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게서 선물 받은 두권의 시집

며칠전두분의어르신에게서’시집’을선물받았다.

한분은83세

또한분은80세

내가가끔할망타령을하지만이두분들에비하면어림도없다.

할망이란말을꺼내기가부끄럽다.

‘향기에관한소고’의이승필시인은이웃님’다프네님’의어머님이시다.

1988년에등단하셨고

첫시집은영어교사였던20대후반,

담임한아이들의졸업식에그들의손에들려주고싶어서시집을내었다고한다.

‘불신의서정’시인은부끄러움으로남아있다고하지만

대단히열정적인선생님이셨다는생각이든다.

졸업장과담임선생님의시집을받는학생들의기분이어떠했을까!

아마도평생기억에남을선생님이었을것이다.

책의첫페이지시인의말에서

내시한편이어느작고외로운영혼을다독일수만있다면,

애초에품은뜻대로‘사람냄새’물씬한것들에천착해가리라.

시인은작게가진자가아니라뜨겁게갈망하는라고하던가.

정신의극빈(極貧)마저정겹고그리눈부실수가없다.

찰랑,머리를맑게씻는지혜의물소리를귀에들이자,

다저문생의길언저리에빗살무늬햇빛이든다.

시인처럼한줄시는못쓰더라도시인의마음은가져보고싶다.

그리고시에대해서언급할실력은없어서

시두편을옮겨본다.

모래내시장

오후의권태가

떨이로팔려나가는모래내시장

구릿빛땀밴남자가손수레에서

종이꽃같은봄햇살을팔고있다

홍합을까던할머니자리를오늘은삼천포앞바다에서온

파래물미역노가리가차지하고

댓잎처럼청순한눈빛들을흔들며

에누리없는오수자투리를끼워팔기도한다

문득공장으로간누이의목쉰말소리

포장마차불씨만한생의즐거움도

시장복판에뒤엉켜훈훈해지는마음한때

가좌역지붕너머지는해를바삐추스리며

보았다칭얼대는아기를등허리로끌어올리는아낙

일벌레들의망가진꿈

뚝뚝피흘리는노동의바다를

교보빌딩유리닦이.7

되찾고싶다

지뢰묻힌유년의숲

무장다리꽃빛깔로사철가뭄든어머니의

하늘한뼘을꼭돌려놓겠다.

여긴낮달이철조망에걸려질식해가는

생의비무장지대

언젠가이작업이끝나면억새숲너머

폭우도멎으리라

얼떨결에꿈꾸어보는포상휴가

납덩이같은두발로자칫미끄러지는실수도하겠지

등줄기를적시는땀을닦느며잠깐씩

회상의진눈깨비를피하는참호속

저물어가는풋내기의하루

‘금혼의언덕에서’의정기숙시인은

구민회관의가곡교실에서만난분이다.

가곡교실의앞자리에는마치터줏대감처럼80이상의

몇분이항상앉아계셨는데그중에서제일돋보이던분이시인이다.

소녀같은이미지가풍겼다.

난그저눈인사나했었고시인이라는걸전혀몰랐었다.

어느날시집을냈다며몇분들에게나눠주는것을멀리서보았다.

수요일마다가방에몇권씩가지고와서나눠준다.

그러다막판에는내게도차례가왔다.

네번째시집이라고했다.

금혼을기념하면서냈다고한다.

이분의시2편도옮겨본다.

늙는다는것

그대입원할날이

코앞에닥치게되니

근심걱정그지없어라

그대가여운생각에

머리맡에쪼그리고앉아

하얀밤을안고딍구노라

행여영영떠남은아닌지슬퍼라

50년을함께해온세월

힘든터널많았지만

노후도살만하다했는데

느닷없이끼어든병마

85세의시련

역시늙는다는것슬프노라

눈꽃이불

밤새내린눈

바들바들떨고있던

앙상한가지에소복이쌓여

포근히잠들었네

동이트자햇살이심술부려

찾을길없어진눈꽃이불

참새들이전해준위로의소식

머지않아따스한봄이온다고

시인들은늙음도아름답다는생각이든다.

그러나세상사람들이다시인이될수는없는거니까

시인들은특별할뿐더러시를못쓰는사람들의정서까지

대신표현해주어야하는책임이있을것같다.

감동하게하도공감하게하고…

두시인님께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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