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나서는내게며느리는’점심약속있으세요?’라고물었습니다.
나는그렇다고했지요.
그런데나는지금도시의끝으머리에서4,000원짜리우거지국밥을먹고있습니다.
혼자서…
밖에서혼자먹는거에익숙하지못한내가…
집에서너무멀리왔습니다.
그리고나는좀더가려고하거든요.
그러려면먹어둬야해서요.
아침에창밖으로보이는세상이참으로따스하고화창했습니다.
그래서가볍게차르고나섰죠.
그러나밖에나와보니그게아니었습니다.
바람이많이불더라구요.
그래서다시들어가옷을더껴입고털목도리도두르고떠났습니다.
정처없는발길은아니구요.
이곳저곳검색해서강을찾아떠났습니다.
여의도에가도뚝섬에가도강은있지요.
선유도도있고샛강도있지요.
그런데나는콩크리트없는강을찾아나섰습니다.
그러면상류로가야되겠지요.
‘왜’냐고물으면난정말할말이없습니다.
사실은내맘을나도모르겠거든요.
그리고5호선마지막상일역까지왔습니다.
고덕천변의갈대입니다.
바람에몸부림을치고있더군요.
흐르던물은하얗게얼어있구요.
바람이얼마나부는지털목도리로눈만내놓고칭칭감았습니다.
이사진찍는동안손이얼어버리는줄알았습니다.
잠간망서렸죠.되돌아갈까하구요.
그러나더가자하네요.
드디어강에도착했습니다.
강의가장자리는얼어있었습니다.
시야는확트이고
하늘은싸늘하고깨끗했습니다.
강은얼음짱같이차거워보였습니다.
부는바람에수없이많은잔물결을만들며…
영원히변하지않을것처럼
영원부터그랬던것처럼반짝이고있었습니다.
이런날은내가시인이었으면좋겠습니다.
시심을일으킬거리가무수히널려있는데나는그냥
멍청히바라만봅니다.
강둑엔이런갈대길이끝없이이어저있습니다.
그리고지난가을흐드러지게피어있었을쑥부쟁이잔해들이
만지면’바스락’부서질것같은애처러운모습을하고아무렇게나딩굴고있습니다.
오른쪽끝없는비닐하우스…
간간히거름냄새가바람결에실려옵니다.
다만이넓은허허로운공간에나혼자뿐입니다.
그리고어쩌다올려다본하늘…낮달…
어제밤에보았을때보다조금자란달이…
차거운하늘에그도차겁게떠있습니다.
콧날이싸해집니다.
솟구치는눈물…
밤도아닌대낮에
황량한갈대숲길위에서…
나는그냥울어버림니다.
울면서걸어갑니다.
길은낮달을향해이어저있는듯합니다.
걸어도걸어도달은내앞에있습니다.
마치"내게로오는거니?"하는것처럼
다시왼쪽으로는강이오른쪽으로는운동장이있고자전거도로가있습니다.
축구,야구연습장입니다.
방금연습은마치고가방을메고나오는선수들…
한겨울의차거운대기를가르는…
잘맞은안타의"쨍"하는명쾌한소리에정신이듬니다.
사람이사람을만나무서워하기도하고
사람이사람들을만나안심하기도합니다.
강건너에는춘천에서오는기차인지
마치장난감기차처럼,
몸둥이가긴애벌레처럼강을끼고꼼지락거리며달려옵니다.
먼곳의강물은바닷색처럼파랗습니다.
서울~춘천고속도로교각밑을지나니사람이몇명보입니다.
내장단지는막터질것같이뗑김니다.
이런사서고생을왜하는지…ㅎ
가끔이렇게혼자정처없이헤매다돌아오면마음이편해집니다.
그리고얼마지나면또어딘가가야될것같아조바심을침니다.
겨울이아니었으면참좋을흙길을한참걸어도착한곳
‘미사리’랍니다.
말만듣던’라이브카페’가많다는미사리랍니다.
믿기지않더군요.
한강둑길을걸어미사리에도착하다니…ㅎ
라이브카페에들려비싼커피한잔마셨으면딱좋겠는데…
해는서산으로기울고낮달은중천에떠있습니다.
다음엔걷지말고
마음딱맞는친구찾아차타고와서강이보이는창가에앉아…음!!!!!
자판기커피빼들고차에오름니다.
일상으로돌아가야겠지요.
병윤이할미로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