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까워서 고추를 말리기로 했다.

요즘나이많은여자들모이면고추말리는이야기를한다.

나는고추말리는일은생각도안하는사람이니까건성듣고흘려버린다.

자그만치2가마를말렸다는사람도있다.

그말에는나도건성들을수가없어서

‘두가마나요!’하고감탄해마지않았다.

장마때는안오던비가장마가지난뒤에매일왔다.

그러더니처서가지나면서날이좋아지기시작했다.

좁아터진베란다에앉아서화분들을손질하다보니

어느새해가기울어베란다에햇볕이가득들어와있다.

손등이따갑도록강했다.

그러면서햇볕이아깝다는생각이들었다.

하다못해빨래라도말려야하는게아닌가!

그러면서생각난것이고추다.

‘맞다.고추를말리자!’ㅎㅎ

물고추를살려면재래시장엘가야한다고했다.

청량리시장에서샀다는사람도있고의정부중앙시장에서샀다는사람도있다.

난어디로갈까?

이럴때내가쓰는방법은버스나전철이나먼저오는차를타는거다.

청량리로가는전철이먼저왔다.

서울서50년가까이살아도청량리시장은처음이다.

물고추사는것도처음이다.

전에딱한번고추를말려봤었는데그때는지인이택배로보냈었다.

그러니물고추가어떤것이좋은지알수가없다.

이런일은옴땅시어머님이하셨고나는시장구경도못했었다.

참.징허다.내세월이…ㅎㅎ

난물고추를무게를달아서파는줄알았다.

그래서사고싶은만큼만사면되는줄알았는데10kg박스다.

나만큼의여자가흥정을하고있다.

나는슬그머니그여자곁으로가서서있는다.3만원이라고한다.

고추랑가격이랑괜찮으냐고물어봤다.

그여자는이미시장을한바퀴돌면서물건과가격을알아봤다고한다.

가격은다비슷하고물건은이집것이제일좋다고한다.

우~와!나는땡잡은거다.

고민할필요도돌아다닐필요도없는거다.ㅎㅎㅎ

그여자는10kg짜리를7번째사는거란다.

참!대단들하다.우리나라여자들…

그리고고추박스를번쩍들더니머리에이고유유히사라졌다.

나는케리어에싣고도힘들어죽을뻔했는데…ㅋ

전철을탔는데

고추가케리어에비해많아서입구를여밀수가없어서고추가보였다.

사람들이내고추를보고고추말리는이야기를한다.

얼마주었냐고나한테말도걸어오고…

여러가지방법이있었는데내맘에딱맞는방법은

60대쯤의남자가이야기하는방법!

그방법이란바로이것

나이롱동아줄틈새로고추꼭지를끼우는거다.주렁주렁

그리고빨래건조대에걸쳐놓는것,와~~~기발하다.

나이롱줄이많지가않아서이렇게문틀에도널었다.

앞으로나란히!

나이롱줄을확보해야한다.

내년을위해서…ㅎ

이틀을지나니빳빳했던것이좀꾸들꾸들해졌다.

한이틀만날이좋다면고추가무르거나썩을염려는없을것같다.

까짖것고추가루사면되는걸,라고생각하겠지만

이렇게한번말려보는것도좋다는생각을한다.

무거운것끌고전철을타고

전철에서전혀모르는사람들과나누는고추이야기

손끝이아프도록나이롱줄을비틀어고추꼭지를끼우는일

주렁주렁매달린고추를바라보는흐믓함

이것이농부의마음일까?

고구마줄거리,가지,호박도말려야겠다.

따거운햇볕이아까워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