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酬酌)걸다, 혹은 “낭만에 대하여”

뒷산에올라능선을타고가다중간쯤에서내려가면작은골짜기에다다른다.

그골짜기에는꽃도많이피고작은시내도흐른다.

비좁지만밭도있고과실나무도있고…

산지기움막같은작은오두막도있어서풍경이좋은곳이다.

그오두막을지나약수터가있고산등성을오르면양지바른곳에무덤이있다.

무덤가에앉아좀쉬었다내려오는것이내산행의단면이다.

그오두막을지나노라면가끔오두막앞의자에앉아

기타를치는사람을만난다.

내가그앞을지나가려면그는기타를그치고내가지나가길기다린다.

보라색흰색도라지꽃이만발하던어느날

그남자는기타를치고나는도라지꽃을찍고…

그러나그남자는그날도기타를멈춘다.

"죄송해요,도라지꽃좀찍으려고…"

"아!!!그러세요."

"기타치세요."

그남자는웃고만있다.

얼른찍고자리를빨리뜬다.

약수터를지나무덤가에앉아있노라니

기타소리가나고그남자가노래를부른다.

산이공명이되어서인지바로옆에서듣는것보다더크게들린다.

—낭만에대하여—

눈온뒤오후에산에올라갔던날

이미나뭇잎은다떨어지고

앙상한겨울나무사이로햇살이제법따듯하다.

나이많은남자들은정자에…

할머니들은훌라후프돌리는마당가의자에…

겨울오후산엔노인들뿐이다.

막정상을벗어나려는데기타소리가…

운동기구옆의자에앉아서누군가기타를친다.

그앞을지나가며…

"안녕하세요,골짜기서기타치시던…"

"예!안녕하세요,사진찍으러오셨어요?"

와~~~이남자도날기억하고있네.ㅎ

"날이따듯해요."

"그래서올라와봤어요."

막50대!하얗고곱게생겼네…남자가,

‘혹시쟈니기타칠수있어요?’

‘쟈니기타요,못쳐요,제가이제막배우는중이라.’

이남자는나보다얌전하고더수집어한다.

문제는나일지모르지만…

‘어떻게부르는건데요?’

나는쟈니기타를고개를끄덕이며한소절불러준다.

‘차분한곡인가봐요.’

‘굉장히…’

‘옛날노래죠?’

‘내가처음들은건60년대초…’

‘어~휴’그는웃으며

‘영화주제음악이에요?’

‘맞아요,여자총잡이…’

‘여자총잡이가…’

그때한남자가끼어들었다.

"여보슈~~~젊은양반."

얼굴이붉으레한분이기타맨에게말을건다.

난슬그머니빠저나온다.

산을내려오는데내뒤에서노래소리가들린다.

—낭만에대하여—

케릭터나이테님

노래이영혜님

낭만에대하여…이영혜

쟈니기타…베잠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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