대로 "오즈 야스지로와 미조구치 겐지를 사랑하는 영화광들에겐 일본 영화의 ‘미래’를, ‘고쿠센’, ‘런치의 여왕’ 같은 soap opera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겐그 밑바탕에 깔린 ‘저력’을 확인하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일본영화, 너 대체 누구냐

대전아트시네마 日 인디필름페스티벌

20일부터 녹차의 맛 등 11편 선보여

일본인디필름-녹차의_맛.jpg

떠들썩한 한류(韓流) 열풍의 틈새에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때론 작고 깜찍하며, 때론 얼떨떨하게 엽기적인 일본 독립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대전아트시네마가 오는 20~26일 개성넘치는 일본 인디필름 11편을 한 자리에 모았다. 6월말 서울에서 시작된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은 관객 점유율 91%,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인기 몰이를 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가볍게 넘나드는 녹차의 맛<사진>은 재작년 부천영화제를 통해 낯익은 작품. 냉혈한 킬러에서 멜로 주인공까지 천 가지 얼굴을 선보여온 아사노 타다노부가 백수 청년을 연기한다. 극중 야마(山)송은 은근한 중독성으로 인터넷에서 이미 인기곡.(네이버 엠파스 등 검색엔진에서 ‘야마송’으로 검색해보세요. ^^)

주로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칸노 요코의 음악이 인상적인 좋아해(2006)는 작년 몬트리올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5)는 남편의 무관심 속에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평범한 주부의 만화같은 생활을 담았다. 엽기는 일본 영화를 읽는 또 하나의 키워드. 란포지옥(2005)은 일본 현대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한 미스터리 단편 4편을 영상화했다.

거북이는의외로빨리헤엄친다1.jpg

쇼치쿠(松竹) 서민극, 다이에이(大映) 시대극, 도호(東寶) 야쿠자 등 특색을 갖고 발달하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TV 보급의 영향으로 쇠퇴하면서, 1960년대 이후 일본 영화계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난 독립영화를 쏟아냈다. 뿌리가 오랜 만큼 폭과 깊이도 남다르다. 오즈 야스지로의 다다미 샷과 미조구치 겐지의 롱 테이크를 사랑하는 영화광들에겐 일본 영화의 미래를, 고쿠센, 런치의 여왕같은 TV드라마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겐 그 밑바탕이 된 일본 영화의 저력을 확인케 해 줄 축제다. 홈페이지 cafe.naver.com/artcinema.cafe ☎(042)472-1138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獨立영화에도 ‘전설’은 있다

내일부터 대전아트시네마 회고전
‘파업전야’·‘신성일의 행방불명’ 등


멀티플렉스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영화만 골라 상영하며 순항 중인 대전아트시네마가 이번엔 ‘독립영화의 전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한국독립영화회고전 파란(波瀾)’.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5차례 장·단편과 다큐멘터리를 망라해 상영하고, 공동체 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과 토론회도 가진다.

‘파업전야’(1990)는 정부의 상영금지 처분으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되면서도 30만 관객을 모으며 독립영화의 상징이 된 작품. 항상 최루탄이 터지고 경찰이 투입되던 상영 현장은 그 당시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낮은 목소리 1’(1995)도 반갑고,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북송을 담은 ‘송환’(2004)으로 널리 알려진 ‘인디 다큐멘터리의 대부’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올림픽’(1998)도 왔다.

최근작으로는 먹는 일을 죄악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고아원의 아이들 이야기 ‘신성일의 행방불명’(2004)이 눈에 띈다.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등 개성 넘치는 장·단편으로 주목받은 신재인 감독의 명성을 직접 확인하시길. ‘동백꽃 프로젝트’(2004), ‘눈부신 하루’(2006), ‘다섯은 너무 많아’(2005) 등 독립영화운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화제작들이 상영된다. 홈페이지(www.cinei.org) 방문과 시놉시스·시간표 확인은 필수. ☎(042)472-1138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7.10 23:29 03′ / 수정 : 2006.07.10 23:3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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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영화랑 인사하실래요”

‘안녕, 사요나라’, ‘가리베가스’ 등
서울영화제 秀作 1일부터 대전에


▲ 안녕, 사요나라

지난해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의 화제작들이 대전에 왔다.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서구 월평동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대전 순회상영회. 영화제가 끝난 뒤 다시 보기 어려웠던 영화들이 직접 신발끈을 매고 관객을 찾아 나선 셈이다.

우선 반가운 것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 슬로건이었던 작년 영화제 수상작 14편. 대상작 ‘안녕, 사요나라’(김태일, 카토 쿠미코)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아버지 시신을 되찾기 위해 소송 중인 한국 여성과, 일제 피해 보상 운동을 벌이는 일본인 후루카와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최우수상을 받은 ‘낙원’(김종관), 우수상 ‘십우도2-견적(見蹟)’(이지상), ‘좋은 배우’(신연식) 등이 준비됐다. 알음알음 은근히 유명세를 탔던 ‘얼굴없는 것들’(김경묵)도 왔다.

