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아들네서집에오며빠뜨리고온것이있다.
주일날꼭필요한우쿨렐레악보다.
집에와서금방알았으면다시갔을텐데너무늦게서야알았다.
‘어떻하지!’다시구하기도시간이없다.
밤새궁리하다가새벽에아들네를갔다.
새벽전철,텅텅비었을거라고생각했는데빈자리를겨우찾아앉았다.
일하러가는사람들,놀러가는사람들…
한남자가5사람은앉을자리를차지하고누어서잠을잔다.
잠자는얼굴은평온했지만모습이남루했다.
인생의고달픔이옷차림에배여있다.
언제나아침일찍아들네를가지만오늘은훨씬일찍간다.
현관문을열고들어가도아무반응이없다.
하기야마음놓고늑장부리기좋은주말아침이니까.
공부방에가서악보를들고나온다.
냉동실에서초코렛을듬뿍무친과자2개를훔쳤다.
안방문을살짝열어본다.
네식구가뒤엉켜세상모르고잠을자고있다.
아들네네식구는언제나뒤엉켜잔다.
우리아들이그러는걸좋아한다.
마치나어렸을적한식구가한방에서뒤엉켜잤듯
다시문을살짝닫고,현관문도조용히닫고나온다.
미션성공!
내가이야기하지않는한할미가몰래도둑같이댕겨간줄모를거다.
그러니까두둑질이어떤사람들에게는매우쉬운일일수도있겠다.
아들네서전철타러가는길에밤새도록고기굽는집이있다.
동대문시장에서밤장사를한사람들이와서고기도먹고술도마시고…
아침에아들네가다보면그시간에도손님이그득하다.
그집문앞에는나무테크가있고의자가있고담배잿떨이도있다.
술먹다나와서담배를피운다.
그리고무료커피자판기도있다.
그집앞을지나다문득커피가먹고싶어졌다.
오늘따라테크에사람이없다.
눈치를살피다얼른커피한잔을뽑았다.
도둑질에금방이력이생겼다.
전철정류장의층계를한번내려가서다음층계로내려가는모퉁이에
한늙은여자가시장용케리어에온살림을싣고벽에기대어웅크린체자고있다.
내가전철을내렸을때와똑같은모습이다.
한젊은청년이이리저리그모습을살피더니천원짜리한장을놓고간다.
나는그냥주머니에공짜전철표만달랑넣고온것을후회했다.
다시층계를내려와예술처럼배치되어있는의자에앉아훔쳐온커피와과자를먹으면서문득
이과자를그녀에게주고올껄!
그녀가잠에서깨어났을때먹을것이놓여있다면
일차적인그녀의궁핍이해결되었을텐데…하는생각!
이렇게생각이늦고,늦게깨닫고.무엇이든잘까먹고,잃어버리고,두고오고…
이렇게세월이조금더흐르다보면
정작나를잃어버리는날이올것이다.
전철에서내려집으로오는길
산딸나무꽃이마치한겨울날눈이내려나무위에쌓인듯하얗게피어있다.
따듯하고상쾌한5월의햇살이대지의구석구석에퍼지고있다.
오늘아침의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