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였네요!

지난봄

우리집베란다창문으로보이는꽃나무입니다.

벗꽃은아니고복숭아꽃도아닌듯했습니다.

그래서이웃님들의말씀도있고해서살구꽃이되었습니다.

거의흰색에가까운분홍색꽃이었습니다.

꽃이지고살구가열렸습니다.

주렁주렁이아니라다닥다닥열렸습니다.

커피마시며창가에서바라보고있으면

내것처럼흐뭇하기도대견스럽기도했습니다.

그리고노랗게익어가기시작하자사람들의눈에띄었나봅니다.

사람들이와서나무를마구흔들어살구를떨어가는겁니다.

어떤사람들은긴막대기로마구때리기도합니다.

어떤할머니는중년의아들을데리고왔는데요.

그아들이살구나무중간까지올라가서마구흔들어댑니다.

살구가우박처럼떨어집니다.

할머니아들손자들웬식구가와서살구를떨어갑니다.

나는사람들이내집에쳐들어와서내살구를따가는것같은생각이듭니다.

그래서문을열고’그만해~~~’라고외치고싶은것을꾹꾹참고있기도했습니다.

어제바람불고비오던날

아침에일찍나갔다가들어오는데살구나무아래살구가가득떨어저있습니다.

바람에떨어졌는데비때문에사람들이줍지를않은거지요.

한두개줍다보니담을데가없어서우산살접힌데다넣고있는데

경비원아저씨가나를물끄럼이바라보고있습니다.

나쁜짖하다들킨것처럼공연히쑥스러워져서

‘바람에떨어졌나봐요.’

‘그게뭔지아세요?’

‘살구잖아요!’

‘살구가아니고매실이에요.’

‘매실이라구요!’

매화나무라네요.

내창문밖에키큰매화가세구루나있다는말입니다.ㅎ

이퇴계선생님은돌아가시며

‘매화나무에물주어라!’유언까지했던그매화나무!

두향이그리워두향인듯앞뜰에심고

100편도넘는매화시를썼다는그매화나무!

시는커녕문장한줄못만드는내게창앞에매화가무슨대수냐겠지만

마구마구흥분이되더란말입니다.

성큼다가온여름

범성대(중국,1126~1192)

창가에매실익어뚝뚝떨어지고

담아래죽순돋아쑥쑥자라누나

연일오는비에봄가는줄몰랐더니

날씨개이자어느덧여름

900여년전의중국시인이쓴시의첫줄

창가에매실익어뚝뚝떨어지고

내창가에서벌어지는상황하고어찌그리똑같은지…ㅎㅎㅎ

주어온매실을씻어물기를빼고

이것으로무었을할까생각하다가

상처안난것을골라병에넣고

25도소주를부어놓았습니다.

매실주가되나요.

술익거들랑

내가일일히연락하지않더라도

술좋아하시는이웃님들우리집에오세요.

매실주한잔씩드릴께요.ㅎㅎㅎ

그리고조금상처난것들은깨끗이씻어설탕을듬뿍넣고버무려놓았습니다,

익은매싱청이되었습니다.

파란매실로만매실청을만드는줄알았는데

익은매실도담그니3달을기다릴필요가없을것같습니다.

차거운물에타먹었더니달콤하고새콤하고…

아주청량했습니다.

올해는매실풍년입니다.

다시창가에앉았습니다.

바람은거세게불고

매화가지가요동치고

매실이후두둑후두둑떠러집니다

매화잎에떨어지는빗소리듣고있자니

슬그머니외로워집니다.

딱한사람

내옆에앉아주었으면좋겠습니다.

이제사진보이시는지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