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천마을 녹천대감 치성제

산에가려고오래된동네를지나가다가산제사를지낸다는

말을들었습니다.

귀가솔깃했습니다.

드디어산입구의’그것!’의정체를알수있는기회가왔습니다.

지난토요일우쿨렐레교실을당연히빼먹고구경갔습니다.

밤새비가왔고아침부터개이기시작했습니다.

정확히몇시에드리는지도모르고마음은조급하고…ㅎ

좀이르다싶게갔었는데나이든남자분들이준비하는게

멀찌기보였습니다.

제사에여자들은얼씬도못한다기에가까이는못가고

마침허리가직각으로굽은할머니가커다란스텐주전자를들고오셔서

그할머니와어느집대문앞에앉아서기디리고있었습니다.

그런데사진동우회에서왔는지무거운사진기를든사람들이나타났습니다.

일행중에는여자도있구요.

그들이그곳으로올라가더니사진을마구마구찍드라구요.

옳다구나!하고나도그들과섞이었습니다.

이런행운이…

한분이젯상을주비하고있고조금아래에서는솟을걸고

장작을때면서고기를삶고있었습니다.

모두남자들이합니다.

지금삶고있는것은내장이고이소머리는저녁제사에쓸거라고합니다.

이날고기는제사가진행되는동안이나무저나무로옮겨

걸어놓더라구요.

왜그러냐고물었더니

그냥옛날부터그렇게했노라고…

한분이제복으로갈아입으시더니제단에올릴고기를담습니다.

오래된동네는전설이있게마련이지요.

이마을은녹천(鹿川)이란이름처럼사슴과관련된전설과

숙종시대녹천이유(李濡:1645~1721)와도관계가있는곳입니다.

이유는숙종때한성판윤,판부사,이조판서,영의정을지냈으며

북한산성축조를지휘했던분입니다.

일부대감들은청나라의눈치를보며반대했지만도성을방비하려면

북한산성이절대필요하다며성쌓기를강격히주장했고

지휘관이면서성을쌓는현장에서백성들과함께기거했으며

자신의재산까지성쌓는데보탰다고합니다.

북한산성을쌓을때물건을보관하는창고가많이있어서

지금의창동이라는동네도생겨났다고합니다.

그이유대감의별당이이곳에있어서

이유대감의호를따라서鹿川마을이되었다는이야기와

조선중기큰홍수로마을이폐허가됐는데,

신선이촌주의꿈에나타나사슴에게정숙한처녀한사람을시집보내라고말한다.

마을회의에선염씨(簾氏)집15세난딸을시집보내기로결정하고제물을준비했는데,

신선의예언대로사슴이나타났다.
사슴은처녀를데리고사라졌고물줄기가바뀌면서황토로뒤덮인마을앞

전답이기름진땅으로바뀌었다.

이때누군가가’이건사슴과결혼한염씨처녀의눈물이니냇물이름을녹천이라하자’고

제의해마을이름이됐다고하는전설이있습니다.

내개인생각으로는이유대감의이야기가더신빙성이있어보입니다.

실제로뒷산초안산에는이유대감의손자이며광주부윤을지낸

이명중의묘가있습니다.

그리고짚으로엮은저것은이유대감의’가묘’라고합니다.

마을사람들이1년에3차례씩이유대감께서여전히마을을지켜주기를바라며

제를올렸는데이가을제사가마지막이됩니다.

아파트로개발이되거든요.

‘가묘’에제사를드리기전에가묘뒷쪽에서제를올리는데

내생각으로는산신께드리는게아닌지…

이산은초안산인데,내시들의묘가많은곳입니다.

죽어서도궁궐이멀리보이는이곳에묻혔다네요.

먼저술을따라가묘에뿌리고

두번은깊게절하고한번은반절을하고…

아주여러번했습니다.

작게기도문도외우시더라구요.

젓가락은2벌그러니까4개로

제물을집는시늉을한뒤젯상을탕,탕탕,세번두드리십니다.

마지막으로더깊게절하시고…

제복을벗으십니다.

아파트를지으면이건어떻게되느냐고,

제사는계속지내실거냐고물어보았더니

한숨을푸~ㄱ쉬시면서

모르겠다고하십니다.

다떠나버리고몇이나돌아와서살지알수없답니다.

여러단체나기관에서참석도하고봉투도놓고갔는데

올해는동장님만오셨습니다.

홀로남았습니다.

어느분이’종쳐야지!’하며마을로내려가셨습니다.

무슨종이냐면,

‘제사가끝났으니음식가져가세요!’라네요.

집집마다주전자,들통,냄비을들고부인네들이나타납니다.

고기써는아저씨옆에있는비닐봉투에는날고기가들어있습니다.

제사때마다가정마다추렴을하는데그분들에게나누워주는것입니다.

냄비를가져오면내장고기한국자에국물을부어주고고기봉투를줍니다.

고기봉투속에이름이있습니다.

아무거나가지고가는게아님니다.

함께기다리던할머니의것을내가챙겨서언덕아래까지가져다주었더니

아들이와서받아갑니다.

내가물어봤지요.

어디로이사가시냐구요.

아파트는싫어서단독주택에전세로가신답니다.

아파트지으면다시오실거냐고물었더니

돈을많이내야해서올수없다네요.

평생을여기서살았고여기서죽었으면하셨다네요.

고기랑국물이랑

가져가시는분,가지러오시는분

고기써는아저씨가이렇게그릇에담아놓으면

먹고싶은사람은한그릇들고가서국물을받아오면됩니다.

막거리도있구요.

여자들은음식만받아가지고그냥집으로가십니다.

여자들은제사드리는데얼씬도할수없다는게몸에배인거지요.

나보구막먹으라고해서…속으로나도여잔데?

늙은여자는여자측에도못끼는지…ㅎ

아주조금먹었습니다.

비온뒤라고공기도차고,춥고,

뜨끈한것먹으면좋지않겠냐고하지만

나는좀마음이편하지않아서먹고싶은생각이안났거든요.

마을이사라지는것,옛것들이사라진다는것은

별로좋은일이아니라는생각이거든요.

제사는끝나고

동그마니남은재물위로낙엽이떨어집니다.

아직도가을색이짙은’가묘’의배경.

네이버에서빌려온사진입니다.

11월중순경의모습입니다.

개발의소문이나고20여년을수리도못하고개축도못하고

이런모습으로살다가12월말까지철수해야한다네요.

많은사람들이이마을을지켜보고있답니다.

안타까운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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