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첫번째성탄의기억은6,7살쯤이다.
요즘엔-7,8도만되어도한파주의보를내리며호들갑을떨지만
그때는-15도이하로도내려갔었다.
지금처럼방한복,방한모.방한화도제대로없는데말이다.
오지게춥다는말이저절로나왔다.
그래도성탄절연습을하러다녔다.
주로저녁을먹은뒤밤에연습을했다.
내가무용을했는지노래를했는지는생각이안난다.
내가지금도뚜렸하게생각나는것은연습이끝나고집에올때
처녀선생님이나를업고집에까지데려다준기억이다.
선생님은길고풍성한머리를하나로땋아서자주색댕기를드리렸다.
나는선생님의등에업혀그풍성한머리채에코를박고잠이들고는했다.
적당한흔들림과등의따스함에조름이몰려왔었다.
그머릿기름냄새같기도하고땟내같기도했던그냄새!
지금도그때를생각하고있으면그냄새도함께따라온다.
남포불을앞세우고여럿이시골길을걷다가한사람씩집으로가고
마지막으로아버지가나를선생님의등에서안으시면서선생님과나누는이야기들을
꿈속이야기인양들었던기억!
아버지가나를안고따끈한이불속에넣어주면사물사물얼었던몸이녹아서
기분이좋았던일들…
내유년시절의성탄의기억은수십년이흘렀어도퇴색할줄을모른다.
그이후의기억들도여전히성탄칸타타연습을하고
톱밥난로를가운데두고그열기에어른거리던친구들의얼굴
난로위에서스티븐슨의증기기관차처럼칙칙거리며끓던한말들이주전자!
국화빵,군고구마
어찌된일인지성탄절그날보다연습하며즐거웠던기억이더많다.
젊었기때문에저질런던시행착오들도추억으로돌리면아름답듯이
성탄의추억들은그날의의미때문에더기억에남는듯하다.
그렇다면70년을넘어살고있는지금의내성탄은어떤가.
이제는칸타타는하지않는다.
하지말래서가아니라스스로물러나는미덕도있어야지
눈치없는흰머리소녀는나도싫어서…ㅎ
그대신내가먼저말했듯이우쿨렐레와오카리나연주를했다.
50대2명,60대2명,70대1명(나)
결론부터말한다면쾌쾐찮았다.
세가지곡이끝났을때들려오던박수소리
아련하게먼데서들리는듯했는데기분이그만이다.
무대에서는사람들은이기분때문에자꾸만무대를꿈꾸나보다.
솔직히말해서나는여러곳에서틀렸다.
틀려도시침떼라는사전교육을철저히받아서웬만한사람들은
내가틀린것을몰랐을것이다.ㅎ
내가진짜로시치미딱떼었으니까!
이번에도연습하면서참즐거웠다.
악기에전혀문외한이었던사람들이조금씩익혀가는일
괴성같은소리를부드럽고경쾌하게다듬어가는일
이런과정들을거치면서나자신이정화되고성탄에합당한마음으로되어가는것
성탄을기다리는아이들처럼설레이기도하고마음이분주하기도했다.
유년의성탄의기억처럼
다시성탄의기억을하나더만들어서매우즐거운성탄절이었다.
지난해성탄절에있었던일입니다.
아마도추억이라고기억할만한마지막성탄절이야기가될것같습니다.
올해는셋째놈때문에꼼짝달싹도못했습니다.
‘올해도할까요?’
‘못해요.’
성탄절아침
이웃님들모두기쁜날이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