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침에일어나자마자커피물을끓인다.
커피반스푼에물을많이붓고아주오래동안마신다.
주방과거실을수없이걸으며…
그리고유리창으로내다보이는하늘과산
고층아파트꼭대기한쪽으로흐리게물들어오는여명을바라본다.
오늘도내앞에하루가축복처럼펼쳐지는시간이다.
식구들은아직잠속에빠져있고나만이깨어있는시간
곧번잡한내하루가시작되겠지만이렇게고요한시간으로인해내마음의평정을…
그리고나의신에게내하루를의탁하는시간이다.
커피를느리게마시면서…
내가커피를처음맛본것은전쟁이휴전으로바뀔때다.
내가살던곳이인천상륙작전의전초기지역할을하던곳이어서였는지는모르지만
작전이성공한뒤에각집마다미군용c-레이션을한박스씩나눠주었었다.
우리집은식구가많아고두박스를받았다.
기억이가물가물하지만비스킷과과일캔햄이들어있었고커피가들어있었다.
물론그때는그것이커피인줄은몰랐었다.
지금의커피믹스처럼커피설탕프림이섞여있는것이아니고따로포장되어있었다.
맛있는거부터다먹어버리고
설탕프림도다먹어버리고,남은것은커피뿐이었다.
군것질감이전혀없었던때였는데c-레이션의그낮선맛!
세상에이렇게상큼하고달달하고혓바닥에서살살녹는먹을거리도있었구나.
거의환희에가까운그맛이아쉬워서…
커피봉다리한쪽구퉁이를조금뜯어조금씩빨아먹었던것이
나와커피와의첫만난이었다.
그때부터진저리쳐지도록쓴그맛에조금씩중독되어간것이다.
그리고그맛을다시는맛볼수없었던여러세월이지난뒤
다방출입을시작하면서다시그맛에빠져들었다.
내게이세상에커피를능가할만한마실거리는없었다.
난다방에가면언제나커피만시켰다.
종업원들도무엇을마시겠냐고물어보지도않았다.
내가카운터에서먼거리에앉아있어도종업원이(그때는레지라고불렀다.)
날쳐다보며코를만지며턱을조금들어보이면나는고개만끄떡하면되었다.
그때는커피의수신호가’코’였다.
나는혼자서도다방엘잘갔었는데특히비오는날그랬다.
비오는날은좋은음악을틀어주는다방을찾아들어갔었다.
너무오래앉아있어서눈치가보일때면커피를더시키기도했다.
이런날은마음이통하는친구가그역시나같은마음으로와서
슬며시옆자리에앉아주면무지무지행복했엇다.
한번은이런일이있었다.
내가죽어도잊어버릴수없는,너무창피해서잊고싶은데안잊혀지는…
남자애들과다방엘갔었다.
풋내기때였다.
레지가메뉴를놓고갔다.
그때는우유,쌍화차,칼피스도메뉴에있었다.
커피말고내눈에띈메뉴중에’위티’라는게있었다.
위티?도대체뭐야?
그러면서당당하게’위티’를시켯다는이야기다.
남자애들이눈을동그랗게뜨고날쳐다봤다.
내옆에앉았던창호가’너위티가뭔지몰라?위스키야!’
그렇지만조금후에내앞에’위티’가놓여졌다.
목이긴날렵한유리잔에와인색이었는지…맥주색이었는지…아무튼
우리는돌아가며한모금씩마시며낄낄거렸었다.
그이후나는곁눈질한번안하고커피만주문했다.
그좋은커피를이제는줄이려한다.
내취침시간은젊어서부터12시인데이지음에는2~3시가되도잠이안올때가있어서다.
이제늙었다는증거다.
젊었을때는아니작년만해도커피와잠하고는상관이없었다.
저녁8시에마시고도12시에잠만잘잤다.
그런데이제는그게아니더란말이다.그래서
‘세월아내가졌다.내가늙은것인정한다.’하면서두손들기로했다.
늙은이로살기로한것이다.
아직은아니라고우겨봐야나만손해일것같기도하고…
그렇다고하루에3~4번마시던커피단숨에끊을수는없고,
새벽에마시는커피를록차로바꾸기로하고어제아침부터시작했다.
잘될것같다.
록차맛도커피맛만큼이나매력적이더란말이다.
그리고격식차려고상하게마시는’차문화’와는상관없이마실것이다.
그냥토기로만든컵하나준비하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