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이 없어져 버렸다.

구청에갈일도있고누구를만날일도있어서집을나선다.

엄청추울줄알았는데아니네

전철창문으로보이는도동산에눈이내렸다.

첫눈이다.

산은하얀꼬깔모자를쓰고있는듯하다.

산허리에는안개가휩싸여있고

안개는저녁연기처럼또는실성한여자의헝크러진머리체처럼

다풀어헤치고승천중이다.

멋있다.

여권담당여직원이지문을입력해야한댄다.

둘째손가락을대랜다.

왼손오른손

지문이안나온댄다.

다시엄지손가락을대랜다.

왼손오른손

엄지는나왔다.

도대체난둘째손가락을얼마나써먹었길래!

난막노동자나지문이안나오는줄알았다.

언젠가티비에서지문이없는노동자얘기를들었거든

그러나

되돌아보니나도

막노동자로살았구나!

그래도

지금내모습에불만은없다.

난도리혀지금의나의모습을

나의신께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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