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엔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눈오는날숲속’하면프로스트의시가생각나겠지만

나는시인이아니라서한줄싯귀도엮지못한다.

그러나시인과같은감상에는빠질수는있다는거지…ㅎ

늦은저녁아들이에미와마누라새끼들을태우고외곽으로빠졌다.

저녁나절오던눈은그쳐가고

미련이많은몇송이의눈발들이가로등에애처럽게흩날리고있었다.

밖은잘안보였지만한참을달린다.

‘어디가니?’

‘돼지갈비먹으러요.’

내마음에가득찼던화려한상상들이일순에와르르무너졌다.

이좋은밤에돼지갈비라니………….!!!!!!!!!

차는얼마를더가더니

눈싸인산을배경으로눈에포~ㄱ싸인,정원에나무가많은집앞에차를멈췄다.

‘돼지갈비라며?’

내말이혼자서상큼한대기속으로스며들어버렸다.

두껍고큼직힌돼지고기오겹살이불판에서지글지글익고있다.

넓은홀에사람들이번들거리는얼굴과핏발선눈빛으로마주보며행복해하고있다.

소주막걸리를마시며떠들지않는사람들

며느리가작은드럼통을길게자른듯한화덕에서고기를굽는다.

아들은두아이를건사하고

나는주위의분위기에이미취해있다.

고기는기름지고부드럽고달콤했다.

맥주한병을셋이서마신다.

소주아니면막걸리여야하는데말이지…ㅎ

그러나나는알콜이아니더라도제멋에취하기도하는묘한체질을가지고있다.

이사진은아파트단지내에서찍은것

신촌로타리에서굴다리쪽으로’서서갈비집’이있었다.

함석으로만든둥근식탁한가운데연탄화덕이있었다.

오후5시쯤에문을열었고양념한갈비가동이나면초저녁이라도문을닫았다.

마르코가가끔나를불러냈었다.

시집살이하는내가빠져나가기가힘들어여러번거절했었다.

그러다어쩌다나가서서서먹는그갈비가맛있기도했지만그보다난분위기가좋았다.

편했다는말이다.

하루의노동을끝내고불판을가운데놓고온몸으로스며드는알콜기운을느끼며

고기익는연기와담배연기와그사이로어른거리며보이는얼굴들…

세상의온갖허세들을일순에날려버리는그묘한편안함.

그러나이제는기억속에서만남아있는…

창밖으로보이는마당에어느틈에빠져나갔는지

병윤이와해윤이가눈밭을폴짝폴짝뛰어다니고있다.

아들며느리는아이들이없어졌는지도모르고시시덕거리고있다.

나도슬그머니밖으로나온다.

‘할머니!할머니!’

두아이가한꺼번에달려든다.

‘좋으니?’

엄청좋단다.

아이들은가로등불아래긴그림자를만들며뛰고또뛴다.

하늘은까맣고산은길게누워있다.

이런밤은내가시인이었으면좋겠다.

이런밤프로스트는조랑말과산속에서더가야할길을생각하고있을것이고…

백석시인은눈오는깊은산골마가리에서소주를마시며나타샤를기다리고…

나는이밤을표현할한줄문장이궁색해서그냥눈밭을서성이고…

고기익는화덕앞의사람들은사랑을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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