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닷새를손주두놈과싸움질하다
금요일며느리가퇴근하면’바통터치’하고집으로온다.
거의두시간이나걸려서…
내집이있다는것에감사하면서…
정류장에내리면바로내집이보인다.
언제나불이꺼져있는,
그래서층수를세지않아도금방알수있는내집
누군가함께사는식구가있었다면우리집이었을텐데…ㅎ
나는닷새만에돌아와
현관문을열면갇혀있던공기의냄새가싫어서언제나
베란다창문과거실문을조금씩열어놓는다.
그리고집에와서맨먼저하는일은베란다의화초들을점검하는것이다.
어느것이꽃대가또올라왔는지…
시들은것은없는지…
그러다2주전쯤행운목에꽃대가올라오는것을보았다.
‘어머나!’
솔직히말하자면처음엔꽃대인지몰랐다.
행운목이란식물을처음길러보기도하고
더군다나꽃피우기는처음이어서…
그리고나무가큰것도아니고
아들이집들이때선물받은건데관리를못해서다죽어가는것
엄니가어떻게해보시라고갖다놓은것이다.
지난봄늦추위때는거의얼어죽을뻔한것이다.
그래서꽃대자리에서희끄므레한것이솟아나길래썩는줄알았다.
그런데웬걸!
그다음주에왔더니이렇게꽃대가쭈~ㄱ올라와있다.
지난주현관문을열고들어서니
온집안이알수없는향기로가득차있다.
향수한병을몰땅쏟아부은듯한진한향이었다.
집안엔향수한방울도없었는데…
범인은행운목이었다.
나혼자맡기정말아까운향이다.
행운이찾아올것인가?어떤?
사실올해는행운이랄수있는게몇가지있다.
며느리가또아들을낳지않고딸을낳은것
지난추석마트에서쌀10kg당첨된것
교회운동회에서행운권이2등으로당첨되서고기구어먹는그릴…등등등
그런데아침에일어나보니꽃이오물어버렸다.
향기도없어지고,
고작하루로끝나는줄알았는데
밤이되니또꽃이핀다.
인터넷뒤져봤더니밤에만피는꽃이란다.
그리고행운목이꽃이피는경우는
생육환경이안좋아서라네
‘나살기힘들어죽겠다.생활환경을바꿔달라~’신호란다.
환경이안좋으니빨리꽃피고씨맺고종족번식의긴박감때문이란다.
꽃이피어서좋다고만할일이아니더란말이다.
모든생물이그렇단다.
몽골에갔을때
그드넓고황량하고척박한벌판에아무것도없는것같은데
수많은들꽃들이거센바람을맞으며바닥에바짝붙어피어있었다.
짧은여름에더많은씨앗을만들려고
짙은향기를풍기며벌이며나비를불르고있었다.
온천지가허브향기로가득차있었다.
해운목이꽃을피웠다고좋아만할일이아니다.
미안했다.
내집베란다에있는꽃들모두미안하다.
일주일에한번물한바가지주고말았으니…
그러나
한번쯤피워보고향내에취해보는것도좋은일이다.
우리집에서작은야산을넘으면학교다.
산을넘는다고하면먼것같지만아주작은언덕같은야산이라서
운동회를한다거나애국가를부르면다들렸다.
평평한신작로로가면빙돌아서좀먼거리지만산중턱어느문중의가족묘를
가로질러가면아주가까웠다.
어느날동생들과마당에서놀고있었는데학교쪽에서계속소리가들렸다.
호르라기로구령을하는소리도들리고…
전쟁이나고아이들은학교에가지않았다.
친구들과만나지도못했고집에서만놀았었다.
학교에서들리는소리에호기심이발동한동생과묘지를지나학교옆쪽긴층층대까지갔다.
아래로내려다보이는운동장에까만치마에흰저고리를입은여자들이행진을하고있었다.
키가크고깡마른여자가팔에완장을차고
교장선생님이서계시는교단(?)에서서호르라기를불기도하고
우로,좌로,뒤로돌아갓!하며구령을하고있었다.
낮선얼굴이다.
행진을하며우리앞쪽으로가까이왔을때보니
우리반매자네언니도있고,숙자네언니도있었다.
성탄절연습을하고어두워지면나를업어서집에까지데려다주던교회학교선생님도있다.
하나로길게땋은머리채가몸을돌릴때마다펄쩍움직였다.
행진곡을불렀다.
‘장백산…….’으로시작되는가사였다.
동생이무섭다고보챘다.
호르라기와완장찬여자의날카로운구령때문에동생은처음부터겁에질려있었다.
동생과집으로돌아오는데알수없는두려움이내뒤를따라오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