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수채부터차올라왔다.
아주조용히그리고조금씩…
빗줄기는많이잦아들고있었다.
늦은장마였는지…태풍이었는지…
설마설마하던물은뜰안을채우고댓돌위로올라오고있었다.
밑에단스설합을빼서위에다올려놓고
책장맨아래칸에있는책들을빼서위에다올려놓고
이불장에이불한벌꺼내커다란보자기에싸고…
물이올라올때마다밑에것빼서위로올려놓기를여러번했다.
한강으로통하는빗물펌프장의펌프가성능이약하거나고장났거나였다.
물은여러갈래에서신촌로타리에모여한강으로흐르는데
펌프가기능을못하니낮은지대부터빗물이고이기시작했다.
지대가낮았던우리집도잠기고있었다.
노인들과아이들은피신시키고걱정되어달려온형제들과몇이집에남아있었다.
물은금방툇마루를넘었고
내방까지물이들어왔을때나는더는생각안하고허벅지까지빠지며탈출했다.
나오면서분하고약오르고화가났다.
사람들이이층삼층창으로물을휘젖고나오는나를불쌍하다는듯내려보고있어서…
큰길까지나와아이들이피신해있는와우산밑국민학교로향하려는데
사진관입구에그녀가발목까지물에잠긴채서있었다.
언제나그렇듯
나이롱텐트천으로된시장가방을들고남색가디건앞자락을다른손으로움켜쥐고
까만기름이둥둥떠있는물을촛점없는눈으로응시하고있었다.
‘하필이런날왔을까~~~’
나는그녀앞을지나학교로갔다.
그녀는버스종점의가건물에서구두도고치고구두도닦아주던구두수선공의아내였다.
조금지능이부족하다고했다.
남자가구두가게엔얼씬도못하게해서동네사람들도나중에서야그녀가
구두수선공의아내인줄알았다고한다.
어느해그가건물이헐리고새건물이들어섰는데…
구두수선공은가게다정리하고집으로가지않고어딘가로사라젔다고한다.
여러소문이떠돌았었다.
역시한가건물에서음식장사하던여자와함께새살림차렸다는소문이맞는듯했다.
그후부터그녀가그동네에나타나기시작했는데
일주일이나열흘에한번쯤와서하루종일동네를서성거리다
날이저물면어느샌가가버렸다고한다.
언제나나이롱텐트천으로만든시장가방을들고…
어느날동네아주머니가그녀를데려다먹이면서이것저것물어보다가구두수선공의아내라는것
그시장가방속에는작은주전자하나와작은냄비하나…라면,인스탄트커피…
남편이집에안들어와서혹시굶고있을까봐
라면도끓여주고,커피도끓여주고해야하는데남편이보이지않는다고…
그렇게몇년이지났는데나는세네번밖에보지못했다.
그런그녀가비오고동네가물에잠기는날온것이다.
사흘인가를학교에서지내고집에돌아온날
물은가만히들어왔다가만히빠저나간줄알았는데
온집안을뒤집어놓고갔다.
버스종점에서번저온기름들로벽마다기름때에,쓰레기에
그렇게정신이없는데…
물빠진한강둑경사진곳에서시체가발견됐다는소리가삽시간에번젔다.
그리고얼마후에그시체가구두수선공의아내라고했다.
사람들은많은말들을했다.
사실물이휩쓸고지나간것도아닌데시체가강둑에서발견됐다면
그녀가일부러그쪽으로간것이되고
물이꾀깊었다는것이다.
그녀는어떻게해서라도남편이있었던곳에갈려고했을것이고…
그러다일을당했을거라는여러말들이돌았다.
그러나
그말을듣고내가아팠던것은
한여자가
그리움으로
기다림으로
죽었다는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