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리역에서…

명절의분잡함이지나갔다.

줄어들기만하던식구가조금씩는다.

아이들뿐이아니다.

나이먹으며핏줄이그리워늙은형제들도모여든다.

모두가버리고,

목이아픈감기만

모두가버리면너무외로울꺼라며남아있다.

의사가푹쉬어야된다고했는데나는전철을탓다.

설날휴가가하루더주어진다면바다에가야겠다고벼르고있었다.

하얀파도가사나운동해는아니더라도

펄냄새끈적한서쪽바다라도…

그런데,몸이바닷바람을견뎌내지못할것같아서

목도리로목과얼굴을칭칭감고전철을탄거다.

목적지가딱히정해진것도아니다.

지상에있는역은언제나더춥다.

시내쪽이아니라그반대쪽에서기차를기다린다.

기다린다는것,

초조함이아니라면,

평화로움이라는걸배우고있는중이다.

차창밖의풍경은아직추워보였다.

산과들판에눈이하얗게쌓여있다.

봄얘기하기는너무이른듯하다.

종착역에서내려더북쪽으로가는차를타기위해서는1시간을기다려야했다.

커피를마실까하다가점심을먹기로한다.

전에는혼자음식점에들어가기가쑥스러워많이굶었는데

이제는많이뻔뻔해졌다.ㅎ

tv에서는모태범이질주하고있다.

중계자는

은메달이면어떻고동메달이면어떻습니까?했지만

모태범이는금메달이다.

내몸이후끈달아오른다.

다시전철을탄다.

내가내린곳은신탄리역.

기차로는더갈수없는마지막역이다.

저쪽끝에원산이있다.

금강산으로가던기차길이다.

아주오래전밑에밑에동생이훈련받고자대배치를위해

논산훈련소에서긴여행끝에내렸던역이고,

온식구가새벽기차타고반짝면회하러처음왔던역이다.

마르코와대광리로보양식먹으러갔다가

대광리에서미처못내리고잘못내린역이기도하다.

나름소소롭지만추억이있는역인셈이다.

이길이이어지면원산을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갈수있다.

모스크바도갈수있다.

그러니까

기차타고유럽엘갈수있다는말이다.

끊겨진철길끝에서서

기차타고유럽가는꿈을꾼다.

꼭갈수있기를바라면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