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에가기위해새벽5시에집을나섰습니다.
사위는아직어둠이깔려있고그위를안개가내려안고있었습니다.
운주사는전라남도화순에있으니먼거리입니다.
오늘밤안으로돌아와집에서잠을자려면일찍떠나는수밖에없지요.
인터넷에서이런저런재료들을찾아보긴했지만생전처음가는곳이니
운주사행은내게미션입니다.
늘내리기만하던정류장에한참을혼자앉아있었습니다.
첫버스는이미가버렸나봅니다.
안개는점점더짙어지고내몸에도내려앉아한기가느껴질쯤버스가왔습니다.
터미널로가는버스에는새벽인데도많은사람들이흐린등불때문인지
성난듯한얼굴로앉아있습니다
안개는점점더짙어지고,창밖으로보이는사물들이모호합니다.
동서울역에서7시에떠났습니다.광주로…
태양은가끔계란후라이모습으로나타났다가는사라지고…또나타났다가사라지고…
가을겆이끝난논과밭,붉게물드는산야는눈꼽만큼도안보여주더군요.
광주에닿도록…
버스에서내리자돌아올버스표부터예매했습니다.
저녁7시…나중에너무늦은시간이라는것을알았지만!
그런데버스정류장은어디있지?
인생살이눈치는초단이지만다행이길눈은9단이라서…ㅎ
정류장도얼른찾고,10시50분에떠나는버스도탔습니다.
짙은안개에도불구하고고속버스가빨리달려주었기때문이지요.
내일정표로는11시30분에운주사행버스를타기로되어있었거던요.
시간을40분벌었습니다.
이웃님들시골버스한번타보세요.
요즘은거의자가용을이용하기때문에요런재미못보실겁니다.
내생각에운주사행이라면미어터지게만원일줄알았거던요.
그런데나까지3명이더군요.
그리고다른2명도운주사에가시는분이아니더란말이지요.
광주시내를빠져나가며많은사람들이타고내렸습니다.
나는경상도사람들만말소리가큰줄알았는데전라도사람들도크데요.ㅎ
거의노인분들이승객인데당신들이내릴역인데도안내리고다른분들과얘기만하고계십니다.
운전사가’아~안내릴거에요?'(사투리가구수하던데못옮겨서…죄송!)하고
버럭소리를질러야.
‘내려야,지라~’맞나요?
이렇게화순군을돌고돌며운주사로가는것같습니다.
좁은언덕길을굽이굽이돌고돌아언덕을넘으면그림같은작은마을이있습니다.
정거장에서늙은아들이어머니를기다리고있다가껴안듯어머니를내려드리고함께
걸어가는데막눈물이나데요.
그모습이얼마나아름다운지요.
마을마다천년은살았음직한느티나무가있고,당집이있고,
벌거벗은채로감이매달려있고,콩단이널려있구요.
어딜봐도가을색인데텃밭의배추무가청청합니다.
올해김장거리가흉년이냐고물었더니아니랍니다.
어느해나마찬가지라네요.
그런데도시사람들은왜지레겁을먹는지…
승객들이하나둘다내리고나혼자남았네요.
이렇게얼마를간뒤’내릴준비하세요!.’
버스는사람하나없는삼거리에나를뚝떨어뜨려놓고가버렸습니다.
삼거리중가장좁은길이운주사로가는길입니다.이정표가그렇게…
내가운주사에가보기로마음먹은것은
이웃님블로그에서운주사에대한글을읽은것이원인입니다.
그분은운주사에서
‘문명의이단을볼것이다.’라든가
‘교계의이단아’란말로운주사를표현했습니다.
솔직히’이단아’란말에관심이확쏠린거지요.
‘이단아!’어쩐지매력이있지않나요?
같은뜻으로’이단자’가있는데배신의냄새가짙지요.
흔히종교적으로쓰여지고어느집단의반역자로도쓰이구요.
그런데’이단아’는이단자와같은뜻이면서도다만약간의반항심으로
조금삐딱한것이아닌가하는아직철이덜든내좁은생각입니다.
조금삐딱했다가세상살다보니그게아니어서다시제자리로돌아오는그런것…ㅎ
사실운주사쪽에서보면나도이방인이고이단자이지요.
다만호기심으로찾는다는것은실례일수도있겠지만
나는다만눈에보이는것만보려합니다.
그러나천개의석불과석탑이있었고
부부와불이있는곳인데어찌생각이없겠습니니까.
천개는안되지만전혀다른모습의석불석탑이어찌나많던지놀라울뿐이었습니다.
석불석탑은따로한번더올려야겠습니다.
하루종일안개가벗겨지지않아서시야가뿌옇고덥기까지했지만
그래서사진들이밝지는않았지만
먼길떠난보람이있던가을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