국내외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화제작도 함께다. 올해 시라큐스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택시 블루스’(최하동하)를 비롯, ‘끝나지 않은 세월’(김경률), ‘나는 영화다’(이정수) 등. 장편이 부담스럽다면 ‘빵과 우유’(원신연)를 비롯, 작년 각종 영화제 단편 부문을 휩쓸다시피 했던 ‘가리베가스’(김선민) 등 단편들도 풍성하다. ‘환(幻)’, ‘220초의 상호작용’, ‘아빠가 필요해’, ‘양성평등’ 등 애니메이션도 있다. 홈페이지(www.cinei.org)에 들러 시놉시스와 상영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관람계획을 짜는 것이 좋겠다. ☎(042)472-1138

이태훈기자
입력 : 2006.05.30 23:45 20′ / 수정 : 2006.05.30 23:47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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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예술영화 전용관 ‘대전 아트시네마’ 개관

11일까지 조지 클루니 감독 ‘굿 나잇…’ 상영


프랑스의 영화작가 장 뤽 고다르는 “영화에 관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시네마테크에서 배웠다”고 했고, ‘안개 속의 풍경’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 출신의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나를 감독으로 만든 것은 시네마테크”라고 고백했다.

상업영화 홍수에 짓눌려 관객에 가 닿지 못한 다양한 영화와 만날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대전에도 첫 선을 보인다. 지난 21일 서구 월평동 옛 선사시네마 자리에 196석 널찍한 규모로 문을 연 ‘대전아트시네마’. 올해 영화진흥위의 지원을 받는 전국 12곳 예술영화관 중 하나다.

5월11일까지 상영되는 개관 첫 작품은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포스터)’. 배우로 더 유명한 조지 클루니 감독작으로,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 상원의원의 공산주의자 마녀사냥에 맞섰던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우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작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각본상을 받았고, 전미 비평가협회 ‘2005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다. 이 영화 뒤엔 타이완 뉴웨이브의 기수 차이밍량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이 이어진다.

‘대전아트시네마’는 1997년 창립된 대안적 영상문화운동단체 ‘시네마테크 대전’(대표 강민구)이 전용관으로 운영하며 각종 영화제, 심포지엄, 강좌도 마련할 예정. 이 단체는 그 동안 영화제를 통해 프랑스 누벨바그와 일본 뉴웨이브 등 생소한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왔다.

기획·배급을 맡고 있는 박상균씨는 “많은 관객의 참여로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함께 지켜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www.cinei.org, ☎(042) 472-1138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4.24 23:29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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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전- 이 그림은 꼭!! ^^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展이 지금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입니다.

다음달 8월 27일까지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신문 지면을 통해 많이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의 설움일까요. ^^;;;

전시 홈페이지는 http://www.rouault2006.co.kr/이고,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는 http://dmma.metro.daejeon.kr/ 입니다. 안내전화는 (042)-602-3200 입니다.

KTX를 타면 대전역에서 얼마 전 개통된 대전 지하철로도 갈 수 있고(내려서 조금 걸어야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IC나 유성 IC로 빠져나와도 금방입니다.

서울 사는 사람들도, 한 번쯤 볼 만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겐, 놓치지 말라고 强勸하고 있습니다만… ^^;;;

아래는 루오의 대표작 소개글입니다.

최선을 다해 풀어 쓴다고 썼지만, 역시 예술작품이란 직접 봐야 합니다. ^^

광대, 自由와 슬픔의 두 얼굴

이 작품은 꼭 ①푸른색 배경의 피에로들, 트리오


▲ 푸른색 배경의 피에로들(위)과 트리오. ⓒGeorges Rouault / ADAGP, Paris-SACK, Seoul, 2006

루오가 가장 즐겨 그린 소재는 무엇일까. 정물, 성경 속 풍경, 법정의 사람들, 공연을 즐기는 부르주아, 매춘부, 빈민…. 그 중 루오를 평생 사로잡은 소재라면 단연 ‘서커스의 광대’였다. 19세기 후반 파리 교외에 살던 어린 루오에게 동네를 찾아온 유랑 서커스단은 무엇보다 매력적이고 강렬한 자극이었다.

루오는 어른이 된 뒤에도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있는 광대들의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감춰야 하는 광대는 가난하 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졌던 루오의 작품세계와 깊이 맞닿아 있다. 초기작 ‘우울한 광대’뿐 아니라 판화집 ‘서커스’, ‘유성별 서커스’, 후기작 ‘두 형제’ 등이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대전 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 익숙한 ‘푸른색 배경의 피에로들’(1943년 경, 유채, 59×43cm, 조르주 루오재단 소장)은 신비스러운 푸른 배경 앞에 선 두 명의 광대를 표현한 작품. 화려한 꽃 기둥 사이에 선 이들의 당당한 자세는 오히려 위엄마저 느끼게 한다. 같은 시기 ‘트리오’(1943년, 유채, 72×57cm, 릴 시립미술관 소장) 역시 3 명의 광대를 그린 작품. 크고 맑은 검은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듯한 성직자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 나타난 짙은 검은색 테두리선은 루오가 스테인드 글라스 공방의 견습생으로 지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이태훈기자
입력 : 2006.05.11 23:03 01′
전쟁에서 핀 人間愛의 꽃
이 작품은 꼭 ②미제레레


▲ 〈허풍과 불신이 가득한 이 시대를 주시하는, 지구종말의 성모님〉ⓒGeorges Rouault / ADAGP, Paris-SACK, Seoul,
2006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 전시작 가운데 신심(信心)깊은 종교인들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는 작품은 단연 ‘미제레레(Miserere)’ 연작(連作). 세계대전의 참상과, 여기에 대비되는 그리스도의 자비를 담고 있는 종교화 연작으로, ‘미제레레’라는 명칭은 4세기 라틴어 번역본 ‘불가타 성경’의 시편 50편 구절인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 :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기원했다. 루오는 이 판화집의 본문을 따로 만들지 않고 직접 지은 시구나 성서 구절에서 뽑아 제목만 붙였다.

