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늙음을어떻게보낼것인가?

제목을이렇게정하고보니너무무겁다는생각이든다.ㅎ

네명의동갑쟁이사촌들과봄여름가을겨울,

네계절에한번씩만난다.

일년에네번외에도우리는사촌이니까집안의애경사에서도만난다.

그러나계절마다돌아가며점심을먹으며만나는것을더좋아한다.

나는봄에점심을산다.

지난겨울만났을때봄에는오랜만에벗꽃구경하러남산에가자고했었다.

그러나사촌들의이런저런사정으로4월말에나만나게되었는데

그때는이미벗꽃이저버린뒤이다.

그러나남산엔벗꽃만있는건아니니까,조망은또얼마나좋은가!

나는충무로역에서만나철죽이피었을’한옥마을’을구경한뒤점심을먹고

남산에올라갈계획을세웠다.

모처럼바람이안불었고아침에는안개가꼈던따스한날이었다.

사촌들은이렇게좋은곳이있었냐며감동(?)을하면서도

샅샅이구경하질않는다.

걷다가앉을곳만있으면그만앉아버린다.

한옥도딱한채들러보드니기권해버린다.

급기야는정자에올라이야기꽃을피우다가점심먹으러갔다.

사촌중에한명이당뇨에심장도나쁘고무릎도아프고…

그야말로병덩어리이다.

계단을세칸만올라가도숨이차서헐떡거린다.

그런데이사촌이빠지면재미가없다.

이야기보따리이다.

아주어렸을때이야기도제일많이기억하고

친척들의사돈의팔촌까지도다안다.ㅎ

나머지셋은듣고깔깔대며웃어주면된다.

그러다.’밥먹으러가자!’

아스토리아호텔뷔페에가서점심먹고커피까지마시고한다는말

‘남산은그만두고집에가자!’

하루에두행보는할수없댄다.

어렸을때는가장날렵했던그녀가하루에두군데는못간댄다.

늙음이병이그를나약한겁쟁이로만들었다.

우리는모두동갑쟁이니그녀의모습이바로내모습인것이다.

아들네집책꽂이에

영국의그림동화작가존버밍햄의

‘내인생의가장행복한날’이란책이있다.

‘그림과함께엮은유쾌한이야기들’이란부제가붙어있다.

호기심에꺼내읽는중인데

버밍햄이여러사람에게원고청탁을하고그중에서원고를

보내온사람들의글을옮겨놓았다.

거의노년에있는사람들이다.

그래서그런지노년을살고있는모습또는그심정들을

글로쓴게많다.

그중에서몇개골라보았다.

어린시절에는오후반나절도몇년처럼늘어진다.

늙은사람들에게는몇년의시간도짧은오후처럼지나가버린다.

여든이지나고부터는5분마다아침을먹는것같다.

피할수없는절정을향해치닫는이런장면들은비극보다는소극(笑劇)에가깝다.

나이가들어가는과정은점진적이지도부드럽지도않다.

예고없이들이닥쳐서는당신을쓰러뜨리고쓴웃음을짓게한다.

우스광스러운자신의모습을받아드릴준비가되어있지않은사람은나이가들면안된다.

-책의머릿글에서-

​나이가많아지면기억력이감퇴한다.

하지만보물을숨겨놓은곳을잊어버렸다는노인의이야기는들어본적이없다.

자신이관심을가지고있는일에대해서는대단한기억력을보이는것이다.

땅은누구에게물려주었는지

누구에게돈을빌렸었는지

그리고무엇보다도누구에게돈을빌려주었는지는절대로잊어먹지않는다.

-로마의정치가키케로의’노년에관해서’에서-

나이가들대로든나는이제한가지운동밖에할수없다

일명안경찾아삼만리

-영국외무장관을지낸에드워드그레이경-

​경계를넘어

노년이시작된다.

중년이끝나고

당신의후손들의숫자가

친구숫자보다많아진다.

​처칠의재치

말년의처칠이국회에서연설을하고있었다.

동료의원들이그에게바지지퍼가열렸다고일러주자

그는이렇게대답했다.

‘괜찮습니다.죽은새는새장밖으로나오는일이없습니다.’

​면도할때를제외하고는절대로거울을보지않는다.

-프랑스시인,폴발레리-

​시간의역설

시간이흐르고있다고,자네가말했던가?그렇지않네!

아,시간은머물러있는것,흐르는것은우리인것을.

-영국작가헨리오스틴도브슨-

다른대안을곰곰히생각해보면,

노년도그렇게나쁜것만은아니다.

-72회생일파티에서

프랑스뮤지컬배우모리스슈발리에-

기도하라,나를욕보이지말고

나는아주바보같고경솔한노인에불과한것을

여든이넘은나이에

조금도더하거나빼지않고

지금내정신이완전하지않는것이두렵다.

-세익스피어작리어왕-

나이는나이를먹어갈때만문제가되지

난이제상당한나이에접어들었으니

스무살때와별로다를바없네

-파불로피카소-

어째서침대에들자마자발이차가와지는걸까?

저녁에도따듯했고,옷을갈아입은후맨발로혹은슬리퍼만신은채

침실과욕실을다닐때에도따듯했다.

하지만침대에몸을눞히자마자얼음처럼차가워저서

전기담요를켜야만했다.

-영국작가제임스리스밀른-

*내증상하고너무똑같다.ㅎㅎㅎ

이게늙어간다는표시인지는모르지만,

해가갈수록크리스마스가점점더싫어진다.

-미국작가PG우드하우스-

그렇다면

나는늙음을어떻게살아야하나?

생물학적으로생각하나운명적으로생각하나

태어나고죽는것은내가어쩔수없는영역이다.

죽음은생명이태어나면서함께태어난다.

사람은누구나태어나면서부터죽음과함께동행한다.

성경에서는죽음을비켜난사람도있지만

나하고는전혀해당이안되는일이다.

나는내노년이,내죽음이추하지않았으면좋겠다.

그러기위해내가할수있는일이있었으면좋겠다.

나는이제는소유욕에서자유로워지고싶은데

갖고싶고,먹고싶고,입고싶고……

이런것들은이제는하지않았으면좋겠는데

그러나나는지금도욕심에서헤어나지못하고있으니참,딱하다.

나도내가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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