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던 날

국민건강보험에서2년에한번씩하는건강검진을받았다.

이사온동네의어느병원에서하는지몰라서전에했던병원으로갔다.

복도에가득사람들이앉아있다.

건강검진은아주느리게진행되고있다.

시각,청각,혈압등간단한것은금방끝났는데

x-ray촬영,위내시경에서오래기다렸다.

유방을찍을때는아파서죽는줄알았다.

위내시경실앞에서기다리고있는데

80대초쯤의할머니가영감님의보호를받으며검진을받고있었는데

할머니를돌보는영감님의모습이아주극진하셨다.

할머니는계속끙끙거리며투덜대고,영감님은그응석을다받아주신다.

드디어할머니가위내시경을하고나왔다.

‘나는다시는안할거야!아이고!엄마!’

어린아이가엄마를부르며징징대듯,

할머니는엄마를부르며계속헛토악질을하고계셨다.

나는은근히겁이난다.

수면내시경을할까?

그러다가내차례가되었다.

바로앞엣사람이아직하고있는중이고간호사는나를병상에눕히고준비를시킨다.

내앞엣사람은수면내시경인데의사가애를먹고있다.

의사와간호사셋이달라붙어서붙잡고달래고,그러다의사가화를내고…

수면내시경인데왜?

누워서걱정을한다.

의사는그사람을끝내고곧장내게로왔다.

숨소리도거칠고,손놀림도거칠다는생각이든다.

튜브가내목구멍을꽉!끼인느낌을주며술술들어갔다.

두어번구역질이났다.

머리에카메라렌스를달고튜브가뱀처럼내위를휘젖고다니는것을느낌으로알겠다.

수고하셨습니다.싱겁게끝났다.

헬리코박터균검사를했는데한시간을기다려야한다고한다,

점심시간하고도겹쳐더기다려야한다.

김밥한줄과오뎅국물로비어있는위장을채운다.

커피마시고싶은걸꾹꾹참는다.

의사가내위장사진을보여주며설명을한다.

헬리코박터는no!

2년전에는없었는데,궤양을앓은흔적이있다고한다.

나도아팠던기억은없는데…

잘아물어서걱정할것없다고한다.

설명도싱겁게끝났다.

전철을타고집에오는데꼭몸살날것같이몸에서힘이빠저나간다.

주중의전철안은한가하고조용하다.

다음역에서한노인이소년처럼해맑은웃음을띄우며타셨는데내옆빈자리에앉으신다.

체구도작은분이몸을움추리고얌전히앉으신다.

남자분에게얌전하다는표현이어폐가있을런지모르나정말조심스럽고얌전하게앉으셨다.

그리고는작은책을꺼내읽으신다.

확!호기심이생겨서곁눈질로보았더니,정호승시인의’여행’이란시집이다.

정신이번쩍났다.

가만히노인의얼굴을쳐다보았다.

얼굴에엷은웃음을띄고시를읽으신다.

소년처럼해맑은표정을지을수있는원인을알것같다.

‘시를읽으시네요.’

노인은귀가어두우신지날돌아보며뭐라고말했냐는표정을하신다.

조금큰목소리로’시를좋아하시나봐요.’

노인은더밝은표정으로’그렇다.’고하신다.

그러면서

‘난유안진의글이좋아요.시도좋고수필도좋고…’

‘그리고누구지이름이금방생각이안나네.’토지’쓴사람’

‘박경리요.’

‘그래맞아요,박경리,그리고죽은사람.’

‘최인호요?’

‘아니그사람말고작년인가죽은사람박….’

‘아!박완서요.’

참!이렇게척척들어맞는대화라니…

그노인은책을많이읽으시는데다사서읽는다고하신다.

‘도서관에서빌려읽으면돈이안들텐데요.’라는내말에

빌려읽는건글쓴사람에게미안한일이라고하신다.

도서관에서빌려읽거나올리뷰에당첨되면공짜로주는책을주로읽는나로서는

해머로한대얻어맞은기분이다.

‘그러면집에책이많으시겠네요?’

‘아니없어요,다읽으면누구든주어버려요.’

더쎄게한대더맞았다.ㅎㅎ

어느새내몸살기는사라저버렸다.

이렇게유쾌할수가…ㅎ

나는그노인의손을붙잡고’나도당신처럼살고싶습니다.’라고말하고싶은걸참는다.

그노인은어딜가시는지…

내가먼저내린다.

내리면서나도국민학교학생처럼’안녕히가세요.’크게인사를한다.

노인의소리없는웃음이날한참을따라오는듯하다.

전철에서내려단풍드는오솔길을걸어집에오며하늘을본다.

맑고청명한가을하늘이다.

집에와서커피부터마시고

전기매트따끈하게달궈놓고기분좋게한숨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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