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그리고 전쟁의 흔적

우리외할머니는딸셋에아들하나를두셨는데

어느해이사남매가똑같이딸을낳았습니다.

그러니까우리외할머니는한해에손녀를네명본거지요.

그때는새학년이4월에시작되었는데3월생까지7살에입학했습니다.

나혼자일곱살에들어가서내가일년선배가되었습니다.

학교는내가자주들먹이는그시골학교입니다.

그리고또내가제일먼저도시로이사를했고

외사촌들이고보니잘만날수는없었습니다.

그렇지만방학이되면우리들은외갓집에모여들었습니다.

외할머니!손자들을잡아당기는이상한힘을갖고계신분

우리사촌들의공통분모였습니다.

나이가들어가며점점멀어졌습니다.

결혼을하고난뒤로는전혀만나지못했습니다.

집안경조사에서나만나볼수있었는데나는시집살이하느라고

친정에도못가는형편이었으니사촌들과만남은생각도못했습니다.

더많은세월이흐른뒤

아들딸들결혼시킬즈음에서다시만나게되더라구요.

그리고과부가되기도하고

시집의굴레에서벗어나기도하면서다시뭉쳤습니다.

차례로점심을사면서일년에공식적으로4번을만납니다.

이번에는인천에사는사촌이인천으로불렀습니다.

인천!그섬이첫번째고향이고인천은두번째고향입니다.사촌들모두,

학교도인천서다녔고결혼하면서흩어진거지요.

우리들은조금씩흥분했습니다.ㅎ

경동에서점심먹고월미도를갈까,자유공원엘갈까하다가공원으로갔습니다.

많이덥던날이었는데

공원은바닷바람이불어서인지아주시원했습니다.

맥아더동상!

철거위기도있었는데무사하더군요.ㅎ

택시기사에게’장군께서무사하네요.’그랬더니

기사님벼란간흥분하시며’그놈들빨갱이에요.’

다혈질이시데요.ㅎ

그리고우리들은자연스럽게전쟁이야기를합니다.

국민학교1~2학년때겪은전쟁,

우리들의기억은인천은언제나불타고있었습니다.

나중에안일이지만용현동에유류보관창고가있었는데

그곳이타는거였습니다.

어른들은’히다찌’가타고있다고하더군요.

무지무지하게큰함대가바다에수없이정박해있었는데

‘인천상륙작전’을준비하고있었던것이었구요.

대포소리,바행기에서투하라는폭탄소리,

밤이면조명탄이둥실둥실…

인천상륙작전이끝난뒤자유공원월미도는거의초토화되었습니다.

2년뒤작은목선에세간살이를싣고인천으로이사오면서

월미도옆을지나괭이부리선창으로가고있었는데

그때도월미도는여전히민둥산에외인부대의철조망만보였었습니다.

자유공원도마찬가지였구요.

내가왜이런얘기를하냐면오늘이6,25라서…

잊지말자구요.

이은행나무는꽤나이가들어보이는데

그때를기억하고있는지…

맥아더동상이처음세워졌을때공원의어느곳에서나그동상이보였는데

이제는나무가얼마나울창한지바로앞에가서야보이는군요.

세월이전쟁의흔적들을다지워버렸더라구요.

하지만역사속에서전쟁은지워지면안되는데…

왜냐면끝나지않은전쟁이기때문에…

잠간쉬고있는전쟁이기때문에…

지금누리고있는평화가완전한것이아니라서…

6.25

자손들에게이야기하기부끄러운전쟁

동족끼리싸웠다면이해하기어려운전쟁

그러면서도진행중인전쟁!

사촌들과만나자유공원을돌아보며

잃어버리고살았던그전쟁을이야기하며걱정을했습니다.

나라돌아가는꼴을보면정말걱정됩니다.

전쟁을엉뚱하게국회에서나하고

집안쌈질들만하니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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