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나는올명절을가장편하게지내리라생각했었다.

아들스케줄때문에시댁에도미리다녀왔고

손주들에게세배도미리받았기때문에정작명절날은언니와동생셋이모여

날씨도추울거라니그냥집에서뭉게기로했기때문에…

그래서밥그릇3개,국그릇3개만내놓고반찬은있는그대로

냉장고에넣었다꺼냈다만하기로했다.

그리고연속극의달인인언니에게티비채널은맏기고…ㅎ

너무편해서였을까?

명절오후부터오한이오기시작했다.

그러나어떤신호에도반응이무딘나는날씨가추워서인줄알았다.

이튿날언니와동생이늦은점심을먹고집으로간뒤부터는몸이쑤셨다.

목도아프고재채기에콧물에…

된통걸린거였다.

밤새끙끙앓고새벽에아들네집으로갔다.

며느리츨근하고난뒤병원엘갔다.

‘예방주사맞았어요?.’

‘예!’

‘예방주사맞아도걸릴수있어요.요즘유행하고있어요.’

‘그럼독감이에요.’

검사해봐야되지만그럴수도있다는말이다.

그러면서감기에몸살까지온듯하다고한다

그러고보니올명절은한가하기도했지만

그동안한번도안맞은예방주사도맞았는데걸리다니…

두아이를거실에거의방치해놓고나는찜질용매트의열을높이고누워버렸다.

누워있노라니안아픈데가없다.

기침할때마다목은찢어지는것같이아프고

살갖이따꼼따꼼아프다.몸을옆으로돌리려면옆구리가뜨끔뜨끔했고

뼈들이욱신욱신쑤셨다.

그리고입에는쓴맛이고였다.

침샘에서온통쓴물을내보내는듯했다.

이제막소변을가리는해윤이년이가끔들어와서’시~’하면일어나서

오줌을뉘이고는한나절을누워만있었다.

몸도녹고약기운이돌았는지그만하더니

밤이되니다시오한이오고온몸이쑤셔왔다.

엄마생각을한다.

86살이셨던엄마는그해겨울감기몸살을앓으시다돌아가셨다.

전화를하면’입이쓰다,입맛이없다.’고하셨다.

시집살이하던나는가뵙지도못하고전화로만’그래도억지로라도잡수세요.’라는

성의없는말만했었다.

무엇보다나는’입이쓰다.’는것을이해하지못했다.

엄마는쓰다는정도를’소태같이’라고하셨다.몹시쓰다는말이다.

나는내입에서쓴맛을맛보고나서야엄마를이해를한다.

어느음식을입에넣어도쓰다.

내가살면서한번도맛보지못했던표현하기힘든쓴맛,

커피를마셔보았다.서로다른쓴맛의섞임,커피도마실수가없었다.

엄마는더썻을것이다.

엄마는나이도나보다더많고,체력도약하셨으니까.

한번떠나버린엄마의입맛은다시돌아오지않았다.

감기에무슨입원이냐고…한사코사양하던엄마는이제는그입맛이다시는

돌아오지않으리라는걸아셨는지입원하자고하셨다.

병원에서돌아가시겠다는뜻이었다.

엄마의자식들은모두엄마같이죽기를원한다.

큰병도아니고긴병도아닌,나이도적당하고,자식들에게짐을안지우고…

오래앓지않아서우리엄마는’염’할때도예쁜모습이었었다.

엄마는지금도엄마가가셨던그날이면전국에흩어져서사는

자식들을불러모으는힘이있다.

자식들은부산에서포항에서평택에서인천에서모여든다.

엄마를생각하면서…

지금도목도아프고기침도하고,여기저기쑤시고

입안에쓴맛도돌지만정도가나아져서맛이없지만밥도먹고커피도마신다.

그동안많이아프면서엄마의아픔도이해하고

무엇보다사람들은이렇게조금씩아프면서죽는연습을하는거구나,

하는생각을하게됐다.

입맛!!!죽는연습!!!

몇번의연습이있어야하는지는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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