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날의 오후…붓꽃

젊었을때나는

비오는날엔집에못있었습니다.

나중에알고보니그것이’우울증’증상중에하나던데

나는우울증과는상관없이살았거든요.아직까지는…

우산을쓰고다리가아프도록싸돌아다니다

어느음악좋은카페에쳐박혔었지요.

거기서친구라도만나면행복했었구요.

5월이오거든

홍해리

날선비수한자루가슴에품어라

미처날숨못토하고산것있거든

명줄틔워일어나하늘밝히게

무딘칼이라도하나가슴에품어라

하루종일비가옵니다.

나는그냥젊었을때습성처럼

아무렇게나차려입고집을나섭니다.

버스정류장에서한참을서있습니다.

목적지가다른버스들을여러대그냥보내고…

이번에오는버스는무조건타기로합니다.

이버스는도봉산수유리미아리혜화동을지나종로5가까지갑니다.

동숭동에가서연극을볼까도생각하고

화장품가게를하고있는친구한테갈까하는생각도하다가

안개가산허리를휘감고있는도봉산을보자그냥내려버렸네요.

내리고밀려오는후회라니…

우산쓰고산에갈것도아니면서…

산입구에는우산쓰고비옷입은등산객들이많았지만

난그건싫어서…

그냥집으로돌아가기는조금억울하고또질퍽거리며돌아다니다가

기차길옆에서’창포원’을만났네요.

뜻밖의행운입니다.

아직만개하지않은것은매우유감이지만…

어쩌다성질급한몇송이만피었더군요.

그래도이게어딘지…ㅎ

5월말이나6월초에다시올수있다면대단한광경을볼것같습니다.

꽃들은피어야할때를알아서잘도피더군요.

벗꽃조팝나무꽃진자리에철죽이한창인데

올철죽은예쁘지도풍성하지도않더군요.

지난겨울심한추위때문이라는군요.

할미꽃은언제폈다가졌는지백발을산발하고바람에휘둘리고있더군요.

목단을손톱만한꽃봉오리를조랑조랑매달고있습니다.

아카시아가피기시작하고그꽃지면밤꽃이필것이고…

곧송화가루날리겠습니다.

이렇게꽃은피었다지고

계절은속절없이왔다는가고

그러노라면우리네인생들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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