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나는봄꽃중에서진달래가참좋습니다.

아무데서나잘꽃피우지만

진달래는산에서피는것이더아름답다는것아시는지요.

주위는아직삭정이같이까칠한데그혼자찬란한걸요.

키작은나무들은해바라기가어려워서

큰나무들이가지를뻗고잎사귀가무성해저햇빛을가리기전에빨리꽃피운다고합니다.

그래서진달래도알몸으로꽃을피우나봅니다.

어렸을때

보리밭사이로난길을따라가자면큰신작로가나오고

그길을따라쭈~ㄱ가면학교교문이되는데

우리들은구태여얕은언덕을올라

산중턱에있는어느집안의선산의중간을가로질러학교에가곤했습니다.

무덤이10개쯤있었는데맨위에큰무덤이있고

마치피라밋처럼,또는이등변삼각형처럼아래쪽으로내려오며무덤이많아졌습니다.

그중간을가로질러순전이아이들때문에길이생긴거지요.

아이들은학교가파하면곧장집에가지않고이곳에들려

한바탕놀다집에가곤했습니다.

맨위큰무덤앞에는커타란돌제단이있어서

시제를지낼때는그곳에음식을차려놓습니다.

부자집선산이었는지음식도풍성하고인심도좋아서시제가있는날이면

치마가찢어져라떡을받아오던생각이지금도흐믓하게떠오름니다.

그러나아이들은무엄하게도

그돌제단까지올라가서놀았고여자애들은나름의젯상도처려놓기도했었습니다.

어른들이보면불호령이내렸겠지만

무덤꼭데기에올라가미끄럼도탔습니다.

지금생각하면

그곳에누워계신조상님

잡수시지도못하는음식을떡~벌어지게차려놓느니

몇대밑의손자같은놈들이비비작대며놀아주는것이더큰제사가아니었나

엉뚱한생각도합니다.

이맘때면그무덤가에

돌제단주위에

무덤을감싸고있는울타리에진분홍진달래가

불타듯피었었습니다.

그리고잔디사이사이로작은새무릇꽃이앙징맞게그리고익살맞게피었었지요.

나른한봄날아이들은진달래사이를누비며지치도록놀다가

서로얼굴을쳐다보면어느새아이들도진달래꽃색갈이되어있었습니다.

진달래꽃물은피같았습니다.

아이들은진달래꽃을먹기도했지만꽃물로서로의얼굴에장난도쳤지요.

아마도그피같은꽃물때문에진달래는

슬픈전설이많은꽃인지도모를일입니다.

그리고이쯤살면

지나간아주작고하찮았던일들도무지무지그립다는것입니다.

그때는온세상이분홍색이었지요.

진달래하면김소월시인이생각나지만

그의다른시를하나적어놓습니다.

비단안개

눈들에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만나서울던때도그런날이요

그리워미친날도그런때러라.

눈들에비단안개에둘리울때

그때는홀목숨은못살때러라

눈풀리는가지에당치맛귀로

젊은계집목매고달릴때러라.

눈들에비단안개둘리울때

그때는종달새솟을때러라

들에랴바다에랴하늘에서랴

아지못할무엇에취할때러라.

눈들에비단안개둘리울때

그때는차마잊지못할때러라

첫사랑있던때도그런날이요

영이별있던날도그런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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