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초에 며느리가
내년 3월에 지유를 어린이 집에 보냈으면 한다며 내 의견을 물었다.
그때 지유가 5개월째였다.
‘아니, 이 어린걸?’
며느리는 아이 셋을 몽땅 시어미에게 맏기는게 미안했거나
세 아이를 건사하다보면 어린 지유에게 소홀해질것을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적으로 며느리가 나의 늙음을 의식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이 어린걸 어떻게 보내니, 할머니가 없으면 몰라도…’
늙은 할머니가 무슨 대수라고…ㅎ
그렇게 해서 내가 지유를 1년 더 기르기로 했다.
3월초
지유는 내가 1년 더 기르기로 결정했음에도 며느리가 무슨 미련이 있었는지
어린이 집에 신청을 했었단다.
병윤이 해윤이도 다녔던 이 지역에서는 제일 시설이 좋아서
대기자가 많은 어린이 집이다.
그 어린이 집에서 지유 보내라고 연락이 왔댄다.
‘안 보내기로 했잖아!’
그냥 해봤댄다. 당첨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이왕 당첨 되었는데 보낼까요?’
며느리는 나를 시험한다.
‘어머니, 힘드시잖아요.’
시에미도 고집이 있지, ‘이미 결정한대로 하자.’
‘그럼 어머님 힘드시단 말씀 하시면 안 되요.’
며느리는 이렇게 다짐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스스로 힘든 쪽을 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유식.
며느리는 요즘 이유식이 좋게 나왔다며 사서 먹일 생각을 했다.
나는 옛날 할매라서 사서 먹이는 이유식이 또 마음에 안 들었다.
또 ‘할머니가 없으면 몰라도…’ 그러면서
재료만 사다 놓으면 내가 만들어 먹이겠다고 한다.
며느리는 좋아라 했다.
먹는거에 관해서는 그래도 시에미에게 믿음이 가는지…
세상에 손자에게 아무렇게나 먹일 할미는 없을테니까.
요즘 내가 바빠서 미치고 팔짝 뛴다.
8개월이 된 지유녀석은 이제 무게가 제법 나가서 들어 올리기도 힘이 든다.
우유를 제쳐 놓고 이유식을 더 잘 먹어서 이유식 만들기도 바쁘다.
이거 모두 내가 사서 하는 고생이다.
그렇다고 힘들다는 소리도 못 한다.
며느리는 당장 ‘그러게 어린이 집 보내자고 했잖아요.’
‘이유식 사 먹이자고 했잖아요.’ 그럴 것이다.
아침 6시 58분에 떠나는 전철을 탄다.
그러면 7시 40분에 아들네 도착한다.
며느리는 이미 축근했거나 마~악 나가려느고 서둘르고 있다.
늦게 일어나야 내가 편할 지유 녀석은 벌써 일어나 있다.
병윤이 해윤이 깨워 먹이고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면
내 아침 전쟁은 끝나지만 ‘지유’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ㅎㅎ
며느리는 7시 30분~8시에 집에 온다.
이때쯤 나는 거의 그로키 상태다.
집에 오는 전철에 앉아 있으면 온몸이 욱신 거린다.
집에 와서 씻고 누워 버린다.
‘내일 아침 일어 날 수는 있을까?’ 가끔 그런 의문을 하면서…
다시 아침
여전히 잘 일어 난다.
전철역까지 7분, 걸으며 이 늙은 육체가 아직 견디는거에 신기함을 느낀다.
견디게 하시는 나의 신께 감사를 한다.
2016년을 잘 견디면 며느리의 대학원과정이 끝나고 지유도 어린이 집에 갈 것이다.
그러면 느긋하게 토요일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일부러 사서 하는 고생인데 잘 견딜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내게 올해는 봄도 없다.ㅎㅎㅎ
홍도토리
2016년 3월 26일 at 12:07 오후
참말로 장하십니다!
유구무언!^^*
해연
2016년 3월 26일 at 9:41 오후
홍도토리님.
제가 너무 자랑질을 했군요.ㅎ
힘 주셔서 정말 감사드림니다.
데레사
2016년 3월 26일 at 4:14 오후
해연님
잘 견딜겁니다.
지유에게야 어린이집 보다 할머니의 품이 더 좋은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올해만 잘 견디면 된다니 그건 절대로 잘 견뎌질겁니다.
힘 내세요.
해연
2016년 3월 26일 at 9:46 오후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마음을 쏟고 있나봐요.
무조건 아이들이 좋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요.ㅎ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데레사님!
enjel02
2016년 3월 26일 at 11:16 오후
훌륭하신 할머니죠
사서 고생이 아니라 돈 주고도 못 사는
사랑이지요 해연님 힘 들어도 조금만 더
힘 내시고 파이팅 하세요
해연
2016년 3월 27일 at 8:12 오후
그렇지요. 엔젤님.
어떤 조부모들은 손자들이 보고 싶어도 못 본다고 하더군요.
고부간에 사이가 안 좋아서요.
요즘 어떻게 자식을 이기겠어요.
조금 져 주고 자식들 가정과 좋은 관계가 되는게 좋지요.ㅎ
힘주셔서 감사합니다.
옥수수
2016년 3월 26일 at 11:53 오후
어린 손자들이 평생 할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기억할 겁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씀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면서도 반갑기까지 합니다.
나이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며 옛날이야기,
노래가 또렷이 기억나니까요. 저도 열심히 “집밥”해먹이고,
손주들 어릴 때는 열심히 키워줄 각오를 하고 있답니다.;-)
나중 기억에 남는 것은 그것밖에 없더군요.
해연
2016년 3월 27일 at 8:07 오후
친할머니는 내가 2살때 돌아 가셔서 기억이 전혀 없지만 할머니가 나를 예뻐하셨던 이, 내가 할머니를 닮은 것은 엄마에게 들었어요.
외할머니방 다락에는 먹을것이 많아서 방학만 되면 외갓집으로 달려갔어요.
곳감. 밤, 엿, 강정…..
지금도 이빨이 다 빠진 모습으로 함박 처럼 웃으시던 외할머니 얼굴이 아련합니다.ㅎ
나도 아아들에게 다정스럽고 그리운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