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살던아파트옆동에가정집에서미장원을하는곳이있습니다.
야매는아니고영업장소를자기집으로정한것이지요.
거실을미장원으로차렸는데주인이나처럼혼자입니다.
나보다훨씬먼저…나이는나보다훨씬아래고…
주로나이많은할머니들이손님입니다.
그렇다고유행에뒤지거나솜씨가없는것은아닙니다.
젊은엄마들도많이드나드는걸보면그렇다는것이지요.
주인이성격이활달하고아는것이무지무지많아서손님들을심심하게내버려두지도않고,
정치,경제,금융,연속극,탈랜트…척척박사입니다.
냉장고,밥통,커피는아무나찾아먹게’열림’이구요.
시골서농사지은감자,고구마,보리쌀,김…..기타등등…을
위탁판매(ㅎ)도하고있습니다.
이문을챙기는지어쩐지는모르는데누가팔아달라고맏겨놓으면
정말열심히팔아줍니다.
그런시골맛나는끈끈함때문일까
그곳떠난지한참인데도아직도머리하러그집에갑니다.
아이셋낳도록잘살았는데
영감이새살림차려나가더랍니다.
농사가많아서먹고사는건걱정이없었는데심사가고약해지더라네요.
그래도애들자라고공부시키느라바쁘게젊은시절을보냈는데
어느날당뇨병에합병증까지온영감을데려다놓고가더랍니다.작은마누라가…
당신이야열번이고백번이고돌려보내고싶었는데아들들이반대하더라네요.
그래서살려놨더니지발로걸어작은댁으로가더랍니다.
‘거기도자식이있었어!’
거기서끝나는줄알았는데…할머니한옥타브목소리를높히시며…
추운겨울날외출에서돌아오는데대문앞에이불보따리가있어서들여다봤더니
중풍이와서반신불수가된영감이누워있더랍니다
아들들불러당장데려다주라고했더니아들들이
‘엄니!그러다,아버지길에서돌아가시면어떻해요!’라고해서
못데려다주고7년을병수발하셨다네요.
영감님가끔허공을노려보며"나쁜년!!!"
아마조강지처에게미안하고
작은마누라의배신에치가떨렸겠지요.
이렇게또다음할머니에게로이야기가넘아갑니다.
행복한할머니이야기입니다.
지방사투리를몹시쓰시지만아직고운티가남아있고있어보이기도하는분이지요.
환갑도지났을때국민학교선배라며웬남자에게서전화가왔더랍니다.
이야기하다보니친했던친구의오빠더랍니다.
국민학교다닐때혼자서사모했다며,
이제나이도많이먹었으니만나서밥도먹고차도마시면어떻겠냐는요지였다네요.
이할머니’아니그래도그렇치영감있는여자에게무례하다.!’고하셨는데도…
그러면남편좀만나게해달라고,남편에게양해를구하겠다고요.ㅎㅎㅎ
이할머니남편의회사전화를가르켜주었다네요.ㅎ
그남자분할머니의남편직장에찾아가…여차저차…저차여차…
저녁에남편이얼굴이벌개가지고퇴근했더랍니다…
이할머니시침이딱!띠고…
‘그래서뭐라셨우?’
다시집적거렸다간혼날줄알라고호통쳤다네요.
그남자에게서도할머니에게사과하는전화가오구요.ㅎㅎㅎ
이만하면가히행복한할머니맞지요?
유일하게영감님이계신아주아주뚱뚱한할머니가
영감님저녁때문에가셔야한다며문쪽으로걸어가시는데
걷는건지,뭉게는건지…
가슴허리배가구분이없게뚱뚱하신데다리는빈약하셔요.
내가까이앉았던다른할머니가작은소리로’별명이펭귄이야!ㅎㅎㅎ’
제가보기엔펭긴보다더…ㅎㅎㅎ
또얌전하신할머니가계셨는데무릎이많이아프시다네요.
그할머니를보고다른할머니가그러시더군요.
‘처음봤을때얼굴이너무고와서내가부러워했다우!ㅎㅎㅎ’
그할머니말씀이무릎아프고부터밥맛도없고세상이귀찮아지더랍니다.
그러다보니얼굴도상하고몸도쇠약해지더라구요.
그러고보니그할머니피부도희고주름은많아도예쁜기가남아있더군요.
아픈게사람을망가뜨리더란말이지요.
사실은이할머니얘기를해야되는데하도짠해서…
영감님과둘이시골에서살다.
영감님이돌아가셔서혼자사시는데…
할머니생각은서울사는아들이함께살자고하지만
시골집에서혼자사실생각이셨답니다.
그때가60좀넘었을나이였는데…글쎄!
시골홀아비란홀아비가모두집적거리더란말입니다.
만나자,관광가는데같이가자,단도직입적으로같이살자,
할머니말씀이나이많은과부도이꼴이니
젊은과부들은얼마나힘들게살았나싶더라는군요.
여기서과부사정과부가안다는말이나온거같으네요.ㅎㅎㅎ
당장서을아들네로와버렸답니다.
그렇다고아들네는편하냐구요.아니지요.
나처럼며느리가직장생활을하면살림도해주고애들도봐주고할텐데
전업주부라면일이커지지요.ㅎ
그래서시작한것이동네할인마트구내식당에서
직원들밥해주는일을13년째하신다네요.
이할머니이야기가제마음을많이아프게하는군요.
몇명안되는할머니들에게서이토록많은이야기가나오다니…
할머니들모두가버린뒤
혼자저녁먹지말고아예먹고가라는말에식탁에마주앉아서
‘우리는그래도감사한거에요.
집도있고아들들제때결혼해주고손주들도낳고…’
‘우리는빽이워낙좋찮우!ㅎㅎㅎ’
그녀도나도아들만둘인데
지난여름아들둘이3개월차이로손자를낳았답니다.
미장원에오는손님마다손주들사진보여주는재미로산다고합니다.
세상에그처럼좋은일이또어디있겠냐면서요.
어두워진길을걸어집에오면서
많은생각을했습니다.
나보다10~15년을먼저살고있는할머니들에게서미래의나를상상해보는거죠.
죽는것은마음대로할수없는건데
너무초라하면안되겠다는생각
좀더건강에신경을써야되겠다는생각
긍정적이고아름다운사고를가지고살아야겠다는생각
자식과형제를포함한모든사람들과의좋은관계를유지하는것.
무엇보다도신앙생활을잘할것.등등등……
할머니들을통하여인생공부많이한날이었습니다.
이웃님들11월의마지막날입니다.
억지로의미를부여하자면…
10월의마지막날같은낭만도없고
12월의비장함도없는정말"매력없는날"이네요.ㅎㅎㅎ
날씨라도맑았으면정말좋겠습니다.
늘"안녕"하시길요.^^
제이웃무소뿔님의
우포늪,섬진강,순천만사진입니다.
무소뿔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