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보리밭이보고싶어서
이촌동근처한강시민공원쯤에보리밭이있다는것을이웃님댁에서보고
무작정전철을탔습니다.
회기역에서양수리쪽에서오는전철로갈아탔습니다.
이로선은지상을달리고있고옥수동쯤에서는한강을둥굴게끼고
달리기때문에시야가시원합니다.
주말오후의한강북로는정체가심해꼼짝못하고있는데이전철은
유유자적입니다.
이촌역에서내렸습니다.
꽤오래살았다고생각하는데처음오는곳입니다.
‘이근처에보리밭이있다던데…어디쯤?’
주차원이턱으로가르키는쪽으로가다보니정말!
아직좀덜익었더군요.
그래도보리밭을감상하기엔부족함이없더군요.
한바탕바람이지나가며보리밭을일렁이게합니다.
바다처럼출렁이더군요.
어렸을적고향은
이계절보리밭으로뒤덮혀있었지요.
산등성비탈진보리밭에는가끔산새들이보금자리를만들고
알을낳고새끼를까기도했습니다.
짖궂은남자아이들은새둥지찾으러보리밭을뒤지다어른들한데야단도많이맞구요.
산에서내리꽃는바람에차례로하얗게누우며
파도타기하던모습이눈에선합니다.
사그락사그락몸비비며내는소리가지금도귀에들리는듯합니다.
어느날
내동생명숙이와
내친구성자동생성순이와
옥자동생순자가학교에오지않았습니다.
집에서는분명히나왔는데말이지요.
입학한지석달밖에안된일학년생인데말입니다.
작은시골분교가난리가났습니다.
언니들인우리들이불려갔지만우리들이야아침에동생들손잡고분명히학교에왔거던요.
우여곡절끝에찾아냈는데
부모님이장사를하셔서낮에는언제나집이비어있는
순자네집에모여있더군요.
왜그랬냐고물었더니…
한다는말이…
보리밭이랑에문둥이(한센병)가숨어있다가아이들을잡아간다고해서
무서워서숨어있었답니다.
그때가휴전이되고학교들이정상으로막돌아올때였고
사회가조금불안할때였지요.
거지도많고,상이군인도많고…
문둥이들이아이들을잡아간다는소문은보리익을때쯤엔꼭돌았습니다.
지금생각해보니
다익은보리밭에아이들이들어가서장난을치다가보리를쓰러뜨리는것을막기위한
어른들의거짖말이었던같기도하지만…
그때는정말무서웠습니다.ㅎ
그리고실재로문둥병환자들이구걸을하기도했었습니다.
아주오래전얘기에요.ㅎ
1950년대초,
보리익을땐망초도같이피었습니다.
‘잔꽃풀’이란예쁜이름도있지만
망초란게뿌리가독해서다른식물의성장을막는다는군요.
그래서밭을망쳐놓는다고망초라고한답니다.
얼마나미웠으면’개망초’라고했을까요.ㅎ
또일본이우리나라땅을망쳐놓으려고일부러심어놓았다는말도있습니다.
유래야어떻든꽃만보자면참예쁨니다.
계란푸라이를해놓은것같기도하구요.
어렸을땐한웅큼씩꺽어꽃다발을만들기도했습니다.
보리밭가에혼자앉아옛기억에취해있었습니다.
나이를많이먹다보니이제는추억밖에없습니다.
지금의내늙은모습을자꾸만옛날아름다웠던곳으로갖다놓습니다.
돌아갈수없다는것은슬프기도하고한편다행이기도합니다.
자연의이치가언제나옳습니다.
인생은그저거기에순응하며사는거지요.
용산역으로걸어가면서보이는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