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월
이외수
바람부는날은백향나무숲으로가면
청명한날에도소낙비쏟아지는소리
귀를막아도들립니다.
저무는서쪽하늘걸음마다
주룸살이깊어가는지천명
내인생은아직도공사중입니다.
보행에불편을드리지는않았는지요.
오래전부터그대에게엽서를씁니다.
그러나주소를몰라보낼수없습니다.
서랍을열어도온천지에소낙비쏟아지는소리
한평생그리움은불치병입니다.
유월이유난히더짧다는생각이든다.
그러고보니이해도반을살았다.
뒤돌아보면잡히는게하나도없다.
성한데가하나도없는오래비워둔집같다.
여기저기허물어지고구멍이나서땜질하며살아야한다.
그러니까나도시인처럼공사중이다.
앞산뒷산에실성한여자의풀어헤친머리채처럼
밤꽃이피었다.
향이너무진해서현기증도날것같고
온몸이밤가시찔린듯쑤셔오는듯도하다.
떨어져아무렇게나누워버린밤꽃
아이가"벌레다~"
봄날화사했던벗꽃나무아래
벌레똥처럼벗찌가까망게떨어져있다.
아이가밞고지나간다.
빈대비벼죽인자리처럼빨갛게선혈이낭자하다.
표현이참유치하다.
벌레똥이니,빈대니…
세상엔아름다운언어들이얼마나많은데말이지…
아이는자꾸만뛴다.
나는뒷짐지고천천히걷는다.
아이와나의다름이다.
나는이제뛰지않는다.
6월의청청한힘의충만함이없기때문에…
그리고
마지막목적지를향한내느린걸음도
사실은너무빠른것같아서…
뒷산작은숲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