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에게 할머니란!

 

 

중학교 1학년 손자가 할머니의 지갑에 손을 대고 딱! 잡아 뗐다.

할머니는 딸에게 손자 이름을 대며 ‘그 애가 그런것’ 같다고 말했다.

손자는 여전히 딱! 잡아 뗐다.

딸은 엄마에게 ‘잘 생각해 봐라! ‘ 라며 나이 많은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착각하는 것으로 몰라 갔다.

외할아버지가 불 같이 화를 내며 딸을 나무랐다.

‘니 엄마. 몸은 늙었어도 정신을 말짱하다.’ 라고

이쯤에서 손자가 고백을 했다. 지가 한 짓이라고…

그러나 이때는 이미 서로가 말과 감정의 선을 넘어 버렸다.

이럴때는 딸이 빨리 사과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끌었다.

중학교 1학년까지 키워준 할머니의 수고는 이 사건으로 무의미해 졌다.

 

나이 많은 권사님이 집에 안 가시고 계속 앉아 계셨다.

‘누굴 기다리세요?’

‘응 손자를 기다려!’

얼마후에 고등학생 손자가 왔다.

둘이는 팔짱을 끼고 걸어 갔고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그들이 간 곳은 대형 전자 상가!

손자는 가끔 무언가가 필요한데 부모에게 거절 당한것 또는 차마 말을 못 꺼내는것을

할머니에게 사 달라고 한댄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무조건 사 주는것은 아니다.

손자 몰래 아들 며느리의 승락을 받고…

참 지혜로운 할머니다.

둘째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하며 하는 즐거운 거짖말들, 작은 비밀!

이런것들은 삶에 즐거운 것들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손자가 한번 크게 심호홉할 수 있는 숨통이 된다.

 

그렇다면 할미인 나는?

내가 처음 스마트폰으로 바꿨을때 제일 좋아한건 병윤이다.

그 녀석은 나를 매일 매일 기다렸는데 사실은 내가 아니고 내 휴대폰이다.

내 휴대폰에 게임을 몇개 깔아 놓고 할미를 기다린다.

내가 시치미 뚝! 떼고 있으면

‘하모니카! 플리스!’ 한다. 애절한 눈길로…

하모니카는 녀석이 나를 부르는 애칭(ㅎㅎㅎ) 이다.

그러면 툭 던져 주며 ‘조금만 해!’

그런데 조금만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서 나는 통신료 폭탄을 맞았다.

늙은이가 뭘 폰을 많이 쓰겠냐며 제일 싼것으로 계약했는데…ㅎ

그래서 우리 손자 숨통 텨줄려고 당장 가서 무제한으로 바꿨다.

하루에 30분으로 약속했지만 내가 통제하지 않으면 무제한이다.ㅎ

 

할머니는 손자에게 어쩌면 만만한 존재인지 모른다.

엄마에게 야단 맞고 서러워 울 수 있는 곳도 할머니 치마폭이고

엄마 몰래 쥐어 주는 몇푼 안되는 용돈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추억으로 남는다.

배 고파 달려 들어 오면 맛있것을 준비해 놓고 기다려 주는 분도 할머니!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역성 들어주는 사람 할머니!

내리 딸만 낳던 엄마가 또 딸이 나오자 밉다고 했던 나를

‘예쁘기만 하구만!’ 하시던 분도 할머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적어도 길러준 수고가 한 순간의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그러면 너무 계산적이 되나!

무조건 사랑하며 키워주자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키워주며 느끼는 기쁘고 즐겁고 대견한것만 생각하자!

내 늙으막에 할일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6 Comments

  1. 참나무.

    2016년 1월 7일 at 10:56 오후

    역시 해연님~~
    많이 배웁니다

    위블,첫 포스팅 반갑습니다아^^*

  2. 다사랑

    2016년 1월 8일 at 1:19 오전

    내리사랑..
    저도 외할머니 사랑을 무지하게 받고 자랐는데…
    제가 커서 외할머니께 해드린 것이 뭔가 생각해 보면 부끄럽습니다.

    사랑은 주는 사람이 기쁘지요.
    해연형님 블로그는 정리가 다 되었나요?
    제 것은 아직…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3. ohokja1940

    2016년 1월 8일 at 8:39 오전

    찾아 오셨군요.
    자식이고 손주고 그냥 키우는 재미, 키우면서 느끼는 감동,
    행복, 기쁨… 이런것만 생각해야 하는게 맞습니다.
    늘 올바른 생각함에 머리가 수그려 집니다.

  4. 벤조

    2016년 1월 8일 at 2:46 오후

    해연 할머니, 건강하세요!

  5. mutter999

    2016년 1월 8일 at 2:57 오후

    병윤이가 할머니를 잊지 않을거예요.
    피난처가 되어주는 할머니. 천사지요.
    건강지키시면서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6. 홍도토리

    2016년 1월 8일 at 5:22 오후

    해연님.
    할머니 노릇도 수월치 않습니다.
    우야튼지간에 현명해야하는데 말이지욥.
    해연님꼐서 올리신 재밌는 글이 따라가는(!) 저에게 많이 유익한 공부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도 건필 다필하시길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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