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거래

집이팔렸다.

내가집을팔생각을한것은늦봄쯤이다.

아들이’같이는안살더라도가까이는삽시다.’라고조른것도이유이지만

어차피내나머지삶은작은아들과엮겨져야하는데고집을피울일은아니란생각

주말에집에갈라치면전철을타고또버스를갈아타야하는데

이버스가더디오기도하지만버스를타고내리며많이다친다는거다.

어쩌다성질급한운전자를만나면내가몸살이날정도다.

그리고아파트가너무낡기도하다는것

그래도내집에오면편하고,나없이도피어주는꽃들이있는작은베란다.

그리고별뜨는밤하늘,

이런것들때문에내가미련을갖고있는집이다.

단순하고좀답답하고유아적인생각이란것을나도안다.

집이낡고보니고장나는곳도생긴다.

봄에싱크대를고쳤는데화장실에문제가생기고

베란다창틀이헐거워져서바람부는날이나,비가많이오는날이문제인데

집은주중에비어있다는것이다.

친구가’천만원쯤들이면새집’같겠다고했다.

나는또망설인다.

‘천만원을들여?’하면서…

그런데봄부터중앙난방식을개인난방으로고친다는이야기

아예,리모델링을하자는이야기들이돌았다.

어쩐지무지무지골치아픈일이생길것같았다.

부동산엘갔다.

매매계약서를써본지가까마득하다고했다.

그러면서도꼭팔아주겠다고한다.

가격은한참좋을때보다는빠지고내가산가격보다는훨씬많은가격이다.

여벌집열쇠를주고왔다.

부동산에서전화가왔다.

금요일날(8월24일)

집을사겠다는사람이있는데조건이있단다.

팔려고내놓은집은많은데이조건을마춰줄수있는집은우리집뿐이란다.

그조건이란게아주아주황당했다.

26일계약을하고28일날집을비워달라면서잔금은30일날주겠다는거다.

계약금도조금주면서…ㅎ

그러니누가선뜻집을내주겠으며,

팔고싶은욕심이있더라도이사갈곳을마련할시간이없는거다.

집을팔고사는게꼭릴레이경주같아서계약금받아서이사갈집을계약해야하는데

그러니까그계약금이라는게’바통’같은것인데말이야.

바통받아줄사람도없는데나에게바통을강제로쥐어주는형국이다.

‘이런거래가어디있어?’

나야아들네묶긴몸이니까전화로흥정이되는데…

어쨌던성사가됐다.

며느리는’위험한거래’라며우려를표했다.

금요일밤에집에왔는데막막하더란말이지,

정리하다보면버려야할것이더많을내오래된세간살이들,

더작은집으로이사를해야하니마땅히줄여야하는데미련이많아지더란말이지,

내가제일고민한것은너무오래되고글씨가작은’세계문학전집’50권과

둘째아들이돈벌기시작하면서아픈아버지에게생일선물로사준야마오카소하치의’대망’12권이다.

그러나한번더끌고가기로했다.

내세간살이는집을구할때까지이삿짐센타의창고에보관하기로했다.

한달이될지더오래될지는알수없는일이다.

꽃과나무들은못견딜것이기에부동산에게처리를맏기고

정말버리고싶지않은것몇개만아들의차에컴퓨터와싣기로했다.

이사를한다는것은묵은세간살이를정리하는좋은기회이기도하다.

내마음은어떤방법으로정리해야돨까?를생각해보기도한다.

28일태풍’볼라벤’이서울을지나가는날이다.

기상청에서는3시쯤이고비라고했다.

바람이많이불면사다리차를쓸수없다고했다.

비는문제가안된다고하고…

일찍서둘렀다.

비는오다말다를계속하고있다.

빨리끝냈다.

그리고부동산에들려’권리증”인감도장’을맏겼다.

세상에속한내유일한재산을…

아들의차에내몸둥이를싣고나를이사시킨다.

‘엄니족발사가지고들어갑시다.’

장충체육관건너편에차와나를세워놓고아들이장충족발을사러갔다.

마주보이는장충체육관,신라호텔,그뒤로남산,

흔들리는나무와인적이거의없는거리를바람이주인이되어버렸다.

우리는집으로와서족발에맥주를마시면서창밖의태풍을구경했다.

오후1시쯤이다.

그리고우리5식구는29일날태풍’덴빈’이상륙한다는제주도로여행을떠나기로되어있다.

우리가타려던비행기는뜨지못했다.

‘대기’를걸어놓고5시간을김포비행장에서기다렸다.

‘덴빈’이서울에도착하기전에비행기는이륙했다.

그러니까우리는태풍을뚫고,태풍속을비행한것이된다.

2개의태풍이지나간제주의바다와하늘은깨끗하고맑다.

옆으로누워있는중국배,두동강이난화물선같은것이태풍의흔적으로남아있을뿐

그리고30일날바닷가얕은물에발을담그고있는데전화가왔다.

‘언니,다끝났어요.돈언니계좌에입금시켰어요.’

상황끝이다.

황당,우려,위험,싹날라가버렸다.

토요일날집에오고주일날오후만난부동산의여자중게인이’인감도장’과

내역서를내주며그랬다.

믿어줘서고맙다고,

믿고맏겨줘서더조심스러웠다고…

그녀와나는한바탕크게웃으며손을잡고그리고헤어졌다.

믿는다는것은기분좋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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