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전을 부치며…

12월25일은성탄절이지만

우리친정부모님추도식날이기도하다.

엄마가26일날돌아가셨지만자식들이좀편하자고

훨씬먼저돌아가신아버지와함께25일날하기로결정한것이다.

두분들살아계셨을때를생각해보면크게반대는안하셨을거라는게

자식들나름의편리한생각이기도했다.

6남매가거의수도권에서사는데큰아들만부산에뚝떨어져산다.

언니가

5사람이부산으로가느니한사람이올라오는게좋지않겠냐고하며

추도식을언니가하겠다고했다.

엄마도언니네오셨다돌아가셨기때문에누구도반대하지않았다.

그렇게부모님추도식을오랬동안언니네서지냈는데…

내가혼자되면서

‘자식중에내가제일불효자였으니까,추도식이라도내가지내게해달라!’고

사정사정도하고협박도해서내가뺏어왔다.ㅎㅎㅎ

뺏어왔다니…모셔온거지…ㅎㅎㅎ

내가불효자라는건이렇다.

7남매의맏며느리였던나는…명절을치르자면거의5일이걸렸다.

이틀준비하고명절날은손님맞이,그이틑날은시누이들이오고,시외가에서도온다.

명절날이나그다음날이나맏며느리는여전히바쁘다.

그러면그그다음날은?

‘친정다녀오너라!’는시어머니의명령떨어지기를한나절은기다린다.

좀처럼떨어지지않는그말

그그다음날친정에가면,혹시오면보고갈려고기다리다가형제들다가버리고…

엄마아버지만허망한양반겨주셨다.

아!정말!

두다리뻗고엉엉울어버리고싶지만,

엄마아버지속상하실까해서세상에서가장행복한양…

울엄마!손주들보고싶어도딸네집에한번못와보시고…ㅎ

말할게너무많지만대체로이런이유로불효자란말이다.

오늘하루종일녹두전을부쳤다.

녹두전이라는게부치는것도까다롭지만준비하는게오래걸린다.

그래서웬만해서집에서하려고하지않는음식중에하나다.

그러나내가울며겨자먹기로그여이이짖을하는것은

우리집에오면먹을수있는음식이란것을형제들이기대하고온다는것이다.에~고!

그리고조카들이고모,(이모)가지들엄마손에들려보내는이것을기다린다는것이다.

처음부터잘못길들여놓은내잘못이크다.

그러나시집살이33년동안내가한짖이니어쩌랴!

들고갈사람이5명이니아예부치면서다섯덩어리만들어냉동실에넣는다.

지난토요일은약식도쪄서다섯덩어리얼려놨다.

전에시어머님은음식얼리는것질색을하셨지만난좀편하자고냉동실을애용한다.

전에는이끝없는일을하는내옆에서

어쩌다뒤집다뭉게진녹두전을핑게로소주를마셔가며동무해주던사람이있었다.

나도두어잔얻어마시기도하고…

그런데이녹두전이라는게뒤집다많이뭉게진다는것이다.

그러면소주도많이마시게된다는것.

어느새코고는소리는드높아지고…

그사람지금은

직사각형틀속에서약간비웃는듯한표정으로가끔나를쳐다본다.

‘혼자서도잘사네…’그말이하고싶을거다.

그리고조금은섭섭해할런지도모른다.

짧은겨울해는어느덧넘어가고

내일도끝나갈즈음

무심히내다본창문으로초나흘초승달이파르르떨고있다.

가는붓으로날렵하게한획을그은것같은…서늘한색갈로…

몇개의별도작은보석처럼박혀있다.

얼어붙은하늘의겨울달은너무선명해서더애처럽다.

뒷설거지를내버려둔채달을쳐다본다.

언제나달은내마음을조금씩갈가먹듯아프게한다.

그도서름이많은별이다.

그리고

마음달래며사는법을내게가르쳐준고마운친구다.

그리고,그날을…

성탄예배를드리고부지런히우리집으로모여들

언니,동생들을기다린다.

나이먹어가는그얼굴들이어느새

그리운엄마아버지의얼굴이되어가는것을…

서로의얼굴속에서나를찾아내는즐거움을맛볼그날을…

엄마아버지의이름을빙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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