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손자에게서해방이됐습니다.
며느리가조리원에서집으로오고
외할머니가주말에오셔서봐주신다고하셔서어제밤늦게집으로왔습니다.
그냥하루종일잠이나싫컨잘려고했었지요.
그런데유혹하는게꾀많더군요.
베란다의꽃들도그렇고…
조금안개가끼어있기는해도…
아!봄날은늘안개가조금씩끼어있었지요.
이나른한봄날베란다에서하품하며웅크리고앉아있다가…
앞산끝에아카시아꽃이하얗게피어있는게눈에들어오더군요.
벌써?
무늬둥굴래
산은어느새연초록으로물들어있더군요.
키큰나무들이바람에흔들리며바다소리를내고있구요.
이름모를새들이오묘한소리를내며봄날을즐기고있더군요.
아니군요.즐기는게아니라,
목청을가다듬어구애의노래를부르는것이겠지요.
봄철,새들은사랑에목숨검니다.
발성연습을안한장끼놈은마치양철북두드리는소리를내더군요.
까치란놈매력이라곤눈꼼만치도없는그저’깍~깍~깍~’이지만속도가좀빨라졌구요.
높은참나무위에서성량이풍부한소리로마치’여보세요,나여기있어요.’란듯이
긴울음소리를내는놈은아마덩치가큰것같습니다.
잔가지사이를날쎄게나르며휫파람소리를내는작은새도있더군요.
이렇게5월산은
피토하는새들의사랑놀음에덩달아조금흥분이되어있더군요.
산에는이런꽃이많이피어있었습니다.
몇년을오르다보니어디에어떤꽃이피어있는것도알겠던데
오늘은모두빗나가버렸습니다.
보라색과흰색의제비꽃이잔디처럼피어있던무덤가에는제초제가뿌려져
형색이말할수없이남루하구요.
오동나무는높은가지에몇송이가피었을뿐이네요.
사과밭이있는움막지붕을몽땅등나무가지가기어올라가등꽃필적엔
움막이등꽃덩어리였는데,
등나무밑둥을베어버렸더군요.
아카시아나무도모두쳐버리고…
그러나산은
그푸르름하나만으로도산이되는거지요.
작은사잇길을걷노라면어느새
내가혼자라는것을잊어버림니다.
산은마치음량이풍부하고감정도따듯한바리톤같습니다.
살갖으로스며드는바람과햇살과공기의부드러운출렁임,
그리고마음으로드리는내기도와
말할수없이정갈한손길이있는곳입니다.
산에서내려오니허기가한꺼번에몰려옵니다.
지난겨울추위를못이긴벤자민화분에쑥갓씨를뿌렸더니이렇게…ㅎ
산에서한웅쿰따온돗나물과이렇게…ㅎ
포만감을못이겨한서너시간꿀맛같은낮잠을즐겼습니다.ㅎ
이렇게5월의한가운데
누구는사랑을얻기위한황금같은시간이었을텐데
나아니면이나라가꼭망할것같은어떤속좁은사람은
한표에못숨거는시간에낮잠이라니…ㅎ
세월도사랑도이제는빗겨가버렸지만
그러나아직도조금은쓸만한데가남아있을거라는기대로살아가는나!
아카시아향을그저마음으로만느끼며…
5월의어느아름다운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