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담근다.
배추한포기,무2개
다만부모님의추도식만을위한김치다.
거의아들네서살다보니내집으로오는주말에는먹을것이없어거지밥상같이먹는다.
시집살이살때시어머니는반찬가지수가적거나입에맞는반찬이없으면
‘거지밥상’이라고하셨다.
그런데나는’거지밥상’으로도아무불만없이
혼자됐다는편안함에불평하나안하고잘도먹는다.
사실은하기싫어지만…
그렇다고부모님추도식에도’거지밥상’을차릴수는없는거라서…
될수록엄마김치맛같은,
형제들이내집에와서옛날엄마생각나게하는그런김치를담궈볼려고한다.
엄마는새우젖이나황석어젖만쓰셨다.
그래서나도새우젖만쓴다.
멸치젖이있다는것도바로밑에동생이포항에가서살면서알았다.
고추가루도많이넣지않는다.
그러니김치가시원할수밖에없다.
그리고엄마는생굴을듬뿍넣은채김치를담그셨는데곰삭은뒤먹으면
콧날까지짜릿할만큼맛이있었다.
그래서채김치도담근다.
일부러파란겉껍질이있는배추를샀다.
엄마처럼파란잎으로포~옥싸맬려고…
굴바위에서직접채취하는석화로하면더맛있는데
양식굴이라서희끄므레한게영맘에안들지만
그래도엄마손맛비슷하게라도났으면좋겠다.
나막김치도담궜는데사진이안나와서못올린다.
토요일날약식도만들었다.
그전토요일은녹두빈대떡지지고…
약식과녹두빈대떡은부모님추도일에먹을것이아니고
형제들돌아갈때손에들려보낼것이다.
조카들이우리집에다녀가면의례가지고오려니버릇이되버려서
안만들수도없게됐다.
아예5덩어리만들어서냉동실에얼려버렸다.
우리형제는6남매인데전국에흩어져산다.
부산포항평택인천…나는의정부
딸인내집에서추도식을하는데는이유가있다.
딸넷중둘째인나는맏며느리라서…
명절때면시집손님다치르고이튿날이나아니면사흘후에나친정엘가면
형제들왔다다가버리고두노인네만계셨다.
왜그렇게서러웠던지…
6남매중에제일불효자식이었다.
남편가고내가제일먼저한일이큰동생에게서
부모님추도식뺏어온것이다.
나도효도좀해보자고졸랐다.
동생이가장먼부산에서살고있기때문에용이한일이기도했다.
나는기쁜마음으로음식을준비한다.
내가손에들려주는것받아가며’친정왔다가는것같해!’
그말이듣기좋아서…
아마인천상륙작전이한참일때일것이다.
매일매일함포소리가천지를흔들었다.
우리는거의집안에서만시간을보냈다.
그때세상몇년밖에못산나이지만…세상에!!!
불덩어리가하늘을떠다닌다는것이다.
달덩이만한것이하늘에두둥실떠있다는것이다.
부모님과언니동생들은아랫방유리창으로내다보면서탄성을지르는데
나는너무무서운상상을하며내다보지못했다.
아버지가괜찮다고구경하라는데새파랗게질려이불속에얼굴을파묻었었다.
지금생각하면왜그렇게바보같았는지…
지금의나를보면이해하기어려운짓을한것이다.
지금은내가다른형제들보다더뻔뻔하고더담대한데말이다.
어쩌다형제들이모여전쟁얘기를할라치면꼭이이야기가나온다.
두살아래인동생이꼭’작은언니는무서워서…..얼굴이하얗게질려서….
내다보지도못했어!!!’
60년이지나도잊어버리지도않는다.
전쟁이내게남겨준굴욕이다.
며칠후면부모님추도식이라서형제들이모두모이는데
요즘상황으로봐서전쟁얘기는또나올테고
그러면조명탄얘기가분명히나올텐데난또굴욕의쓴맛을봐야한다.
그놈의김일성때문에…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