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분

나는꽃무릇이선운사에만피는줄알았다.

꽃무릇은

가을만되면마치피빛갇기도하고

홀로있으면늙은할미꽃처럼머리풀고승천할것같은자태로

늘가을의정취에갈급한나를더욱감질나게했다.

난~왜?

끝없는내일상을툭툭털고선운사로꽃무릇구경도못갈까?

지난가을

선운사에만피는줄알았던꽃무릇을

아파트옆동네다세대주택의대문옆에서보았다.

병윤이를유모차에태우고어슬렁어슬렁돌아다니다가…

처음에는꽃무릇이란생각을못했다

여기가어딘데…꽃무릇이피어있을리가없는동네인데다

플라스틱화분이라니…

꽃무릇에게는정말안어울리는…

적어도중국산싼사기화분에라도심었어야하는게아닐까!

그러면서도며칠을,그꽃을보러그곳엘갔다.

어느날은디카도가지고…

내꼴을지켜보았을주인영감님을만났다.

정말꽃무릇이냐고물었다.정말이란다.

화분에서도자라는군요!

영감님은긴얘기는싫으신지나는그대답을못들었다.

이런저런이유로한참만에갔더니꽃무릇이지고있었다.

아름답게지는꽃이있을까?

허물어져가는꽃대자리에새싹이나고있었다.이른봄처럼…

나는어디선가몰래지켜보고있을주인영감님을눈으로찾았다.

거짖말처럼그가외출에서돌아오고있었다.

나는단도직입적으로…

이꽃뿌리하나얻을수있을까요?

영감님은훌깃날쳐다보더니’그럽시다~’싱거운거래가됐다.^^

난사정사정할판이었다.

나도사기화분없어서프라스틱화분에심었다.

겨우네베란다에서너울너울잘자랐다,

어렸을적고향뒷산양지바른무덤가에자라던무릇(새무릇?)같다는생각도했다.

이꽃은실내(베란다)에서는안될거란생각에창문밖화분대에내놓았다.

더싱싱하게잘자랐는데어느날부터시들시들해지더니죽어버렸다.

나는정말죽어버린줄알았다.

여름내내이화분은비어있었다.

나는비어있는화분꼴은못보는데

병윤네집으로출퇴근하는바람에그냥비어두었다.

그래도몰라서다른화분에물줄때그것도주었다.

한여름의땡볕아래서아주작은풀이자라기시작했다.

어렸을때이풀을괭이밥(고양이밥)이라고했다.

토끼풀처럼잎이세개인데아주작고보라색이조금났다.

노란꽃이피었다.

잡초이지만앙징맞고예쁘다.

꽃무릇이죽었다할지라도이작은노란꽃으로만족하기로했다.

꽃무릇사진들이블로그에올라온다.

벌써피기시작한건지전에찍어두었던건지는모르지만…

아무튼이가을누구든선운사꽃무릇을찾아가고싶게하는사진들이다.

오늘아침너무일찍일어나서

베란다에나가서성대다그노란꽃이좀이상해서들여다봤다.

가운데가수북했다.손으로헤쳐보았더니글쎄~~~

굵은붓끝처럼,꽃대가내엄지손가락만큼올라와있다.

"와~~~~~"

박주영이한꼴넣었을때처럼비명을질렀다.ㅎ

그런데

너무늦게올라온건아닐까?

언제자라서꽃이필까?

가을이다가기전에꽃이피기는필까?

내베란다에서자라고있는단한그루의꽃무릇에흥분이되어

하루종일행복했다.

선운사에갈일이없어졌다.ㅎ

이꽃이피워만준다면

단한송이의꽃무릇을바라보며

세상천지에피어있는꽃무릇몽땅본양할터인데…

작년가을에보았던바로그꽃무릇입니다.

프라스틱화분보이시죠.ㅎ

저여섯개중에하나가지금제집에서이제서꽃대가올라오고있습니다.

만약피면보여드리겠습니다.

이웃님들!

즐겁게가을보내시기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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