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달픈 삶

전철을탈려고길게줄을서고있는데

‘…전역을출발하였습니다.’그러는데

몽롱한얼굴로몸체를겨우겨우지탱하는

한청년이앞줄로걸어가서서있다.

순간얄미운새치기꾼인가했는데

사람들이다타도록서있다가맨나중에탔다.

그리고한자리건너내옆에앉아서가끔나를힐끔힐끔쳐다봤다.

나도그를본다.

그는나와눈이마주칠라치면얼른시선을피했다.

길게기른머리와

깍지않아길어진머리는다르다.

그는후자다.

말할수없는궁핍함이머리카락올마다흘렀다.

운동복바지하얀옆선이

먹물번진만큼더러워저있다.

팔뚝이내손목만치가늘다.

운동화끈을다시매느라업드린

짧은반티셔츠믿으로들어난등뼈가공룡화석같다.

까만비닐가방을땅에내려놓으며무언가찾으려뒤적거리는데

캔커피하나가떨어져내발앞까지굴러왔다.

그는얼른집으며또나를쳐다봤다.표정이없다.

다른지퍼를열더니종이뭉치를꺼냈다.

‘아~~~’

나는소스라쳤다.

그가일어나종이를하나씩승객들에게준다.

어느새바지를올린오른쪽다리가의족이다.

오른발을짚을때는조금씩절었다.

한바퀴돌고돌아와나하고조금떨어저서있다.

내가손짖으로나도하나달랬더니고개를흔든다.

‘나도하나줘!’

그래도고개만흔들었다.

나는그가무슨말을종이에썻는지알수가없다.

무슨말로승객들의마음을움직이려했는지…

그러나알아서무엇하려고…

다시승객들에게가서종이를걷는다.

자는척하거나,모른척하거나…

한건도못했다.

그가다시종이뭉치를가방에넣으며또나를쳐다본다.

내가지전을처들었다.그건받는다.

여전히표정이없다.

그가가방을끼고다른칸으로걸어가는데

금속성의마찰음이차갑게들렸다.

오른발이땅에닿을때마다…

그의고달픈삶의비명처럼…

나는그가그짖을하기위하여

환각제를복용했다할지라도용서하기로했다.

가슴으로뜨겁고아픈것이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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