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있는 그대에게…

답장이늦어져서미안해요.

눈이오면편지쓰겠노라해놓고…

눈이몇번오긴왔어요.

그러나너무조금왔던지…금방녹아버렸던지그랬어요.

며칠전아주많은눈이왔어요.

전날밤부터하루종일…

이런날뒷산에가면정말기막힌설경을볼수있을거라는거알지요.

그러나알다시피아이가있잖아요.

그래서아이가잠든사이얼른내려와아파트단지이곳저곳을찍었어요.

그대에게보낼려고…ㅎ

마음만바쁘지찍을만한곳이눈에안들어와요.

몇장찍고돌아와보니아직새근새근자고있네요.

그리고이제서편지써요.

지금하늘엔창백하다못해파르스름하게반달이서쪽으로가고있고…

듬성듬성별이몇개박혀있어요.

이런밤하늘은참보기어려운데…

하늘은마치겨울바다같은모습을하고있네요.

그대는그림그리기를좋아하고…음악을좋아하고…까뮈를좋아하고…

새로짖는아뜰리에지붕을페인팅하느라고청바지에온통페인트를묻히고…

지금쯤머그잔가득커피를채워들고큰나무밑벤취로가고있을지도몰라…ㅎ

커피마시며내편지읽기를바래요.

재미있는얘기하나할께요.

약혼식날을며칠앞두고마치’풀방구리에쥐드나들듯’그가우리집에자주드나들었어요.

막내처제를귀여워했는데…

그녀는막형부가될그에게약혼식에가서축가로"하얀손수건"부르겠다고놀렸거던요.

그때트윈폴리오의’하얀손수건’이유행이었잖아요.

‘고향을떠나올때언덕에홀로서서눈물로흔들어주던하얀손수건…’이런가사의

그러나막상약혼식날엔고3이었던내동생은학교엘갔고…

역시고3이었던셋째시누이가학교결석하고참석해서축가를불렀어요.

무슨노래를불렀는지아세요.ㅎ

박목월작사김성태작곡’이별의노래’

기러기울어예는하늘구만리바람이싸늘불어가을은깊었네

아~아너도가고나도가야지…

주위에서험상궂은얼굴로눈치를줘도끝까지다부르데요…ㅎ

그래서"너도가고"가갔나봐요.

곧나도가겠지만…ㅎ

아~사실은슬프게할려고이얘기를한게아닌데…

이노래의3절가사

‘산촌에눈에쌓인어느날밤에

촛불을밝혀두고홀로울리라

아~아~너도가고나도가야지…..’

이가사가너무좋아요.

나정말촛불켜놨거던요.

눈오는날밤에…울지는않구요.

그곳에도눈이온다면…

아니먼과거의어느눈오는날그대도촛불을켰을거라는생각을해요.

그대는여러모습으로나를기죽여요.

하찮은소재로도그대는만리장성을쓰고

별것도아닌것을가지고감동하고소스라치고

내가20살쯤더먹었으니까망정이지…

아니면질투의화신이되어폭팔해버렸을거에요.ㅎ

그러나난그대를좋아해요.

그대는플로리다의부드러운햇살에언제나빛나고있을테고…

새로꾸민아뜰리에이젤앞에앉으면…

꽃과영혼을그릴테고…

현관문앞에서서이웃들을향해손흔들며웃고있을테니까요.

난그대가

정말사랑하는사람과…

사랑에푹빠저살기를바래요.ㅎ

플로리다의summermoon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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