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을타고소요산쪽으로가노라면성북역조금지나서
얕은산밑에작은동네가있는데
아직도저런마을이있나싶을정도로초라한동네였습니다.
6~70년대의집들이그냥있는데지붕은천막으로덮힌곳도있고
보수를전혀하지않은허물어져가는집들이많은동네였습니다.
내가나혼자살수있는소형아파트를찾아지금사는곳으로이사했는데
바로그동네이웃에있습니다.
철로를건너면갈수있는초안산을갈때왼쪽으로조금만걸어가면
그동네를관통하여산을오를수있느길이있더란말이지요.
그동네에대한호기심때문에가끔그쪽으로산에갑니다.
이길이이동네를관통하는길
길의끝이산으로올라가는길이됩니다.
나는이길을자나며누군가만나면말을걸어친구를하나만들고싶었습니다.
나만큼늙은친구!
이런곳에사는사람들은사연이많을것같기도하고
그리고아파트에서친구를사귀기가매우어렵다는이유도있구요.
아직은노인정에가고싶지는않고…ㅎ
그런데사람을만나기가어렵더라구요.
‘월세방놓습니다.’
작년봄에도붙어있었는데아직도…ㅎ
도무지무엇인지알수없는…
산을오르다내려다본풍경.
동네끝에있는오래된은행나무
저작은길이산으로가는길
이튿날다시이길을걸어산에갔습니다.
그런데요.
‘월세방놓습니다.’그집의대문이조금열려있는겁니다.
일단지나쳤다가호기심이발동하여되돌아와서대문을들여다보니
할머니한분이다리를쭉뻗고햇살에겨워앉아계시더라구요.
‘안녕하세요!”누구슈?”아~산에가는길이에요.’
나는가끔나의넉살에내가놀랄때가있습니다.
무난히들어가할머니곁에앉았습니다.ㅎ
돌나물을다듬고계시더라구요.
딸에게줄거라네요.
87세,이동네에서65년째산다고하십니다.
이동네로시집와서넷째아들인데도시어머니를모시고살았는데
시어머니가돌아가시자사업에쫄딱망한큰아들이치고들어와서
집을내주고지금사는작은집을사서이사를했다네요.
내가물어보지도않았는데
‘월세가나가지를않아!’비어있는지가2년째라네요.
어느건설회사에서아파트를짖겠다고한것이벌써20년도더됐다고합니다.
그러니집을개축도못하고수리도못하고
금방집을비워달라면어떻하냐며세는안나가고…
월세놓는다는방을드려다보았습니다.
방하나,부억하나에연탄보일러,부억에는상하수도없고…
70년대이런집에서신접살림했었습니다.
할머니는임자만난듯인생역정을늘어놓으셨습니다.
‘또놀러올께요.’
일어서는나를아쉬워하면서…
할머니에게서이것의정체도알았습니다.
산산제를지내는곳이라고합니다.
음력으로2월초하룻날에는제단에집에서드리는제사처럼
과일떡같음음식을올려놓고산신께제사를드리고
10월초하룻날에는전에는소한마리를잡았지만지금은소머리와고기로
커다란솟에국을끓이고음식도푸짐하게준비하고제사를지낸다고합니다.
비용은집집마다빈부에따라걷는다고합니다.
그날은온동네가뫃여아주흥겨운잔치를벌리는데지나가는사람들도
다먹을수있다네요.
올해도하느냐고했더니
‘그럼!’
‘나도구경와도되요?”그럼!’
집에와서달력에다표시해놓앗습니다.ㅎ
이런깃발을단집도두군데있습니다.
글쎄요.
점보는집이거나.
무당집이거나그렇겠지요.
웬만한곳에서는볼수없는모습이지요.
동네끝큰은행나무까지갔는데
커다란솟을걸어놓고남자둘이무언가끓이고있고
아주머니는긴나무의자에앉아있더라구요.
‘고추장담그세요.’
‘아니요,간장대려요.’
나는또어느샌가아주머니옆에앉아있습니다.
두남자는불을때다가국자로간장을찍어먹으며’달다.’네요.
고추장담궈본것도
간장을대려본것도까마득합니다.
봄날따스한햇살을받으며앉아있자니그리운사람들의
얼굴들이스쳐갑니다.
고향집뒤란앵두나무가있고장독대가있고돌과진흙으로만들어놓은
화덕이있었지요.
거기에가마솟을걸어놓고간장을대리시던울엄마생각이간절합니다.
산에올라갈생각을접고그냥집으로옵니다.
길에서너무많은시간을보냈습니다.
그러나오래된동네에서아주오래전사람을만난기분입니다.
집으로오면서이동네가이대로그냥있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합니다.
아파트짓지말고수리도하고개축도해서
산밑의아담하고예쁜동네로남았으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