미제레레 연작은 첫 구상에서 출판까지 27년이 걸릴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구상은 ‘미제레레와 전쟁’이라는 제목에 50점으로 구성된 동판화 작품집.루오는 100점이 넘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1921년부터 동판화 제작을 시작해 1926년 58점을 최종 완성했다. 이듬해 58점의 동판화가 인쇄됐지만, 2차 세계대전과 출판업자의 갑작스런 사고사(1939년)에다 미완성 작품에 대한 소유권 소송이 겹치며 출판이 지연됐던 것. 결국 1948년 파리의 한 출판사에서 ‘미제레레’ 판화집이 간행되며 세기의 명작은 빛을 보게 된다.

▲ 〈주여, 당신이군요, 저는 당신을 알아봅니다〉ⓒGeorges Rouault / ADAGP,Paris-SACK, Seoul, 2006

‘미제레레’ 연작은 또 루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깊은 애정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2번의 전쟁에 지친 프랑스 국민들에게 전쟁의 비참함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깊은 울림을 일으켰던 것.

많은 화가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추상의 세계로 도피할 때도 그는 현실세계 속 인간으로 이어진 끈을 놓지 않았고, 후세에 ‘정의로운 화가’로 기억될 수 있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5.29 23:35 06′ / 수정 : 2006.05.30 00:11 22′
巨匠 일생 사로잡은 사랑의 얼굴
이 그림은 꼭 ③ 성안(聖顔)


▲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유채·요시이재단소장)

“성안(聖顔·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은 루오가 그레코와 렘브란트 이후 이 거대한 테마에 대해 인상적이고 개인적이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유일한 화가임을 잘 보여준다.”

마티스, 마네 등의 거장(巨匠)과 인상주의·낭만파 등에 관해 많은 책을 썼던 미술비평가 피에르 쿠르티용은 “루오에게는 모든 테마를 결합시키는 하나의 테마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신약 성경”이라며 이렇게 썼다.

스페인의 국민화가 엘 그레코는 르네상스의 이상인 ‘조화와 균형’을 거부한 반(反)고전주의 ‘매너리즘’의 대가. 네덜란드의 바로크 화가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마술사’라 불린다. 루오를 전 시대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한 ‘성안’은 어떤 작품일까. 굳이 비행기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지 않아도, 대전시립미술관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에서 궁금증을 직접 풀 수 있다.

▲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타피스트리·루오재단소장) ⓒGeorges Rouault /ADAGP, Paris-SACK, Seoul, 2006

루오는 ‘성안’을 일생 동안 여러 판화와 회화에서 다뤘다. 이번 특별전 전시에도 판화연작 ‘수난’과 ‘악의 꽃’을 비롯, 성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이 가운데 2전시실의 일본 요시이재단 소장 유화 ‘성안(1929~1939)’과 프랑스 파리 루오재단 소장의 타피스트리(다양한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벽걸이) ‘성안(1935)’은 바티칸에 있는 ‘성안(1946)’과 함께 루오의 대표적 성안 작품. 두 작품의 표정과 색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일본 미술품 콜렉터 초조 요시이(吉井長三)씨는 “일본 키요하루 시라카바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인 ‘성안’이 외부에서 전시되는 것은 미술관 역사상 최초”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6.05 22:49 27′ / 수정 : 2006.06.05 23:06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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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전- 루오를 만난 사람들 ^^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展이 지금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입니다.

다음달 8월 27일까지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신문 지면을 통해 많이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의 설움일까요. ^^;;;

전시 홈페이지는 http://www.rouault2006.co.kr/이고,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는 http://dmma.metro.daejeon.kr/ 입니다. 안내전화는 (042)-602-3200 입니다.

KTX를 타면 대전역에서 얼마 전 개통된 대전 지하철로도 갈 수 있고(내려서 조금 걸어야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IC나 유성 IC로 빠져나와도 금방입니다.

서울 사는 사람들도, 한 번쯤 볼 만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겐, 놓치지 말라고 强勸하고 있습니다만… ^^;;;

아래는 <루오를 만난 사람들> 기사입니다.

게재 순서대로 이희철 KAIST 나노팹센터 소장, 전시를 위해 수주간 교육 받고 일일 도슨트(Docent : 박물관, 미술관 등의 전시 안내인)으로 나선 ‘평범한’ 아빠들, 문화 나들이를 나선 충남 논산 금강대 총장과 학생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기관장들,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김흥수 화백 순입니다.

“巨匠의 일생을 엿보는 즐거움”

루오를 만난 사람 – 이희철 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


▲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이희철 소장. 전재홍기자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巨匠)의 일생을 엿볼 기회 아닙니까. 루오의 작품·유품 240점을 한 데 모으다니…. 세계적으로도 드물 거예요.”

