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질

고3이되었을때

나는아버지께대학가는거에대해서말하지않았다.

아버지도나에게아무말씀안하셨다.

서로이야기는안했지만집안형편상

대학에갈수없다는것을나는안다.

아버지도말로내게’못보내겠다’고차마못하시지만

내가이해해주리라믿으셨으리라.

아버지는늘그러셨다.

속으로굉장히미안해하셨으리라는걸나는안다.

밑으로3살터울로4명이나동생이있는데……

나는얼른취직해서아버지를도와동생들을교육시켜야하는

큰자식으로의의무가있다.

터울이많은언니는이미결혼한상태다.

고3이되면서취업반으로옮겼다.

지금같지않아서그때는대학가는사람이별로없었다.

더군다나여자들은…….

먹고산다는것이무척힘들었던때였다.

대학가고싶은마음에대학시험을치르고합격은하지만

등록못하는애들이많았다.

그자리를잘살지만지력이부족한부자집딸들이들어앉았다.

내친구몇명도그짖을했다.

그허탈감은아니한만못한거였다.

나는아예취업반에들어갔다.

상업,부기,주산하나도내게만만한것은없었다.

더구나,주산……

나는주판자체가없었다.

주산시간이되면옆방으로빌리러다녔다.

주산선생님은내이름을부르며

"딱한번만손들고정답좀맞춰받으면소원이없겠다.

너수학은잘하잖아."

난빤빤스럽게웃기만했다.

그런데그해10월쯤막동복으로갈아입을즈음

주산선생님이새로왔다.

대학교2학년이라했다.

주산시간이맨마지막시간으로밀렸고토요일로바뀌었다.

여학생들은긴장했다.

겨우1~2살차이의젊은남자선생님이라니……

키가훤칠하게크고체격이당당하고잘생겼다.눈망울이

서글서글한게여학생들의마음을사로잡기에

충분하고도남았다.

주산선생님도긴장한듯했지만시침딱떼고

냉정하게잘했다.그러니더욱더…….

주산시간이몇번지난뒤그주산선생님이

내곁에오더니방과후에어느교실로오라고했다.

아이들의온시선이내게로쏠린건당연했다.

그빈교실로갔더니기다리고있다가날보고웃었다.

공부시간의그냉냉한얼굴이아니다.

"너나,모르겠어?""???????????????"

무슨날벼락치는소리야!!!

그러면서국민학교때다녔던그섬학교얘기를했다.

그래도난기억이안났다.

머리만뒤숭숭하고아파왔다.그때는

"잘생각해봐."하면서헤어졌다.

내친구순자가집요하게물어왔지만난아무말도

안했다.집에와서엄마에게물어봤다.

그섬은엄마의친정이었기때문에…..

누군지는모르겠고엄마의친정조카가그집으로

시집을갔단다.그집안의어느아들인가보다고…..

‘그렇다면사돈에팔촌이잖아…….’

다음주산시간에또그곳에서만나자고…..

그교실에가니그는안오고…..잠시후문을열고

들어오는데그모습에서얼핏시골아이하나가떠올랐다.

키만크고깡마른얼굴에커다란눈만걸려있고

입주위에언제나부스럼이나있던아이….

"정남이하고같이다니던…."

"이제생각나냐!"

나보다두학년위였으니이름도몰랐다.

지금도유일하게기억할수있는정남이하고

한동네살아서늘함께다니던키큰아이였다.

그리고나는4학년되면서그학교를떠났었다.

주산선생님을바라보던긴대열의여학생중에서

내가제일먼저떨어저나갔다.

내친구순자는내설명을듣고눈이빤짝빤짝빛났다.

시기질투의모습은사라지고

벼란간호의적으로바뀌었다.

나는다시주판을팽겨처버렸다.ㅎ

가을이깊어으시시한기가올무렵

내친구순자가내게은근히왔다.

주산선생님댁에가자고난딱거절했다.

며칠을집요하게물고늘어진다.

"나집도몰라."내가알아놨어""뭐라구"

솔직히한대때려주고싶었다.

동인천에서시외버스를타고도화동에내려

지금은짐작도못하겠지만

논뚝길을요리조리걸어어느농가에도착했다.

순자가주산선생님을불러내고……

대문을들어서는데왼쪽으로막시죽을먹고트름하는

암소의뜨거운콧김에기절하며뜰안에들어섰다.

주산선생님의아버지가마루끝에서계시고

주산선생님은나를앞세워설명을드린다

아버지이름도나오고언니이름도나오고

반갑다고어서!어서들어오라고귀한손님이라고…..

안방에들어가무릎꿇고앉아주산선생님아버지가

말씀하시는…..아버지어머니안부,작은아버지

고모들의안부…..

주산선생님의어머니가잘익은홍시를가지고

들어오시며먹으라고하시며,또안부….

홍시는먹을생각도못하고나는계속예,모르겠는데요.

같은짤막한대답을하며

오금이저려오도록앉아있는데

내친구순자는주산선생님방에들어가

연애질하고있었다.에~~~휴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