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준비

설날일주일전쯤엄마는식구들의설빔을다바느질하셔서장농에차곡차곳쌓아두셨다.

그러고는설음식을만드셨다.

두부만드시고,엿고아서조청도만들고강정도만드시고

검은콩을복아서콩엿,깨엿도만드시고…

전기도없고,수도도없고,까스렌지도없었는데어떻게다하셨을까?

재봉틀도없고,다리미도없었는데…

며느리가이제4살되는딸의한복을6살짜리로사왔다.

어린이집에다니는동안입힐요량이다.

해윤이에게입혀보니소매도길고치마도길다.당연히

며느리가난감해한다.

그리고날쳐다보더란말이지

어머님은하실수있으시죠?하는눈빛으로…ㅎ

해윤이놀고있는옆에서하루종일옷을줄인다.

소매는끝동을반으로접어안으로꿰매고

치마는2단치마라서치마단을두번줄인다.

바늘귀에실도금방안들어가서방향을이리저리틀어가며겨우집어넣는다.

돋보기를써도잘안보이는늙은내눈!

엄마를생각한다.

젊었을적울엄마!

설이가까워지면집집마다다듬이소리가들렸었다.

이불도뜯어빨아다듬이질해서다시꿰매고

어른들무명한복도다시뜯어빨아서다듬질해서다시꿰맸다.

어른들은설에는명주옷을입었는데노르끼리한색이었다.

아이들옷도명주에분홍노랑연두색물감을들여지으셨는데

노랑저고리에분홍치마.

초록저고리에빨강치마.

분홍저고리에초록치마.

나는노랑저고리에분홍치마를많이입었었다.

바로밑에동생은분홍저고리에초록치마.

명주옷감다듬이질소리는,

소리도달랐다.

홑이불이나무명옷다듬이소리하고는확연이달랐다.

명주옷간다듬이소리는높고경쾌하다.

둘이서마주앉아장단에마춘다듬이소리는리드미컬하기도하다.

요즘의난타소리를능가할만하다.

엄마만큼그리운소리다.

엄마는주로밤에바느질을하셨다.

사기로된하얀석유등잔불밑에서화로에인두를꽂아놓고

인두판에옷감을올려놓고인두질을하셨다.

엄마의그림자가방벽에밤늦게까지어른거렸다.

어느새우리들은잠이들고…

해윤이옷을줄이면서몇번을꿰맸다가다시뜯는다.

반듯하게꿰매기가힘들다.

감쪽같이줄여야되는데말이다.

이제는어느것하나마음대로되는것이없다.

마음보다육신이먼저늙어서그렇다.ㅎ

울엄마는그많은옷들을어떻게다해낼수있었을까!

고작손주년큰한복줄이는게설빔준비랍시고

코잔등에돋보기걸치고설쳐대는내가,내가보기에도웃으운데

울엄마가보신다면얼마나꼴불견일까!

마지막다림질하며

사촌형에게서물려받은병윤이한복도다림질한다.

남자아이들한복을참간편하게만들었다.

대님대신고무줄로맵시있게처리했고

허리도고무줄을넣었다.

우리아들들어렸을때명절이라고한복입혀놓으면

밖에서놀고들어오는꼴이가관이었다.

바지끝은대님에서벗어나와온통땅을휩쓸고다녀서흙투성이었고

허리춤은삐져나와서꼭술주정꾼같았었다.

우리병윤이는그럴염려가없어서다행이다.

이렇게나의절빔준비는끝났다.

두넘에게세배받을일만남았다.

행복한할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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