25일 대전시립미술관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 이희철(李熙哲·52) 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은 평소 냉철한 과학자의 모습을 조금 벗어나 들떠 있었다. 그는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핵심기술 나노연구 활성화와 지원의 총괄 책임자. 바쁜 와중에도 볼 만한 전시는 빼놓지 않고 찾아 다니는 숨은 예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루오전은 벌써 두번째 발걸음이다.

“전시장 맨 끝 작품 ‘사라’의 깊은 터치와 두터운 질감을 보세요. 화집에서 보던 평면적 느낌과는 전혀 다르죠? 루오가 이 작품을 그렸을 때 여든살이 넘었어요. 평생 쉼 없는 거장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는 과학자와 예술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창조적 과학영재를 길러내기 위해 과학에 음악·미술 등 예술이 결합된 교육과정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는 것. 그는 “무한 경쟁시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창의성”이라며 “새로운 시각과 직관력을 키우는 데 뛰어난 예술품을 자주 접하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는 “뭔가 잃어버린 부분이 채워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 느낌을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태훈기자
입력 : 2006.05.25 23:40 17′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니 그림이 더 예쁘지?”
루오를 만난 사람 – ‘1일 도슨트’로 나선 아빠들
6주 교육 후 아내·자녀에 전시 설명
“모처럼 제대로 아빠 노릇해 뿌듯”


▲ 김성호(오른쪽)맨씨가 가족들에게 루오의 작품‘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녀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루오는 말이야. 야수파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아빠, 나 배고파”

26일 저녁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대기업연구소 연구원인 허태경(35)씨가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녀들’ 앞에서 6살 난 딸 영서에게 그림을 설명해주느라 진땀을 빼는 중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환했다.

연구원, 의사, 벤처기업 대표 등 바쁜 생활 탓에 예술과는 큰 인연을 맺지 못했던 16명의 ‘아빠’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루오전에 왔다. 이 ‘아빠’들은 지난 4월부터 매주 금요일 총 6차례의 교육에 참여하고, 가족을 루오의 작품세계 속으로 안내할 자격을 얻은 ‘1일 도슨트(docent·지식을 갖춘 안내인)’.

허 연구원은 “딸 아이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였다”며 “처음엔 아내가 ‘한 번 해보라’며 등을 떠밀어 시작했지만, 모처럼 제대로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소외층의 공연·전시관람 지원이나 예술·생태 안내인 교육사업 등을 벌여온 대전문화복지협의회(cafe.daum.net/cultwel)가 ‘어머! 미술관에 우리 아빠가’라는 제목으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

“평생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노력하고 연구한 화가였대. 물감도 자기 나름대로 개발해서 쓰고….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해봐.”

작년 중견기업을 퇴직한 이상직(49)씨는 ‘성안’, ‘사라’ 등 루오의 후기 명작들을 부인(48)에게 안내하는 중. 그가 루오 그림의 두터운 입체감을 강조하며 “이렇게 옆에서 한 번 보라”고 하니 부인도 “그러네, 튀어나와 있네”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1일 도슨트 남편’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노력이 가슴 뭉클하잖아요. 98점!” 부인의 점수가 무척 후하다. “아빠는 맨날 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림 공부하느라 시험쳤느냐고 묻던걸요?”

대덕의 광학장비 벤처기업 ㈜텔레옵틱스 김성호(45) 대표는 부인과 함께 유림(10) 유진(7) 자매를 데려왔다. 성경 속의 인물들을 그린 그림 앞에서 “엄마가 너를 예뻐해주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니까 그림이 자꾸 예뻐지지?”하며 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아빠를 올려다 보는 어린 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대전에 신경정신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박흥수씨는 부인 문경애(53)씨, 대학생 아들 정대(25)씨와 함께 왔다. 문씨는 “루오의 손자가 ‘할아버지의 작품에 공감할 수 있다면 됐다’며 큰 금전적 요구 없이 이번 전시에 협조해줬다는 얘길 듣고 ‘프랑스는 역시 성숙한 사회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협의회 박숙영(49) 기획팀장은 “아빠들이 굉장히 열성적이어서 6주 과정을 마치는 동안 해외출장 같은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결석이 거의 없었다”며 “함께 추억을 만든 가족 뿐 아니라 문화 체험이 필요했던 아빠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5.28 23: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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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巨匠 만나 기뻐요”

루오를 만난 사람 ― 금강대 조성환 총장과 학생들


▲ 6일 루오전을 찾은 금강대학교 조성환(앞줄 가운데) 총장과 교직원, 학생들이 도슨트로부터 양면화(양쪽면에 그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재홍기자

“자화상이요. 눈빛이 꼭 살아있는 사람 같았어요.”

6일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충남 논산 금강대의 중국인 교환학생 곽뢰(郭磊·29·중국어문학)씨는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묻자, 손으로 두 눈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금강대 조성환(趙成桓) 총장 직무대행이 직접 학생 20여명을 이끌고 루오전을 찾았다. 지난 2003년 불교 천태종이 논산 상월면에 세운 금강대는 수능 2등급 이상의 학생을 한 해 100명만 ‘소수정예’로 선발, 전교생을 무료로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며 전액 장학금까지 지급해 유명세를 탔었다.

