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林의 그 새벽

伯林의그새벽

羅蕙錫

나는일찌기파리(巴里)에서八개월을지내고,

그뒤두해동안구미만유(歐美漫遊)를하는중에,

한번은독일백림(伯林)에서새해를맞게되고,

또한번은미국뉴우요오크에서새해를맞은일이있었습니다.

구미각국은크리스마스에새해를겸한축하가있고,선물도있어

크리스마스와송구영신(送舊迎新)의구별을할수없을만큼되어있었습니다.

그러므로축하편지에도으례겸해쓰는것입니다.

十二월초순이되면,각상점점두에는소나무가늘어서고,그속에서프레젠트를팔고,

프레젠트야시(夜市)까지열리어,

부녀들은덜덜떨면서도한짐씩사갑니다.

그리하여그이들로길이메이는것입니다.

과연그광경은볼만합니다.

섣달그믐날밤입니다.

나있던집주인부인은맥주(麥酒)를사가지고들어오더니,언손을화덕에쪼이며훌쩍훌쩍웁니다.

옆에있던s군이눈짖을합니다.

나는s곁으로가서귓속말로왜그러느냐고물었더니.

"죽은남편을생각하고그러니가만두시오"합니다.

나도어느덧눈물이돌았습니다.

그부인은우리세사람을위하여눈물을멈추고,테이불위에꽃을꽂고,

촛불을켜놓고,맥주와포도주를차려놓고,고기를준비해놓습니다.

우리는죽둘러앉아서이런저런이야기를하며,그부인을웃기고있었습니다.

그믐날十二시외다.

조용하던밤은사방으로부터울려나오는성마리아교회종소리로요란한채,또한엄숙해짐니다.

주인부인은술잔을듭니다.우리도들었습니다.

모두일어서서새해축하를하였습니다.

주인부인은부리나케부엌으로달아납니다.

우리는그뒤를쫓아갔습니다.

마침준비해놓았던납을불에녹이며,스푸운과찬물을가저오더니,

우리들에게다각각한숟갈씩그녹은납을떠서찬물그릇에넣으라합니다.

그랬더니그는찬물속에굳어지는납의모양을보고,

너는부자가되겠다,너는애인이있겠다,너는성공을하겠다하고점을쳐줍니다.

어찌나재미스러웠던지요.

이웃집유리창이다열립니다.

사람들은몸을창에걸치고색지(色紙)끄나풀을던져이집에서저집에걸치도록하고,

새해축하를합니다.

악을꽥꽥쓰며깔깔거리고웃습니다.

나는s군을졸라중앙시가로구경을나갔습니다.

이게웬일입니까.

발에는색종이가퍽퍽걸려걸을수가없고,사람이너무나빽빽하여지나갈수가없습니다.

취한사람,고깔쓴사람,꽹과리두드리는사람,북치는사람,

이리닥치고저리닥쳐수라장을이루었습니다.

이날은어떤남자든지어떤여자에게나키스를할특권이있다합니다.

그리하여쫒아가는남자,쫒겨가는여자,이리툭튀어나오고저리툭튀어갑니다.

깜짝깜짝놀랄만큼꽥꽥하는소리가옆에서뒤에서앞에서납니다.

나는같이가던s군에게

"어떻소?여보,부럽지않소?내특허할터이니,당신도한번실행해보구려."

"해볼까?"

어울리지않는행동으로어떤여자를쫒아갑니다.

여자는소리를지르며쫒겨갑니다.

그리고돌아오는그와마주쳤습니다.

서로잠깐서게되자,s는깔깔웃으며,

"재미있는걸."

"그래서어떻게했오?"

"그냥소리를지르고달아나기에,정말인가했더니…….그리고는떨어져야지?"

두사람은깔깔웃었습니다.

웬일인지웃은죄가내렸는지,웬남자가내어깨를툭칩니다.

나는깜짝놀라달아났습니다.

쫒아옵니다.달아납니다.

할수없이붙잡혔습니다.

s는"그것보,나를놀리더니죄가내렸지."

그리고두사람은그들의흥겨워노는것을옆으로버려두고집으로돌아올때는,

어디서인지알수없는적막과애희가머릿속을채웁니다.

눈을감고먼조국의쓸쓸한풍경을그려볼때,

소리없는한숨이목구멍을감돕니다.

그러는동안환락의밤은새었습니다.

오늘tv에서

라혜석의(나는말한다-내게금지된것을)보면서

슬프기도하고,우울하기도하고,돌덩이에눌려있는것같기도했습니다.

60년이됐다네요.그가죽은지가…

지금도해결되지않은난제들을그시절에그가풀어보려했으니얼마나힘들었을까요.

누군가가야할길을가장먼저가려했던여자입니다.

그녀가길에서죽었습니다.

행려병자로…

제오래된책중에그녀의수필두편이있는데

그중짧은것을옮겨적으며그녀를추도합니다.

부디!!!그나라에서는

당신의영혼이자유로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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