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네큰아들은벙어리다.
낳면서벙어리가아니라,6살때고열로헐떡일때침을맞고난뒤
들리지가않아서…
6살이면
세상말다하고세상소리다들었을나이다.
나와사촌들은그를’벙어리오빠’라고불렀다.
오빠가들었으면화냈겠지만…
그오빠는성격이활달해서내가놀러가면온몸을다동원해서반가워했다.
알수없는소리를지르며…
내가알아듣지못하고웃고만서있으면잡아끌고가
꼬물거리는강아지도보여주고
시죽쑤는부엌으로끌고가밤,고구마도구어주고…
함지박만하게크게웃는그모습속에오빠의선한마음이꽉들어차있었다.
어느날,사촌들과마당에서놀고있을때.
벙어리오빠의울부짖는소리가들렸다.
벙어리오빠는아버지에게대들고있었다.
몸부림치기도하고발을동동구르기도하면서,엉엉울었다.
이모부는망연한얼굴로먼하늘을응시하고계셨다.
까맣게기른수염이덜덜떨렸다.
말할수없는비애가그얼굴에서려있었다.
‘오빠가왜저래?’
‘가끔그래!!!’
사촌들은아무렇치않게대답했지만,난눈물이났다.
오빠는짐승의표호처럼울부짖으며뒷산으로뛰어올라갔고
이모부는그냥그자리에한참을더서계셨다.
나는동생의손을잡고가만히집으로돌아왔다.
벙어리오빠는들리지않는세상을아버지에게따지고원망했을것이다.
이모부는아들에게말할수없이많이미안했을것이다.
살면서가끔그모습이떠오른다.
그러면나는눈물이난다.
우리가족은그곳에서이사했기때문에자주오빠를볼수없었지만
국민학교1,2학년때다니던분교로올라가는작은언덕에살던
얼굴이동그랗고눈이까맣고,그리고긴머리를하나로땋았던
우리들이오르내리는것을가만히지켜보던벙어리언니가
벙어리오빠의색시가되었다는얘기
아들을넷씩이나낳고잘살고있다는얘기
벙어리오빠가술을너무마셔서걱정이라는얘기
아들들이공부도잘하고모두모두효자라는얘기
나는학교다니고,직장생활하고,결혼하고…
그각박함과번거로운생활속에서그냥스쳐가는바람소리인양
내겐그렇게들렸다.
벙어리오빠가죽었다는소리도내겐다른세상얘기인냥들렸었다.
지난여름
이제는그번거로움에서헤어나마치긴식민지에서의해방된것같은
기분으로동생과그고향을찾았었다.
그리고마지막날벙어리올케를찾아갔다.
올케는우리가들어서자잔뜩경계의눈빛을보내며
‘아무도없다며…’손을흔들어댔다.
이모의딸들이란얘기를할수가없다.
마당한쪽에있는등나무평상에앉아다른식구를기다리는동안
올케는먼발치에서우리를지켜보고있다.
벙어리올케에게는우리가조금씩알고있는수화가안통한다.
나중에알았지만올케에게는올케만의수화가있었다.
가령어머니를표현할때는주먹을뒷머리에댄다.
옛날어머니들의쪽진모습이다.
아버지는수염을쓰다듬는다.이모부가턱수염을기르셨기때문이다.
우체국에다니는시동생은편지를배달하는모습으로…
들에갔던며느리가와서우리를설명하니올케는
얼굴을환하게웃으며온몸으로반가워한다.
그리고우리를끌고간곳은뒷산깨끗하게손질된두개의무덤
이모와이모부의무덤이다.
올케는’아부…엄’이라고했다.
아직도기억하고있는’아버지와어머니의발음’으로…
올케도중간에벙어리가되었구나…
올케는두무덤사이망부석처럼앉아서
동생과내가동심으로돌아가과일나무며들깨,콩이자라는
밭을헤매고다닐때…
빙그레웃으며우리를처다보고있었다.
아주행복한듯한얼굴로…
추석이지나고한달쯤된어느날
동생에게서벙어리올케가죽었다는전화를받았다.
"왜?"
"자살이래…..농약…"
40이되도록결혼을못하고있던올케의막내아들이
지난6월에결혼했다고한다.
들리지않는세상이올케를붙잡고있었던것은막내아들이었던것이다.
올케는시부모의무덤사이에앉아진작부터
죽을생각을했을런지몰랐다.
동생과함께갔던그날도…
"나는못가,너혼자갔다와…"
나는갈수없다.
죽음의자리는지금도가기싫다.
둘째손자핑개를댄다.
며느리산후조리해주어야된다고거짖말을한다.
이제는세상에서해야할일이없고,
들리지않는세상이올케에게무슨애착이있을까.
얼마나수없이죽을생각을했을까?
올케는혼자서무덤가에수없이갔겠다.
가을햇살이곱게내려부서지는무덤가에서
벙어리올케는
들리지않는세상과작별을했다.
벙어리오빠와’들리는세상’에서만나기위해…
200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