“전문지식만큼 문화적 소양도 중요하니까요. 매달 학교 지원으로 학생들이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강대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피아니스트를 학교로 초청해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경기도 이천 도자기축제 등 대형 행사도 단체로 다녀온다. 전교생이 400명 뿐이고 기숙사에 얼굴을 맞대며 생활하다 보니 모두가 가족 같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금강대 학생들은 주로 외국인 교환학생과 학교 홍보도우미로 활약 중인 학생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나머지 학생들도 단체로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다.

자유로운 복장과 표정 만큼이나 젊은 대학생들이 느끼는 루오의 모습도 각양각색. 지린성 사범대 출신으로 금강대 어학원에서 한국어 연수 중인 진려염(33)씨는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재미있어요”라고 했다. 프랑스 입양인 출신으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임마누엘 그레오(24)씨는 “프랑스에서도 못 본 그림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돼 즐겁다”고 했다.

조 총장은 “법정에 선 가난한 피고인과 부유한 법관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킨 ‘피고(1907)’가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인솔을 맡은 서문성(徐文成) 통상행정학부 교수는 “서울에서나 가능했던 대규모 전시가 대전에서 단독으로 열리게 된 것 자체가 지역의 문화적 성숙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힐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6.06 23:18 31′
대덕특구 루오를 만나다
기관장 단체 관람… “특구도 공동체 문화 필요하죠”


▲ 루오전을 관람하고 있는 대덕특구 기관장들. 전재홍기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이 27일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기관장들이 단체 관람을 온 것.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시간을 쪼개 대전에 온 현대미술의 거장을 만난 기관장들은 “바쁜 연구활동에 지친 특구 식구들도 전시를 돌아 보고 재충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구본탁 회장은 “외국의 선진 산업 클러스터(Cluster)들은 고유의 문화적 색채를 갖고 있다”며 “대덕특구가 진정한 클러스터를 지향한다면 거장(巨匠)의 작품을 통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고유의 공동체 문화와 의식 형성을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 회장 외에,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 김옥경 원자력환경기술원장과 문찬국 부처장, 양규환 한남대 대덕밸리캠퍼스 부총장, 정지일 조폐공사기술연구원장, 대덕특구 기관장협의회 이정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 28일에는 배재대, 한밭대, 우송대, 침례신학대 등 지역 대학의 총장들이 함께 루오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이태훈기자
입력 : 2006.06.27 23:18 25′
巨匠과 巨匠의 만남
루오를 만난 사람 – 김흥수 화백


▲ 루오전을 관람하고 있는 김흥수 화백 부부. 전재홍기자

29일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짙은 파란색 빵모자를 쓰고 같은 색 셔츠를 편안히 늘어뜨려 입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걸음을 옮겼다. 짙은 색 안경과 부슬부슬 긴 흰 수염까지 평소 모습 그대로다. ‘하모니즘 회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김흥수(金興洙·87) 화백. 44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스승의 아내가 돼 화제를 모았던 부인 장수현(張壽賢·43)씨도 함께 왔다.

“마티에르(질감)가 어떤지 보는 거야.”

유화작품 ‘객석’(1940) 앞에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한참 살피는 김 화백에게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자화상’(1920~21), 서커스와 광대의 모습을 그린 판화 연작 등 앞에서 노화가는 한동안 발걸음을 멈췄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여체 누드를 많이 그려온 작가여서일까. 그는 루오의 작품 중 드물게 여체 누드가 집단으로 등장하는 ‘가을’(1938) 앞에서도 한참을 머물렀다.

유화와 타피스트리 ‘성안(聖顔)’ 앞. “만년의 작품들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한국의 거장은 바다를 건너온 프랑스 거장의 황혼에 스스로를 비춰보고 싶은 듯 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6.29 23:28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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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전-어떤 전시일까요. ^^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展이 지금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입니다.

다음달 8월 27일까지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신문 지면을 통해 많이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의 설움일까요. ^^;;;

아래는 초반전시 현장 스케치나 전시 소개용으로 썼던 기사들입니다.

그동안 제가 쓴 작품 소개기사와, 루오전에 온 사람들의 얘기를 쓴 기사를 따로 두 묶음으로 올리겠습니다.

전시 홈페이지는 http://www.rouault2006.co.kr/이고,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는 http://dmma.metro.daejeon.kr/ 입니다. 안내전화는 (042)-602-3200 입니다.

KTX를 타면 대전역에서 얼마 전 개통된 대전 지하철로도 갈 수 있고(내려서 조금 걸어야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IC나 유성 IC로 빠져나와도 금방입니다.

서울 사는 사람들도, 한 번쯤 볼 만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겐, 놓치지 말라고 强勸하고 있습니다만… ^^;;;

“아빠, 우리도 루오 그림 보러 가요”

佛화가 ‘루오 특별전’ 대전시립미술관서 8월까지
‘베로니카’ 등 걸작 225점 전시
미술관 옆엔 아트홀·수목원… 그림도 보고 나들이도 가세요


▲ 4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루오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판화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한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18 71~1958) 특별전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4일부터 관람객을 맞았다.

