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오랫동안살던마포에서서울의최북단상계동으로이사하면서교회도옮겼다.
어느조직이나마찬가지겠지만새로운조직속으로파고들어가익숙해진다는것이어렵다.
이어울림을잘못하면자칫왕따도될수도있을것이다.
교회도마찬가지인듯하다.
그래서사랑이있어야할곳에정작사랑이없다는푸념도나온다.
나는나이도먹을만치먹었겠다.
웬만한무관심은오히려편하게생각하며산다.
이런나의무관심한눈길에도유독눈에띄는가정이있었다.
40대중반쯤되었을거란생각이다.
큰딸아이가중학교1학년이고그밑에아들이초등학교6학년이었으니까.
남편이간경화를앓고있었다.
돈벌이도하지않고늘집에있었다.
그래서아내가식당에서힘들게일을하며살림을꾸려나갔다.
남편은간경화이면서도술을너무많이마셨다.
주사가심해서취하기만하면식구들을때렸다.
추운겨울에도식구들을내쫓고문을잠궈버렸다.
그리고잠들어버린다.
그럴때마다엄마와두아이는교회기도실에서잠을잤다.
그때만해도병증세가얼굴에까지나타나지않았었다.
어느금요일저녁
식구들이또쫓겨나교회로왔다.
두아이는울고있었다.
금요기도회가끝날즈음이었기때문에교인들이기도실에그득했다.
여자아이의울음소리가더커졌다.그러면서
아빠가죽어버렸으면좋겠다고했다.
그모습이너무애처러웠다.
옆에서달래주어도듣지않고더설게울었다.
어느새아들아이는누나가그러나말거나깊이잠들어버렸다.
그리고몇년이지나고그남자도교회엘나왔다.
그동안교회에전혀오지않은것은아니다.
마누라붙잡으러,아들딸찾으러오기는왔었다.
그러나하나님을믿겠다고제발로찾아온것이다.
그렇다고금방그남자의모든것이변하지는않았다.
인간이기때문에변한다는것은힘든일이다.
다만그의행패대상이하나더늘었다는것이다.
그는교회에나와서행패를부렸다.
아무도말리거나달래려들지않았다.
우리들은그가교회에와서행패를부리는것은하나님께하는것이라고생각했다.
‘하나님,나한테왜이러십니까?불공평합니다!’라고대드는것이라생각했다.
말로말린다는것은일이더크게벌어질확률이너무높았다.
다만우리는그를위하여기도할뿐이었다.
어느봄날그가
다삭아버린부지깽이처럼메마른포도나무가지하나를교회주차장옆화단에심었다.
그화단이란게옆건물벽에붙여서1미터쯤높이에폭이30센치쯤에길이만길었다.
그리고주차장바닥을고르며남은흙으로메웠기때문에
영양이라고는눈꼽만큼도없는생흙이라는것이다.
교인들은또그포도나무때문에걱정을했다.
저렇듯척박한땅에포도나무를심어놓고,
만일죽으면또얼마나마음에상처를받을것이며
또얼마나행패를부릴까!하는것때문에…
그는포도나무를심어놓고매일교회에와서포도나무를살폈다.
포도나무는겨우죽지만안았을뿐자라지는않은채겨울을맞았다.
교인들은그나마라도감사했다.
포도나무는다음해도그다음해에도별로자라지는않았지만살아있기는했다.
마치그의병세같았다.
교회에다니면서그의간은답보상태였다.
그에게소원이두가지있었다.
하나는그의간경화가간암으로되는것과
또하나는아들이빨리커주었으면하는거다.
왜그가암이되기를원했냐면암보험을들어놓았기때문이다.
그러면치료비는해결이될것이고,
마누라의고생이덜어질것이라는생각에서다.
그렇다면왜아들이크기를바랬을까!
아들은그에게건강한간을나누어줄수있는이세상에단하나밖에없는
그의생명줄이기도했다.
그러나아들이너무어려서이식을받을수가없다.
아들이크기만을기다릴수밖에없다.
전문적인것은잘모르지만간을주고받는사람의키몸무게등이어느정도
비슷해야하는것같다.
어떻듯의사의승낙이떨어져야수술을할수있다.
세월이무심한것만은아니어서어느새아들이아비에게간을떼어줘도좋다는
의사의명령이떨어졌다.
그렇다면아들은서슴없이아비에게간을줄생각이었을까?
이야기가길어지지만아들이야기를해보자.
개구지고장난이심했다.
막대기를갖고다니며주위의나무든지벽이든지눈에거슬리는것은모두후려쳤다.
그러나아이들하고도잘어울렸고겉으로보기에는아무렇지도않았다.
중학생이되면서교회찬양팀에들어가드럼을배웠다.
그의북소리는좀다르다.
막대기로물건들을후려치듯너무거칠었다.
누구도왜?그렇게세게두두리냐고묻지않았다.
그리고심벌즈같이’챵!챵!챵!’하고소리나는악기를많이사용했다.
그래서그가드럼을치는날은늘시끄러웠다.
그의존재감은어떤곳에서든지두드러졌다.
그가조용해진것은고등학교2학년쯤이었나보다.
눈에잘띄지도않았을뿐더러어쩌다보이면풀이팍죽어있었다.
나중에생각해보니간이식에대한깊은고민을하지않았나하는생각이다.
왜냐면미운아빠였기때문에…
어쨋던모든것이잘되어서간이식수술이결정되고수술날자도정해졌다.
아버지와아들은나란히누워이것저것검사를받았다.
사람들이살아가는여러모습중에서가장아름다운모습을아버지와아들이보여주었다.
아비는아들이고맙고기특하고감동이었을것이다.
그러나,아~그러나!
수술을이틀앞두고아비가수술을하지않겠다며환자복벗어버리고집으로온것이다.
사람들이너무놀라고안타까워말렸지만막무가내였다.
아들은사납게엉엉울며아비에게대들었다.
아비는끝까지그이유를이야기하지않았다.
그냥수술비용때문이아니었을까짐작할뿐이다.
전세6,000만원이전재산인그집,
수술하고나면얼마나남을까월세보증금이나남을까!
아비는병상에누워많이생각했을것이다.
그리고그는일년을더살고죽었다.작년일이다.
식구들도다른도시로이사를했다.
그들을기억나게하는것은포도나무뿐이다.
그포도나무!
봄이면어김없이새싹이돋기는했지만잘자라지를않아서크지않는나무였다.
그런데올해는너울너울잎도커지고줄기도쭉쭉자라더니꽃이피고포도가열렸다.
사람들이포도나무앞에모여들고포도송이를드려다본다.
떠나간그들을이야기하고궁굼해하기도한다.
포도가익으면꼭그들이왔으면좋겠다는생각도한다.
포도가열리고익어가고있는걸보니그들도모두잘있나보다라고도한다.
척박한환경에서도꽃이피고열매를맺듯이세상사람모두에게
한때의어려움들이기쁨과즐거움으로바꿔지기를진심으로바래본다.
그리고그세식구보고싶기도하고
와서포도나무좀보았으면좋겠고
어디에서살던지건강하고행복하게살았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