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봄우리의만남은헤어지기위한연습이었다.
이제헤어저야한다는것을우리들은잘알고있었다.
다만차마말을못꺼내서
먼저말을꺼내야하는것이두려워서…
말을꺼내는사람이헤어짐의책임을홈빡뒤집어써야하는것같해서…
의미없는만남을계속하고있었다.
사랑이아니라고는할수없다.
우리는말로수없이사랑을시인하고다짐하지는않았지만사랑이었다.
만남이그러하였던것처럼
사랑의시작이언제부터쯤이였는지를모르듯
이별의생각이언제부터시작되었는지알수가없다.
그봄우리에겐이별이숙제가되어있었다.
그해봄온세상이벗꽃으로뒤덮혔을때…
덕수궁은밤늦게까지문을닫지않았다.
그시절!
주머니가가벼운,기껏영화관에가는것이고작이었던연인들에겐
봄밤덕수궁개방은신선한충격이고낭만이었다.
우리는그날도언제나그랬듯이’상아탑’에서만나차마시고
다른연인들처럼횡단보도를건너덕수궁엘들어갔다.
요즘과비교도안되는조명이지만…
벗꽃은불빛에반사되어강같이흐르고있었고,별처럼반짝였고,눈처럼흩날렸다.
키큰벗나무느티나무굵은가지에올려놓은나팔모양의스피커에서는은은한음악이흘렀다.
딱!사랑고백하기좋은분위기를연출하고있었다.
그러나,
헤어지려마음먹은우리들에겐아픔이기도했다.
이미잃어버린사랑의언어들을다시줏어모을수는없었다.
우리의사랑은모래시계의모래알처럼조금씩아주조금씩새어나갔는데
우리는그것을눈치채지못했다.
그리고그봄밤
우리는그저의미없는웃으운이야기,세상돌아가는얘기를하며시간을보냈다.
우리는한때
사르트르를보봐르를흠모했고,그들의자유분방한사랑에찬성했다.
유행처럼번진그들의사랑의다른모습을흉내내려했다.
나중에
그것이우리사랑에치명적인이별의요인이되었던것을알았지만…
음악의볼륨이높아졌다.
퇴장시간이가까워젔음을알리기도하는것이다.
그리고노래는베토벤의’그대를사랑해”ichlibedich’
부드러운테너가’빨리사랑을고백하라’고하는듯했다.
우리는이별을말하지못한체
노래가두번째반복될때일어섰다.
‘그대를사랑해’를들으며이별하기란정말마음아픈일이다.
그래서우리는다시이별을다음으로미뤘다.
나는두고두고후회한다.
그봄’그대를사랑해’를들려주는덕수궁의벗꽃나무아래서이별하지못한것을…
우리는낙엽지는가을의이별이무서웠고
먼저말을꺼내는것은탕감받을수없는벌이라생각했다.
우리는몇번더만났고가을의문턱에서
나는’상아탑’에가지않았다.
그가그날’상아탑’에나왔었는지나는확인해보지않았다.
그렇게우리는
이별다운이별도
평생을두고잊을수없는이별의말도못한채…
가을의문턱에서그를놓아주었다.아니다,내가빠저나왓다.
봄은사랑을고백하기도좋은계절이지만
이별하기도좋은계절이다.
그리고
내사랑은…
이별의말을못했음으로
‘끝내지않은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