루오는 독창적 기법으로 매춘부·부랑자·판사 등 다양한 인간상을 표현한 프랑스 화가. 대전시립미술관·대전일보사·대전문화방송·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한 이번 전시는 그가 일생에 걸쳐 제작한 유화·판화 등 225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베로니카’, ‘성안’, ‘미제레레’, ‘파란 피에로’ 등 대표작이 망라됐다.

◆“교육적 가치 있는 나들이”

“어제 중간고사를 마쳤거든요. 아이들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교육적 가치도 있다고 생각해 전교생이 왔습니다.” 4일 오전 루오전 관람을 마친 대전 동화중학생 330명은 까르르 웃어대며 미술관 앞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권미향(43) 교사는 “아이들은 처음엔 놀이공원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막상 루오전 관람을 마치고 나니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사학자가 꿈이라는 2학년 서누리(14)양은 “어려운 용어가 많고 색채감도 아직은 잘 모르지만,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독창적 굵은 선과 두터운 터치

조르주 루오가 대화가로 성장하는 데는 외할아버지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한다. 루오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를 따라 파리의 주요 미술관을 오가며 도미에·마네 등 거장의 그림을 만났다. 이 영향으로 예술가의 꿈을 품었고, 10대에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성인이 된 뒤 국립미술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트리오’가 그렇다. 서커스의 어릿광대 세 명을 그렸는데, 굵은 검정색 외곽선과 두터운 터치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한다.

◆주변에도 다양할 볼거리들

미술관 바로 옆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는 5일 극단 ‘톰방’이 제주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3차례 공연한다. 앙상블홀에서는 어린이뮤지컬 정글북도 공연된다.

688종 72만 그루를 보유한 한밭수목원도 미술관 옆에 있다. 자갈 밟는 소리와 대나무숲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색색의 나무를 만나는 ‘감각정원’이 유명하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2만여종의 희귀 곤충을 전시한 세계곤충체험전, 원자력체험전을 열고 있다.

루오전은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중·고생 8000원, 유치원·초등학생 6000원. 홈페이지 www.rouault2006.co.kr 안내(042)602-3200

루오전 주변 맛집

루오전이 열리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있는 대전 서구 만년동 일대엔 이름난 식당이 밀집해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비아로마는 양송이로 끓여내는 ‘버섯스프’와 ‘모짜렐라 치즈샐러드’가 일품. 신선한 스테이크도 인기다. 버섯스프·피자·파스타·샐러드 등이 포함된 세트메뉴(3인 기준 3만9000원)면 비싸지 않은 편이다. (042)488-8044. 중식당 천년의 정원은 샐러드와 류산슬, 주방장 특선요리, 새우요리, 고추잡채, 식사, 디저트가 포함된 A~C 코스(1인당 1만5000원~2만5000원)가 유명하다. 동양 고(古)가구와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꾸민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 (042)485-1796~8. 버섯과 두부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식당 두부마을도 있다. 두부버섯전골(2만5000원~3만원)과 정식(8000원~1만5000원)이 주메뉴. 버섯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두부과자도 판다. (042)483-9605.

대전=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5.04 23:50 23′ / 수정 : 2006.05.04 23:53 02′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전시" –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대사

3일 오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전(展) 개막식. 4일 일반 관람에 앞서 감상 기회를 가진 참석자들은 “과연 ‘20세기 미술의 거장’의 명성 그대로”라고 감탄하며 작품 앞에 선 채 발걸음을 옮길 줄 몰랐다. 이번 루오전은 전시작 보험가액만 500억에 달하는 초대형 전시. 2004년 9월 루오의 외손자에게 처음 유치 의사를 전달한 뒤 1년 8개월여 20여명의 전문 인력이 이 전시에 매달렸다. 필립 티에보(Philippe Thiebaud•50) 주한 프랑스 대사는 “루오의 작품 200여 점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자리는 세계적으로도 최근 십수년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간단한 경과 보고와 테이프 컷팅을 마친 뒤, 이지호 시립미술관장이 개막식 참석자들의 첫 관람 안내를 맡았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루오가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시절 그린 초기작 ‘은둔자’. 이 관장은 “누구보다 겸허하고 자신에게 진지했던 루오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에 아파했던 속 깊은 예술가였다”며 “즉흥적이고 가벼운 현대 문화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와 영혼의 울림을 마음에 담아가시기 바란다”고 했다.
루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성서 속의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이다. 루오 재단에서 대여한 태피스트리 ‘성안(聖顔)’과 퐁피두센터가 내준 ‘십자가에 걸린 예수’ 등이 눈에 익다. 하지만 루오는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계층에 눈을 돌린 가슴 따뜻한 화가이기도 했다. 삶에 지친 고단한 창녀를 그린 ‘소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고통과 슬픔을 감춰야 하는 광대들을 그린 ‘듀오’, ‘트리오’, ‘파란 피에로’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인간을 재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던 루오는 ‘피고인’, ‘악의 꽃’ 연작 중 ‘재판관’ 등 법정에 선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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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초기작에서 뚜꺼운 윤곽선 속에 투텁게 물감을 칠해 마티에르를 살려낸 후기작으로 넘어가며 참석자들은 더욱 전시에 몰입해 갔다. 특히 ‘베로니카’와 ‘서커스의 꼬마 마법사’ 등 파리 퐁피두 센터가 대여한 1940년대 작품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대표적 미술품 수집가인 요시이 갤러리 관장 초죠 요시이(72)씨는 “일본에서도 이정도 규모는 드물다, 정말 대단하다”며 “돌아가면 신문•잡지 기자들에게도 꼭 한국 대전의 루오전을 보러 가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48) 국회의원은 “프랑스에 갔을 때 루브르는 못 봐도 루오는 꼭 봐야 한다는 대사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퐁피두센터에 들렀던 기억이 새롭다”며 “아이들 손잡고 꼭 다시 오겠다”고 했다.
전시회 성사에 산파역을 한 재불(在佛) 화가 김인중 신부는 “루오는 한국 서양화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끼친 ‘화가들의 스승’과 같은 존재”라며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치 기적같다”고 말했다.
대전=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루오전 오늘 개막

