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 역에서

아침에일어나니머리가아팠습니다.

편두통의시작인가봅니다.

참아볼까하다가

‘타이레놀’을한알먹습니다.

내게이편두통이란아프기시작하면하루종일아품니다.

아파본사람은알겠지만아주기분나쁜통증입니다.

창밖은희뿌연안개가커텐을드리운것같습니다.

이런날에편두통이란정말우울에빠지기십상입니다.

늦은아침을먹고나니이젠배가아파옵니다.

수수알갱이만한환약소화제를12알쯤먹습니다.

정말오늘은내인내심도어쩔도리가없는날입니다.

그냥가방하나달랑어깨에메고집을나섭니다.

마을뻐스를타고가1호선을탐니다.

그리고멍청이앉아있습니다.

머리는아직도띵하고뱃속도편찮고….

출근후라사람이없어거의텅비어있습니다.

그렇게멍청이앉아있다가

"갈아타십시요"라는안내의마지막’멘트’에

나도모르게내렸습니다.

그곳이어딘지,무엇으로갈아탈것도생각없이….

사람들이빨려가듯층층대로내려갑니다.

나도내려갑니다.

회기역이랍니다.

생소합니다.

한번도와본적이없는곳입니다.

한쪽은"용산"반대쪽은"덕소"

‘덕소,도농’알수없는곳

이곳은도리어내가이방인이되어가는곳입니다.

또긴의자에멍청이앉습니다.

기차가서로반대쪽으로몇번인가지나갔습니다.

난여전히앉아있습니다.

어느곳도내가갈곳이아닌듯싶어서요.

갈아타야된다는것은내게부담이되어옵니다

인생살며꼭갈아타야할때가오겠지요

그러나오늘은갈아타는게두려워저서

그냥앉아있습니다.

꾸물거리던날은마침내비가되어내리고

"덕소"라는빨간글자는

비오는그우중충함을배경으로선지빛빨강으로빛납니다.

마지막세상을향하여부룹떳던

그핏발선눈동자처럼요

가슴가득서러움이밀려옵니다.

집을나서는게아니었습니다.

커피,설탕,프림을넉넉히

머그잔가득하타서홀짝홀짝마셔야했습니다.

아니면

늦여름담가놓은포도주를

긴그라스에가득채우고조금씩조금씩마시며

아랫입술을꽉꽉깨물며참아야했습니다.

나는일어섭니다.

홀린듯예까지온길을되돌아갈려구요.

내일상으로되돌아갈려구요.

층층대를오르고

집쪽으로가는전철을기다리며

노란정지선위에서있습니다.

비오는우중충한회기역에서…..

200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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