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쨩이라는남자아이가있었다.

얼굴은못봤지만

엄마가"시게쨩네…""시게짱엄마…"그러실때마다

그이름에묘하게끌리곤했다.

무슨이름이시게쨩야…그러면서

물론일본식이름이다.

며칠전국민학교친구들이아픈친구집에

병문안을빙자로모여놀던날

한친구가내게말했다.

"난네가부러웠어!""뭐가!"

"네이름은子가아니잖아!"

그러고보니5명중4명이한자,광자,숙자,영자

나보다한두살많던지한두살적든지子자이름이많았다.

연예계에서도부자,정자.혜자,민자…..

나이가좀많다하면그렇다.

극성스럽게창씨개명을독려하고

일본군에끌려갈까봐딸들일찍시집보내고

집안의놋숟가락까지공출해가던때

일본이마지막"발악"을할때

그불확실한시대에우리들은태어났다.

우리아버지는어떻게子자를비껴가셨을까

언니도나도동생도그밑에동생도…

우리아버지는자식들출생신고도양력생일로올리셨다.

거의음력을쓰던그때에

그래서때때로그나이에양력생일이냐던가

시대에어울리지않는예쁜이름이란말을듣곤했다.

나아는분중에이름이’애기’인사람이있다.

‘애기야애기야’부르다호적에그대로올린예다.

또’이쁜아이쁜아’부르다’立粉’으로호적에올린이도있다.

난어렸을때

남자가아니고여자라는데불만이있었다.

내이름3자에다ㅇ(동그라미)가있어서싫었다.

그렇지않아도얼굴이동글동글해서싫은데이름까지…하면서

지금도그렇지만여자라도좀남자같은이름이좋다.

내이름은예쁘기는한데너무여자다웠다.

국민학교고학년때도시로전학을오니子자이름은훨신적은대신

내이름이촌스러워보였다.그래서내이름이

‘기주’였으면좋겠다고내내생각했다.

그리고중학교때는’지선’이

어차피우리집안의남자애들의이름끝에자가’善’인데

나하나쯤’지선’이라고불러주면뭐가어때서…..

고등학교때또다른이름을만들었다.

지금의내블로그이름이다.

나는오랫동안그이름을숨겨두었다.

그리고조선블로그를시작하며마침내세상에나타난

그이름해연(海燕)한문을그대로풀이하면’바다제비’다

그런새가실재로있는지없는지나와는상관이없다.

나는이이름에흥분했다.

이보다더좋은이름은세상에없는것이라고생각했다.

이해연이란이름엔

실제로의나와는좀다른많이미장된모습으로보여진다.

정확한나이도그얼굴에나타나있는늙음도읽어내지못한다.

해연이라는이름은상대방에게동년배이거나

더작은나이인듯한착각을하게하는묘한마술도부린다.

나는그것을즐기고있었는지도모른다.

그러던어느날"나이테"라는후배가출몰(ㅎ)하면서

나의즐거움은사라지고초라한할망구가되어버렸다.ㅎ

나는(본이름)해연을조금간격을두고지켜볼생각이다.

그가짧은가방끈과

좁은삶의환경을배경으로…..

33년이라는자유롭지못한삶을살아온뒤의지금의방치된모습으로

조블을얼마큼버티고살아남을지를…..

여학교시절

그의생애중가장찬란했던시절그가그를위해지은

해연이라는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