‘文化중심 대전’서 루오를 본다

‘조르주 루오’를 들어보셨는지. 미술 교과서 어디선가 본 듯한 ‘미제레레’ 연작과 ‘돌아앉은 나부(裸婦)’. 검고 두꺼운 마띠에르로 표현한 쉽게 감정이입하기 쉽지 않은 화면들. 하지만 ‘한 그림’ 한다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언급하지 않으면 안됐던 바로 그 사람.

가까운 듯 했지만 한없이 멀기만 했던 루오, 그가 한국에 온다. 서울도, 부산도, 광주도 아닌 대전. 대전 단독 전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3일 오후 4시 미술관 2층 로비에서 루오의 친손자인 장 이브 루오 등 루오 재단 대표자와 전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회 개막식을 갖는다. 일반 관람은 4일부터 시작된다.

◆대전 문화 수준 보여줄 전시

대개 전시나 공연은 관람객의 수준과 규모를 봐가며 유치하는게 현실. 솔직히 지금까지 대전에 단독 전시나 공연이 드물었던 것은 ‘볼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대전시에는 작년 2월 스위스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이 단독 공연을 가졌고, 2003년 10월 일본 텔레만 앙상블이 단독 공연을 갖기도 했다. 올해 3월엔 프랑스 리옹 발레단이 경기도 성남과 대전에서 공연을 갖는 등,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대전이 먼저 발제하고 다른 지역 대도시가 따라오는 양상이 됐다. 그리고 오늘, 대전의 문화 수준을 확인케 할 또 하나의 전시가 문을 연다. 20세기 초반 야수파와 초현실주의의 거센 흐름 속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지켰던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루오전(展). 그의 작품은 영혼을 지킨 예술가의 전범(典範)이자,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꼽힌다.

▲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들이 전시 작업을 위해 루오의 작품을 조심스레 옮기고 있다. 전재홍기자

◆루오를 만나요

오늘 개막하는 루오전은 루오의 초년부터 말년에 이르는 다양한 대표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로 이번이 처음이다. 19세기 말 정치적 격변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루오의 초기 작품부터 1958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에 걸친 대표작 240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일본 요시이 미술관의 ‘성안’등 두 점과 이데미츠 미술관 소장품 ‘수난’ 등 4점 포함, 일본에서도 총 6점이 현해탄을 넘어왔다. 특히 유화와 크레용, 수채화 등 회화 작품 외에 ‘악의 꽃’, ‘그리스도의 수난’ 등 판화 연작들이 동판화 원판과 그가 생전에 쓰던 붓, 팔레트, 책 등 희귀한 유품들과 함께 공개된다.

전시회 기간인 4일에는 루오의 손자인 재단이사장 장 이브 루오와 올리비예 누아이예의 강연회, 13일에는 프랑스, 일본, 한국 석학 초청 루오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시립미술관은 전시기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작품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태훈기자 libra@chsoun.com
입력 : 2006.05.02 23:45 01′
[루오展 개막 D-2] “귀하신 몸 모시는데 특급경호 당연”
전시작 보험가액만 500억!
특수박스 55개… 호송팀 1만㎞ 동행


▲ “귀한 작품 조심조심….” 28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판화 작품을 배열하고 있는 전시 진행요원들. 전재홍기자

‘영혼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의 특별전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루오의 작품 세계를 전 시기에 걸쳐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대전에서만 열린다. 이번 전시작 225점은 보험가액만 500억원대에 달하는 데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닌 귀한 예술품들이다. 이 때문에 수송 작전과 안전 조치 등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프랑스에서 대전까지

전시작 중 72x57cm 크기의 ‘뒤돌아 앉은 나부(1919)’ 한 점만 해도 작품 가액이 200만 유로(원화 약 24억원). 이 고가의 작품들이 소장돼 있던 프랑스의 조르주 루오 재단과 퐁피두 센터 등 주요 미술관을 떠나 대전시립미술관으로 오는 1만여 ㎞의 여정은 전문가와 호송팀이 따라붙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항온·항습 기능을 갖춰 특별 제작된 운반용 박스만 프랑스 55개, 일본 2개에 이른다. 가장 큰 것이 높이 2.3m로 박스 제작 비용만 1억원이 들었고, 총 중량은 6t에 달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루오전 운영팀의 미술품복원전문가인 김문정씨와 파리 퐁피두 센터의 쿠리에(작품 대여 담당자)인 다니엘 르그 두 사람의 호송관이 전 과정에 동행했다.

