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이곳으로이사오던해
인상깊게눈에띄던것은두사람의걷기였다.
한사람은50대초반의남자였고
또한사람은70이넘었을것같은여자였다.
남자는몸한쪽이마비되어한다리를끌며어렵게걷고있었고
여자분은보기에는살집도있고건강해보였다.
그러나내가이두사람을흥미롭게지켜보았던것은그들의변화였다.
변화는그해겨울이지나고봄이되서부터나타났다.
내가처음그남자를보았을때는
한쪽손으로는지팡이를짚고있었는데
다른한쪽팔뚝은허리쯤에서ㄱ자로안으로꺽겨꿈쩍을안하고있었고
그남자가거의마비된발을한발자국옮기려면
마치지구를지렛대로움직일만한힘이필요한듯했다.
앙물은입술사이로피가철철흐를것같은힘든표정을했다.
그모습을곁눈으로훔쳐보자면나도온몸에힘이들어갔었다.
할머니는언제나잰걸음걷듯로폭을좁게걸으셨다.
거의무표정한얼굴은언제나고개를조금들고하늘을보는듯했다.
언제나작은지갑을들고계셨는데
아주구닥다리비닐지갑이었다.
아파트와방음벽사이은행나무와소나무가잘어울려한나절이아니면
늘서늘한그늘길이할머니의걷기코스였다.
나는이길을걸어버스정유장엘가기때문에자주뵐수있었다.
그러나한번도눈길을안주셔서인사한번못드렸다.
그남자는아파트단지를한바퀴돌고나서버스정류장까지걷기때문에
버스를기다리노라면그남자가지나가는것을볼수있었다.
비가오던지,눈이오던지,바람이불던지,춥던지,덥던지…
상관하지않고열심히정말열심히걷는다.
어느날우리집쪽승강기가고장나서그쪽승강기를탔던날
그남자와함께탔다.
어느새강팍했던얼굴이사라지고히죽히죽웃으며함께탄아이를놀려대고있었다.
야~임마~그러면서…
발음도많이괜찮아졌더란말이다.
‘아저씨!많이좋아지셨네요.’
‘아~네!네!’
그남자는기분이좋은듯자꾸만웃었다.
할머니도열심히걸으셨다.
힘에부치면놀이터정자에앉아멀건히앉아계셨다.
그런데모습이조금씩수척해지신다.
병이깊어지는듯싶었다.
머리염색을안하셔서숫도없고기름기도없는머리카락때문에
갑자기홈싹늙어버린것같기도했다.
그리고지난초겨울어느날할머니모습에깜짝놀랬다.
너무몸이수척해지고얼굴이새까맣게타들어간모습에…
‘어~머!!!’
나도모르게입에서튀어나온말을손으로막으며가슴이덜컥했다.
그리고겨울이되고
나는아들네서거의보내다주말에나집에오곤했다.
할머니의일은까맣게잊고지냈다.
그러나그남자는여전히걷고있었고어느날버스를기다리고있자니
그남자가지나가는데…
노래를흥얼거리더런말이지…
저만치걸어가는뒷모습을보고있자니글쎄!
지팡이를들더니허공에빙글빙글돌리더란말이다.
그러니까지팡이없이도걷더란말이지…ㅎ
‘우~와,저아자씨!!!’
나도덩달아신이나더란말이지…
그렇다면할머니는?
아들네는더멀리이사가고
며느리는아이를낳고…
내가집으로올수있는날들은점점줄어들었다.
어쩌다집에와도거의녹초가되어잠이나싫컨자고는했다.
그런데오늘아침일찍자동코너에다녀오는데
저쪽에서누가어정어정걸어오는데
겨우내잊어버렸던그할머니다.
나는봄이되어도안보이셔서혹시!하는생각도했던터라반가워서
손이라도덥썩잡아드리고싶었는데
그할머니는여전히앞만보시며무표정한얼굴로지나가신다.
더야위고,더검어진얼굴로…
아는체는또못했지만…
내혹시가빗나가서참으로감사한일이다.
만물이생동하는이계절할머니께서도지팡이휘둘러대는아저씨처럼
건강되찾으시기를…
방음벽을타고줄지어피어있는넝쿨장미처럼
그얼굴에붉게생기가돌아오기를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