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가을햇살이어느새가득들어와있다.
커피를마시며가을햇살을받으며앉아있다.
거의다마른고추의매운냄새가콧끝을간지럽히지만기분이좋다.
매화잎은아직청청하고아파트꼭대기하늘은옥색물을들인세모시같다.
고요가잔물결처럼출렁였다.
이나른함을즐기고있는데…..
창문앞매화나무옆에대추나무가있다.
두그루가얽켜큰덩어리같다.
대추가많이열렸다.
추석즈음부터사람들이익지도않은대추를땄다.
마구흔들기도하고,긴장대를가지고와서후려치기도하고,
발길로차기도하고,해머같은걸로나무기둥을매우치기도한다.
그래서이제는꼭대기에만조금남았는데사람들이또따러왔다.
남자하나여자둘,
남자는긴장대끝에갈고리같은걸달았다.
큰키로꼭대기에있는대추를똑똑따면여자들이줍는다.
대추따기달인들이다.
그래서창문앞대추나무는빈나무가되었다.
초여름매실도그랬는데…
어렸을적시골집에복숭아나무가두그루있었다.
매실만한크기의개복숭아가아니라주먹만큼컸다.
내기억으로는우리동네에서우리집만이런복숭아나무가있었다.
‘스밋도?,수밀도?’라고했다.
7~8살때쯤대문문지방에앉아혼자서집을보고있었다.
15살쯤되어보이는남자아이두명이오더니곧바로복숭아나무로올라갔다.
남자아이들은채익지도않은복숭아를따서먹어보고는퇘!하면서버렸다.
계속!계속!
나는그러지말라고바락!바락!소리를질렀다.
발을동동구르고욕까지했을것이다.
나중에는목이터져라울기도했다.
그런데남자아이들은나를아랑곳도안했다.
투명인간취급을했다.
그래서나는더약이올랐을것이다.
나는기억은안나는데그날밤밤새끙끙앓았다고한다.
수십년이지난지금도그날의일은내마음속에생생하게남아있다.
아마도어렸던나에게는큰충격이고큰사건이었던같다.
베란다에앉아그들의행태를보고있자니그때일이생각난다.
대추를따는사람들도유리창저쪽에서자기들을물끄러미바라보고있는
나를모를것이다.
만일알았다면좀쑥스러웠을까?
어린사람들이객기로그런다면이해가되는데
나이먹은사람들이갈고리까지만들어전문적(?)으로…
슬픈생각이든다.
어린시절투명인간취급을받았던내가
이제인생의막바지에있는내가
다시투명인간이되어비슷한장면을보고있자니
참!인생!
거기서거기다!
란생각에슬며시웃음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