◆보험 가액 무려 500억

작품을 대여해 준 프랑스의 조르주 루오 재단, 퐁피두 센터, 파리시립미술관, 그르노블미술 관, 릴미술관, 말랭갤러리와 일본의 이데미츠 미술관, 요시이 갤러리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행한 사태에 대비한 보험 가입에서도 깐깐한 태도를 보였다. 전시작의 총 보험 가액은 500억원에 달한다. 전시 관계자는 “이것도 재단 측이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본래 가치의 절반 정도로 낮춰 잡은 금액”이라고 귀띔했다.

루오 재단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재보험사 악사(AXA)를 지정했고, 퐁피두 센터 역시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블랙월그린 보험사를 고집했다.

전시회 주최 측은 지난달 25일부터 루오 작품들의 포장 해체 작업에 들어가, 28일부터 전시실 설치를 시작했다. 여기에 맞춰 일본 이데미츠 미술관과 요시이 갤러리의 쿠리에도 도착, 닷새 정도 걸리는 설치 과정을 ‘감독’하게 된다. 설치 위치 역시 루오 재단과 대전시립미술관이 긴밀히 협조해 가장 이상적인 자리를 선정했다.

작품이 인천공항 세관을 거쳐 대전에 입성한 22일 오후 호위를 맡았던 대전 둔산경찰서는 전시 기간에도 대전시립미술관 주변을 30분에 1번씩 순찰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 예정. 전시 기간에는 20여명의 운영 요원이 낮 시간대 작품을 지키고, 전시가 종료된 저녁 시간에는 전문 경비업체가 계속 순찰을 돌게 된다. 각종 전자 방범장비가 설치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04.30 23:1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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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展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다

“루오 선생, 예서 다시 뵙는구려”
루오를 만난 사람- 시인 김지하와 유홍준 문화재청장
“젊은 시절 루오의 그림에 열광 친구집서 圖錄 들고 나오기도”


“저 사람(루오)의 비밀은 윤곽선에 있어요. 세계를 포착하고 요약하는 방법이지. 우울에 젖은 세계의 핵심 신비가 윤곽선이야. 내부의 고통과 외부로부터 오는 빛, 심적 고난과 인간의 자율성, 그런 것들이 부딪쳐 경련을 일으키는 순간. 그것이 윤곽선이지.”
노(老)시인은 그가 지내온 세월만큼이나 깊은 쪽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았지만 그림을 보는 눈은 밝고, 침묵하다 슬쩍 흘리는 문장엔 여전한 힘이 있다.
시인 김지하(金芝河). 1941년생이니 벌써 환갑을 훌쩍 넘겼다. 어둠의 세월을 일갈한 시집 ‘오적(五賊)’과 민청학련 사건, 잦은 투옥과 고난의 시대를 살아내며, 선생의 현재는 시인이라기보다 차라리 스승이다. 선생이 11일 평소 호형호제하는 유홍준(兪弘濬•57) 문화재청장과 함께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특별전을 보기 위해 대전시립미술관에 왔다.
“(루오의 그림 역시)고통과 구원, 어둠과 빛의 문제를 담고 있어요. 젊을 때 내면적으로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어. 성화(聖畵) 앞에 서면 눈부신 흰 빛과 흉칙한 그늘이 계속 비쳐서 도저히 계속 미사를 드릴 수가 없었지.”
루오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카톨릭 신앙인이었던 젊은 시절을 뭉뚱그려선 “간단하죠”라며 이렇게 답했다. 이런, 결코 간단치가 않다. 몇해 전 펴낸 회고록 ‘흰 그늘의 길’에 썼던, 그가학창시절 친구 집에서 루오의 도록(圖錄)을 훔쳐 나온 얘기를 꺼내자 “아이쿠~ 허허허”하며 손을 내젓는다.
“책 자체가 드물고, 외국책은 더 비쌀 때야. 근데 색감도 좋고 영어해설도 너무 좋은 거야. 얼른 집어 넣고 나와버렸지. 그런데 그걸 또 누가 가져가버렸어요. 훔친 거라 그런가 봐.”
선생의 발길은 미제레레 연작 앞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사형수를 그린 ‘인간은 늑대이다’ 근처에 가자 유 청장이 “저기 목 매달은 거 있네”하며 운을 뗀다. 선생은 보기도 전에 “아, 늑대!”하며 반가워 한다. ‘국가의 기증 요청을 받고 내준 그림으로 지금은 퐁피두센터 소장’이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은 반응은 “아, 엿이나 먹어라, 그랬구만.” 세월도 선생의 반골(反骨) 기질은 비켜간 모양이다.
“루오의 말년은 결국 ‘이콘’(Icon•주로 그리스도, 성모, 성자를 그린 동방교회 문화권의 예배용 그림)으로 돌아간 거야. 새로운 시대의 렘브란트지. 자기 나름으로 렘브란트의 어둠과 빛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거야.” 선생의 말에 유 청장은 “같은 과(科)라도 뭉크는 소리지르고 키리코는 냉정하게 깔아버리는데, 루오는 다 안고 살아가니까”라며 맞장구를 친다. “판소리로 치면 ‘시김새’(뱃속 깊숙이 소리를 변화시키는 판소리의 본질적 발성법)야. ‘삭힌 소리’지.”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거장의 그림은 더 빛났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