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몰래 다녀 온 고향바다

휴가였습니다.

며느리가일지감치1년휴가를다써버려서

올여름엔휴가없을거라생각했는데

그래서나도휴가계획같은거세우지도않았는데

며느리가무리해서시에미에게휴가를주었네요.

광복절끼어서주말까지5일

그런데계속비가옵니다.

첫날은서울이뜰만큼비가와서동생과섬에갈려고했는데못가고

여행사에1박하는여행을신청했는데비때문에취소되었다는연락이오고

나는갑자기이휴가가주체할수없는시간이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둘째날동생과함께가려던그섬에혼자가기로합니다.

좀늦게떠났습니다.

하룻길여행은일찍떠나야되는데말입니다.

날씨는흐리고우중충한대기가무겁게내려앉아있습니다.

바닷바람도생각보다시원하지않아구요.

바다는그냥고요했구요.

수면은빙판처럼반지르르했습니다.

물이들어오고있습니다.

이해변은물이들어와그득차있는것도멋있지만

썰물때,물이끝간데없이물러갔을때

고운모래와약간의갯펄로잘섞여있어서발이빠지지않습니다.

맨발로찰팍찰팍걷노라면발바닥의느낌이참좋습니다.

오늘은그짓을할수없어아쉽습니다.

이바닷가동네에7촌아저씨가살고계십니다.

우리아버지하고6촌이었으니나하고는7촌이되는것맞지요?

우리집안에제일어른이십니다.

이집은내가어렸을때도부자였습니다.

그런데지금은더부자입니다.

이섬에발전소가들어오고이해변이해수욕장으로소문이나서…

당신의땅에펜션,식당건물을짖고

‘솔밭’이란상호를붙여놓고세를주고있습니다.

난아저씨에게들키지않으려고모자푹뒤집어쓰고다녔습니다.

왜냐면하루에몇차례오토바이를타시고당신의영지를순찰하시거던요.ㅎ

마르코살았을때고향생각도나고바람도쐴겸동생식구들과이곳에왔다가

아저씨에게들켜서야단맞고

이틀을자면서낮에는고추따고저녁에는족보이야기듣고…ㅎ

나야,우리집안이야기니까괜찮지만

성씨다른마르코는지겨웠겠지요.

아저씨는집안어른으로써족보를정리한것이뿌듯했고

자랑도하고인정도받고싶으셨겠지만

우리는밤바다모래톱에앉아약간의앨콜기에취해보고싶었었지요.

그리고난오는들켜서끌려가고싶은심정이아니어서…ㅎ

마을버스를타고그집앞을지나는데마당에가득고추가널려있고

꽃밭에봉숭아가빨갛게

설악초가하얗게피어있는게보였습니다.

아저씨,죄송합니다.

나중에뵙겠습니다.

우리막내이모넷째아들네집앞을지날때도

마당에고추가널려있고

집을새로짖고심은느티나무가제법자랐습니다.

너도,미안해!

이렇게몰래다녀왔습니다.

저모퉁이를돌아가면외갓집이있었습니다.

지금은발전소가들어오면서주민들은나오고비어있습니다.

외할머니!

섬을떠나서도외할머니때문에방학이되면왔었습니다.

어떤때는외지에나가공부하는아들딸을기다리는외숙모앞에

내가먼저나타나서외숙모를경악케한적도있었습니다.

친할머니가일찍돌아가셔서외할머니는내게

무작정좋은분이셨습니다.

내가외할머니가될수없다는건

어쩌면나를좋아하는’펜클럽’이없다는결론이됩니다.ㅎ

방품림으로심겨진소나무밭

아저씨가집을짖고’솔밭’이란상호를부친이유도되는저소나무

지금은많이없어지기도하고남아있는것도편안해보이지않고

그러고보니그많던해당화도보이지않고

해당화꽃지고나면열매가열렸습니다.

빨갛게익으면따먹기도했는데

반으로쪼개면속에까실까실한가시같은게있고별로맛이없었습니다.

그꽃이해당화라는것은한참후에알았구요.

‘갯명감’이라고불렀었습니다.

이3장의사진은돌아오는버스에서찍은것인데

날도흐리고유리창이막혀있어서잘나온사진은아니지만

(오늘사진이대체로그렇치만…)

그냥좋아서올립니다.

휴가둘째날의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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