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랑휴대폰을아들집에그냥두고집에오던날
전철타기전에알았는데도귀찮아서그냥집으로왔다.
안경,휴대폰,두가지다꼭필요한것인데도말이다.
전철은퇴근하는사람들로가득한데노약자석은비어있다.
그시간에는할일없이타는노인네들이없어서일것이다.
노약자석에앉으니맥이확풀렸다.
환승을알리는멜로디가들렸다.
화들짝놀라급하게내렸다.
낯이설다.’여기가어디야!’
내가환승해야할곳을지나,그다음환승역에서내린것이다.
‘오늘내가왜이러지.’
잠을잔것도아니고,누구와수다떤것도아닌데
그냥멀건히앉아있다가내려야할전철역을지나친것이다.
되돌이오면서더피곤해지고막연한생각이든다.
전철에서내려대합실을빠져나오는중인데그밤에한여자가
전단지를나눠주고있다.
귀찮아서패해간다.
그런데그여자가’치매엄마를찾습니다.부탁드립니다.’
정신이퍼뜩나서되돌아가받아온다.
무심한표정의할머니의사진이있고인적사항이적혀있다.
하루전10시쯤어딘가로가버렸다.
나랑동갑이다.키도비슷하다.
둥근형의얼굴도같다.머리도나처럼염색을안했다.
바로한블록건너에서사는분이다.
내가없어진것같은생각이든다.
온몸에서힘이몽땅빠져나가는것같다.
자면서꿈을꾼다.
나와동갑인옥순할매가향방없이헤매고있다.
어떤때는옥순할매가내가된다.
온밤을끙끙꿈만꾼것같다.
아침에일어나니온몸이얼얼하고목이아프고콧물이주르르흐른다.
걸였구나!
내삼월은언제나내육체를친다.
목과입과코를목도리로칭칭감고아들네로간다.
애들보내고병원부터간다.
마음편하게앓고있을형편이아니다.
목은점점더아파오고코피까지나온다.
내몸살은약을먹는데도깊어만간다.
앓을만치앓아야한다는뜻일것이다.
그러면서도옥순할매생각을한다.
동갑쟁이옥순할매는정신줄놓은채지금어딜헤매고있을까!
가방에서또전단지를꺼내놓고드려다본다.
궁금해서전화를해보고싶은데꾹참는다.
제보전화만을기다리고있을텐데’찾으셨어요?’하면얼마나실망이클까?
금요일집에오기전용기를내서전화를한다.
‘안녕하세요.’
나는바로옆단지에서살는동갑쟁이할매다.밤에집에오다전단지를받았는데…..’
오해가돼지않도록길게설명부터했다.
전화기저쪽에서젊은남자가크게웃었다.
‘어머니찾았어요.’
‘어머나!감사해라,어떻게?’
나는너무좋아서호들갑을떨어댔다.
옥순할매는집에서나와서큰길을마냥걸은듯하다.
아이들이길을잃으면앙앙울며직선으로앞으로만가듯
옥순할매도마냥앞으로만걸어갔다.
내가한번도만나보지않은옥순씨를’옥순할매’라고하는것은
나를내가할매라고하는것과같다.꼭나같은생각이든다.
어떻든옥순할매는곧장걸어서북한한화계사근처빨랫골까지갔는데
아마도저녁때가되어도헤매는할매를어떤고마운분이신고를했고
옥순할매는보호시설에서이틀밤을잤다.
그렇게옥순할매는무사히집으로돌아왔다.
‘진작전화하시지그러셨어요.’
정이가득담긴옥순할매아들의전화를끊으며얼마나기분이좋은지…
내감기도뚝,떨어질듯싶은데
만만찮은게감기몸살이라서이렇게좋은봄날집에서죽치고있기로했다.
옥순할매도찾았고편한마음으로이틀을쉬면
월요일엔거뜬하게아들집에갈수있을것이다.
옥순할매도나도,기운을내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