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목감기에걸린아이를데리고병원에다녀오다가,
아파트길건너’주말농장’을구경갔다.
완두콩이하얗게꽃을피웠고
감자꽃도막피려고하고있다.
상추쑥갓이야들야들한게고소할것같다.
봄이춥네,어쩌네했지만
계절에맞춰사는것들은다알아서한다.
계절에제일약한건사람이다.
간다고성화,온다고흥분하는건사람뿐이다.
완두콩피고감자꽃피면봄은이미저만치뒷짐지고가버린뒤다.
집에와서흰죽을끓인다.
목에서숨쉴때마다나는’갈그락’소리때문에몇번을
뒤치락거리는손주놈을위해서…
녀석의봄은유난히잔인했다.
혼자독차지하던사랑을분배해야하고
관심의눈길들이무관심으로바뀌는허무(ㅎㅎㅎ)를배우기시작했으며
오라버니라는원치않는철가면을쓰게됐다.
당연히버겁고섭섭할게많겠지만…
아이는이같은성장통을앓으면서자라는거겠지!
아이옆에퍼지고누워서같이잘까하다가베란다청소를한다.
지난봄날만큼이나어수선하다.
추위에얼어죽은놈.
방치되어말라죽은놈.
이런것들의화분들을임시방편으로한쪽에비켜두었었다.
차라리긴여행에서돌아와
버려둔것에미안한마음으로시작하는것이었으면좋았을텐데
웬지조금심술이난다.
어느친구는꽃키우는것,꽃손질하는것,다남편이하고
자기는감상만한다는데말이지…ㅎㅎㅎ
그래도
제라늄이탐스럽게피고있고
사랑초가정말사랑스럽게피고있다.
소나무같이생긴선인장(이웃님이름가르쳐주었는데금방까먹었음.)도
기~ㄴ꽃대로허공을휘젖고있다.
꼭!죽었구나생각했던아마릴리스도금방꽃대가올라올듯하고
스파티필름줄기3개가탱탱하게부풀고있다.
비실비실하던남천도빳빳하게날을세우고곱슬곱슬꽃대가올라온다.
참견안해도지알아서피는것들…
물을쫙~쫙뿌리며한바탕해치웠더니
다시상큼해진나의꽃밭이여…
이렇게봄의어수선함들을깨끗이물청소해버렸다.
사람의마음도정신도이런식으로물청소하면안될까?
어제저녁때부터오던비가
오늘도하루종일온단다.
아이의기침소리는아직그모양이고그래서
아이와그만갇혀버렸다.
날이흐리기만해도
비가한방울만떨어져도
김치부침개부쳐먹자,수제비끓여먹자하던사람이있었다.
귀찮아서
반나절은졸라야해주었었다.
그사람은부침개가,수제비가정말먹고싶었을까?
아니면소주한잔이생각나서였을까?
며칠전비오던날.
산후조리하는며느리와두손주와갇혀있던날.
해달라는말도없는데
김치부침개를부쳤다.
며느리와아이는아주조금먹고
혼자우적우적먹고있는데아들이들어왔다.
그래도소주는없고,아비얘기만싫컨했다.
아이가오래잔다.
나름아픈게좀나아졌구나생각한다.
앞산하얀아카시야가바람에휘어지는게보인다.
이바람에꽃다떨어지겠다.
부침개도없는날,
어제말큼히청소한베란다에서커피만죽인다.
스파티필름이어제보다더탱탱하여금방터질것같다.
긴마찰음뒤쾅!!!
내눈앞에서차가부딛쳤다.
앞뒤차에서사람들이나오고거리가순식간에분잡해진다.
병윤이녀석잠에서깨어어정어정걸어나온다.
어쩔수없이나도끝낸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